불법 도박사이트 숙주 인터넷 개인방송 단속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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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도박사이트 숙주 인터넷 개인방송 단속 시급
  • 취재기자 신민근
  • 승인 2013.07.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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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경기 등 중계하면서 위장 사이트 접속 유도...경찰 단속은 제 자리

유명 스포츠 스타들이 연루된 불법 스포츠 도박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철저한 단속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인터넷에서 성행하고 있지만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등의 단속을 피해 지능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숙주는 일부 인터넷 개인방송인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스포츠 팬들은 프로야구 중계나 류현진, 손흥민, 지동원, 박은비 등 해외에서 맹활약하는 스타의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KBS, MBC 등 지상파 방송, SBS스포츠나 MBC ESPN과 같은 케이블 방송의 스포츠 채널을 찾는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팬들이 이런 정규 방송이 아닌 ‘인터넷 개인 방송’을 통해 경기를 시청하고 있는 것. 인터넷 방송은 리얼타임 댓글, 논평 등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인터넷 개인 방송이란 일반 개인이 PC용 카메라를 이용, 인터넷으로 다중을 향해 컨텐츠를 송출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아프리카TV,' ‘라이브 스타’ 등이 있다. 일종의 인터넷 매스미디어인 셈이다. 케이블 TV를 설치하지 않은 사람들도 인터넷 개인 방송 사이트를 통해 스포츠 중계를 시청할 수 있는 것.

▲ 불법 스포츠 사이트를 홍보하고 있는 인터넷 개인방송의 스포츠 중계(사진: 취재기자 신민근).

이들 인터넷 개인 방송 사이트들이 무단으로 중계하는 것을 일반 방송사들이 문제 삼아 한때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각 방송사들의 스포츠 중계권을 사들이면서 이 문제가 해결됐다. 지금은 거의 모든 종목의 스포츠 중계방송을 인터넷 개인 방송들이 자유롭게 송출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인터넷 개인 방송들이 스포츠 중계 도중 시청자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케이블 설치가 안된 원룸에 거주하는 백모(26) 씨는 최근 한 인터넷 개인 방송을 통해 경기를 시청하다  ‘안전 결제, 높은 배당률, 상담 가능, 문의’라는 문구가 뜨는 것을 봤다. 백 씨는 '결제'라는 문구에 "지금 보고 있는 중계방송에 내가 돈을 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방송 진행자에게 문의했다. 그랬더니 이 진행자가 사이트 주소를 하나 알려줬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주소였다는 것. 백 씨는 "처음엔 호기심에 이 도박에 발을 디뎠다가 이제는 중독이 돼 빠져나오기 힘든 지경이 됐다"고 말했다. 

모든 배팅 게임이 불법인 것은 아니다. 운동경기의 결과 등을 맞춘 구입자에게 배당금을 주는 방식의 체육진흥투표권, 일명 ‘스포츠 배팅 게임’은 국내에선 ‘스포츠 토토’ 와 ‘스포츠 프로토’가 있다. 이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국가 정책 사업으로 합법적이며, 1인당 하루 구매 금액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에서 소개하는 불법 스포츠 배팅 게임은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 형태로 위장해 운영되고 있다. 불법 도박 사이트와 일반 스포츠 배팅 게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배팅할 수 있는 항목의 범위다. ‘스포츠 토토’와 ‘스포츠 프로토’는 일반적으로 승, 무, 패를 맞히는 승부식 게임, 득점, 실점을 맞히는 점수식 게임, 이를 혼합한 혼합식 게임, 우승자, 등위, 득점 선수를 맞추는 특별식 게임 등 네 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불법 사이트는 이 네 가지 항목은 물론 첫 퇴장 선수, 처음으로 반칙을 하는 선수, 쿼터별 득점(농구) 등 수십 가지의 베팅 대상 항목이 있다. 또한 개인당 배팅 금액도 제한이 없으며, 경기가 끝나는 즉시 바로 현금화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불법 도박 사이트 조직이 선수들에게 접근해 거액을 건네고 승부조작의 마수를 뻗치는 것.

