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000만 원 청와대 특수활동비, 누가 어디에 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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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000만 원 청와대 특수활동비, 누가 어디에 썼나?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5.28 19: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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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총리실, 입장 갈려…"나간 돈은 있는데 쓴 사람은 없다"는 미스터리 / 정인혜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찬 채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 KBS 시청 화면 촬영 독자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 정지 기간 동안 청와대에서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35억 원이 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쓰이는 경비다. 수령자가 서명만 하면 사용처를 문서로 상부나 관계 당국에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영수증을 제출할 필요도 없다. 이에 특수활동비가 사적인 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눈먼 돈’, ‘쌈짓돈’이라는 별칭도 따라붙었다.

지난 25일 청와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특수활동비 예산으로 책정된 161억 9000만 원 가운데 현재 남은 돈은 127억 원가량이다. 청와대 특수활동비 전체 예산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35억 원가량이 지출된 셈이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돈이 쓰였다는 점이다. 탄핵안이 인용된 지난 3월 10일부터 약 70일 동안 청와대는 35억 원을 지출했다. 하루 평균 약 5000만 원씩 쓴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청와대의 특수활동비 용처를 밝히라고 일제히 공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지난 26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직무 정지된 대통령과 사실상 업무를 할 수 없었던 청와대가 하루 평균 5000만 원씩 사용한 게 상식적이냐”며 “청와대 조사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도 어떤 목적에서 특수활동비가 지출됐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은 대통령 없는 청와대가 특수활동비를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알 권리가 있다”며 “어떤 목적으로 어디에 사용된 것인지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 27일 박근혜 정부의 이관직 총무비서관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이 돈은 절대 박 전 대통령이 쓴 게 아니다”라며 “황교안 권한대행과 비서실장 이하 직원들이 썼다”고 말했다. 황 전 권한대행 측의 입장은 다르다. 총리실 임충연 총무기획관은 같은 날 JTBC에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황 전 대행이 무슨 수로 집행하고 썼겠냐”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혼자 사용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 관계자들이 사용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지난 28일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 간담회에서 특수활동비 논란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혼자 다 썼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며 “특수활동비는 각 수석실 산하 직원들이 적절히 분배해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특수활동비 용처를 추적하려면 감사나 수사를 해야 하는데, 청와대는 아직 이 부분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직장인 차우민(39, 서울시 강동구) 씨는 “직무 정지된 상태에서 누가 어디에다 마음대로 퍼다 썼는지 국민이 알아야 되는 것 아니냐”며 “나라 빚은 산더미로 만들어 놓고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효영(39, 충남 천안시 서북구) 씨는 “중소기업에서는 1년 연봉이 2500만 원이 안 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누구랑 나눠 썼든 하루에 2년 치 연봉을 썼다는 게 말이 되냐”며 “제대로 수사해서 관련된 사람들 모두 처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이날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대통령 비서실 특수활동비는 올해 125억 원에서 내년엔 97억 원으로 28억 원 감축되고, 특정업무경비는 37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22억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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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비산 2017-05-29 08:37:32
국회는 예산 편성 시 불법탈법 비리를 조장하는 특수활동비를 없애야 한다. 필요한 돈이라면 합리적 비목을 제시하라. 특히 특수활동비의 절반을 사용하는 국정원과 각 정부 부처도 우선 영수증첨부해서 줄이고 궁극적으로 조속히 없애라. 국회는 사용을 철저히 감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