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곶 로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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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곶 로드카페
  • 취재기자 정혜민
  • 승인 2013.05.0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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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삼산동에서 715번 버스를 타고 송정마을을 지나 조금만 달리면, 시야가 확 트인다. 전면과 좌우 삼면이 푸른 바다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가슴 속 깊숙히 들어오고, 갯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이곳은 동해에서 가장 해가 먼저 뜨는 곳, 간절곶이다. 간절곶은 고기잡이 나간 어부들이 먼 바다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긴 간짓대(감나무서 감을 따기 위한 대나무 도구)처럼 보인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마음 속으로 간절히 바란다’고 할 때의 '간절'과 발음이 같아 "무엇인가를 향한 간절한 마음을 담은 곳"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해돋이 명소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간절곶에는 프로포즈 등대, 소망 우체통 등 볼거리들이 가득하다. 그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도로 위에 위치한 조립식 구조의 로드카페다. '길가에 위치해 있는 카페촌이란 뜻이다. 10년전부터 이곳에 하나 둘씩 멋진 모습의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이제 십수 개의 카페가 즐비해 있어, 하나의 카페 촌이 형성되고 있다.

▲ 간절곶에 줄지어 위치해 있는 로드카페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정혜민).

그중 하나 '바위소리'라는 운치있는 이름의 카페는 이곳 간절곶 카페촌의 제일 선배격이다. 10년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주인 김명순(36) 씨가 어머니가 운영한 카페를 이어받아 2대 째 운영 중이다. 김 씨는 "겉모습은 비슷해도 내부로 들어오면 각 카페마다 색다른 세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며 “10개가 넘는 경쟁 업체가 있어도 카페마다 분위기, 메뉴 등 차별화된 점이 있기 때문에 단 한 카페도 문을 닫지 않고 지금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 카페 ‘초코렛’에 위치한 미니 소망우체통(왼)과 간절곶 앞바다에 위치한 대형 소망우체통(오)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정혜민).

카페 ‘초코렛’을 가면 간절곶 앞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소망 우체통을 볼 수 있다. ‘초코렛’을 운영하는 김지연(29) 씨는 간절곶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앞바다에 위치한 대형 소망 우체통인데, 관광객이 몰려서 이용을 못하거나 엽서를 보내는 것을 깜박한 손님들을 위해 제작했다고 한다. 그녀는 “소망우체통은 간절곶 앞바다의 큰 소망우체통과 우리 카페의 미니 소망우체통 두 개뿐”이라고 다른 카페들과의 차별화된 점을 강조했다. 

우체통은 묵은 해와 새해가 교차하는 연말연시에 특히 인기를 끈다. 높이 5m, 둘레 12m인 우체통의 모양새도 1970년대의 것이어서 절로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간절곶 우체통은 2006년 12월 울산시가 만들었다. 소망우체통에 일반엽서를 넣으면, 우표가 없어도 주소만 정확히 표시하면 1주일 이내로 수취 희망인에게 배달된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하는 동안 카페에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유독 이곳만 그런가 했더니 다른 로드카페를 가도 마찬가지다. 로드카페를 자주 방문한다는 직장인 신성현(29) 씨는 “로드카페는 프렌차이즈 카페가 즐비한 도심과는 다르게 여유와 고즈넉함이 묻어나서 자주 오게된다”고 말했다.

▲ 로드카페에서 바라본 간절곶 앞바다의 모습 / 사진 정혜민

로드카페는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휴가철이 아니면 대부분 심야 드라이브를 오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에 새벽까지 영업을 한다. 회사일로 지칠 때 마다 간절곶으로 드라이브를 온다는 직장인 최예근(29) 씨는 늦은 시간 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로드카페는 언제나 기댈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라며 로드카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로드카페 운영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였다. 2005, 카페가 길가에 위치해 있는 지리적 특성상 자동차의 운행에 장애물이 된다며 시에 의해 강제 철거를 당했다. 이후 철거된 로드카페들이 자동차 이용에 방해가 되지 않는 도로 가에서 새로운 둥지를 피웠다. 로드카페를 운영하는 김지연(29) 씨는 가게 운영에 있어서는 안정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철거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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