불법 도박 사이트의 운영자들이 사람들을 모아 돈을 걸게 한 다음 배팅 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라는 명분으로 취득하는 구조다. 해당 사이트의 운영자는 배팅 항목이 많기 때문에 스포츠 종목에 대하여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불법 도박 사이트에 가입하는 절차 또한 간단하다. 성인은 물론, 미성년자도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인터넷 개인 방송의 스포츠 중계방송 채팅창에서 기자와 만난 한 사용자는 자신이 현재 고등학생(18)이라며 "인터넷 방송을 보고 문의를 하자 사이트의 운영자가 ‘추천인 아이디’라는 것을 알려 줬다"고 했다. 이 학생은 “그 사이트에서 그냥 아이디만 추천인 난에 입력하니 별도의 성인 인증이 없이 바로 가입이 돼서 오히려 놀랐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2000~3000원 정도로 가볍게 했는데, 나중에는 5만원에서 6만원 정도까지 배팅을 하게 됐다. 나도 이렇게까지 빠져들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주변 사람들의 만류로 스포츠 도박에서 간신히 빠져 나왔다고 한다.

이들 불법 사이트는 해외에 IP 소재지를 두고 있는 데다 수시로 주소를 바꾸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  도박에 참여한 사람들이 보낸 돈이 입금되는 통장도 ‘대포통장’이며 예금주 이름도 수시로 바뀐다. 때문에 몇몇 불법 사이트에서는 배팅한 돈만 빼낸 뒤 사이트를 폐쇄하고 도망가는 이른바 ‘먹튀(돈을 먹고 도망가는 행위)’가 발생하기도 한다.

직장인 박모(26) 씨는 최근 한 불법 배팅 사이트에 200만원가량 배팅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남은 돈을 찾을 수 없었고 며칠 후에 해당사이트가 폐쇄돼 돈을 그대로 날렸다. 김 씨는 “대출까지 받아서 스포츠 도박을 했는데 다 날려 버렸다. 전에도 한번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는 것을 집에 들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직접적인 피해자들도 있지만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로 인한 2차 피해 또한 심각하다.

“진짜로 가입하면 5만원 바로 줍니까?” 직장인 권모(58) 씨는 어느 날 휴대폰에서 이런 문자를 받았다. 처음에는 누군가 잘못 보낸 문자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 갔지만, 계속해서 같은 내용의 문자를 받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알고 보니 내 전화 번호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광고 번호로 이용되었던 것이었다. 처음엔 문자를 보낸 사람들에게 일일이 잘못 보냈다며 답장을 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느 날은 문자를 보낸 사람과 심하게 싸운 적도 있다”고 했다.

경찰은 불법 스포츠 도박과 연계된 인터넷 개인방송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 부족 등으로  불법 스포츠 사이트와 연계된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단속에 어려움이 겪고 있다. 부산 북부경찰서 사이버수사대의 한 담당자는 “이런 불법 도박 사이트들은 많은 사이버 범죄 중 하나의 일부분이다. 이 사이트들만 집중 모니터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이들 도박 사이트들은 모두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되고 있어 추적하기가 쉽지 않으며, 통장의 입출금 내역을 조사해도 대부분 대포 통장을 이용하고 있어 범인을 검거하기 힘들다고 했다. 또한, 피해자들도 도박을 했기 때문에 처벌을 두려워해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명 스포츠 선수까지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등 불법 스포츠 도박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므로 검찰과 경찰 등이 단속을 강화해 근원적으로 뿌리 뽑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와 일반 시청자들의 연결하는 숙주 구실을 하는 일부 인터넷 개인 방송의  일탈 행위부터 집중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네티즌들도 불법 도박 사이트에 경각심을 갖고 아예 접근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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