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이 50만원 청바지에 100만원짜리 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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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이 50만원 청바지에 100만원짜리 운동화
  • 취재기자 신혜화
  • 승인 2013.04.26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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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나가는 청소년 명품바람.. 비용 벌기위해 유흥업소 알바까지
▲ 여고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C사의 운동화

40만원짜리 진 바지에 100만원짜리 운동화, 50만원이 넘는 지갑까지..

고교생 등 청소년들 사이에 터무니없는 명품 바람이 불고 있다. 학생으로선 도저히 손에 넣기 어려운 이들 초고가 명품을 사기 위해 불법도박에 몰입하거나 불건전한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학생들까지 적지않아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최근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소지품 검사를 한 결과 한 반 40여명의 학생들 중 거의 절반인 15~20명이 명품 운동화나 백팩을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일부는 청바지와 벨트, 지갑까지 값비싼 명품으로 치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학생들이 선호하는 프리미엄 진(디젤, 로빈스진, 아르마니 등)은 한 벌에 40만원을 웃돈다. 명품 지갑은 50만원 대이며, 여학생들에게 인기를 끄는 C사의 운동화는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M사의 백팩 역시 신상품의 경우 100만원을 웃돈다.

이들은 명품 구입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인터넷 불법도박을 하거나 유흥업소 아르바이트도 서슴지 않는다.

부산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김모(19) 군은 얼마 전 인터넷 스포츠토토를 통해 1만 5000원을 배팅하여 120만원을 벌었다. 김 군은 “반에서 10여명이 인터넷 토토로 돈을 벌어 사고 싶은 것을 산다“고 답했다.

또 부산 사하구에 사는 이모(18) 양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에 합격했는데 “용돈을 벌기 위해 일주일에 두세 번 유흥업소 알바를 하고 있다”며 “시급이 2~3만원이라서 하루에 30만원은 쉽게 번다”고 말했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분수에 맞지 않는 과소비와 부적절한 아르바이트에 대해 잘못이라는 의식을 전혀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값비싼 명품을 지니는 것이 또래 집단에서 특권층으로 대접받으며 남과 다른 개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부산 서구에 사는 박모(18) 군은 “같이 노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명품 벨트를 해서 나도 얼마 전 2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며 “명품을 가지고 있으면 친구들이 우월한 계층으로 보고 그만큼 대접을 해준다”고 말했다.

부산 중구에 위치한 L백화점 프리미엄 진 매장 여직원 이모(25) 씨는 “(매장 제품이) 거의 40만원 대의 상품이라 20~30대가 주 고객이었는데, 최근 10대 연령층의 고객 비중이 30%정도 늘었다”며 “주말에는 매출의 절반 정도가 10대 청소년”이라고 말했다.

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 학교 출석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해운대구 A 고등학교에서 학생지도를 담당 중인 교사 최모(48) 씨는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학생들이 꼭 한 반에 2~3명씩은 있는데 이들은 야간 아르바이트를 핑계로 가끔 무단결석을 할 때도 있다”며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지만, (학생들이) 학교 출결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해서 큰 문제”라고 답했다.

명품 가격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일부 청소년들은 인터넷을 통해 그와 비슷한 이미테이션(짝퉁)을 구입하기도 하나, 이미테이션이라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부산 서구에 거주 중인 정모(19) 양은 인터넷을 통해 C사 운동화를 구입했다. 정 양은 “정품은 100만원이 넘게 들고 현재 매장에서 품절이라 구하기 힘들다”며 “인터넷에서 짝퉁을 40만원 주고 샀는데 친구들은 정품인 줄 안다”고 말했다.

대학생 자녀와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 김모(43) 씨는 “우리 아이만 갖고 있지 않다면 기죽이는 것 같아 무리해서라도 사주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이라며 “20대 큰 아이보다 10대 작은 아이가 사치가 훨씬 심한데 아직 어려서 그런지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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