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헌책방 등장에 신간 서점 도난사고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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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헌책방 등장에 신간 서점 도난사고 골머리
  • 취재기자 권경숙
  • 승인 2013.04.1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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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값 쳐준다" 유혹에 '상업형 책도둑' 극성
▲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발견된 도난품 의심 도서들. 원 판매처인 신간서점 소인은 있으나 판매일자 도장은 찍혀있지 않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부산 등 대도시에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열고 비교적 후한 값에 책을 사들이기 시작하자 기존 신간서점에서 책을 훔쳐다 파는 서적 도난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알라딘은 헌 책을 매입하면서 책의 보유랑, 상품 상태, 책 종류 등에 따라 '적정 가격' 지불을 표방하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기존 중고 서점보다 높은 가격을 처준다.  이에 따라 대형 신간서점에서 책을 '슬쩍'해 알라딘 중고서점에 파는 '판매 목적형 책 도둑'이 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한 달에 수십 권에서 수백 권씩 도난당한 서점도 적지않다. 최근 부산의 B 서점 관계자들이 알라딘 중고서점을 방문해 판매일자 도장이 찍히지 않은 자기 서점 책들을 다수 확인하면서 알라딘 측에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서점의 한 관계자는 “2009년부터 3년 동안 도난 및 분실로 인한 재고 손실이 감소 추세에 있었는데 지난 2012년 알라딘 개업 이후 급작스런 증가세를 보였다"면서 “이를 이상하게 여겨 알라딘을 방문한 결과 일부인(날짜 도장)이 없는 우리 서점 도서를 다수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서점은 지난해 12월 한 남성이 무려 500여 권의 도서를 훔쳐 알라딘 중고서점에 판매한 것을 적발한 적도 있다.

또 부산의 K 서점은 “도난 피해가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다”며 “몇몇 도둑을 잡겠다고 다수의 고객들에게 불편을 줄 수야 없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과거 책이 귀하던 시절,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고 했으나, 요즘 등장하는 상업형 책도둑은 엄연한 절도범”이라며 “도난 서적을 보유, 판매한 업체도 장물 취급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알라딘 부산점 부점장 박철우(34) 씨는 “도서 매입 시 날짜 도장 및 도서 구매 영수증을 확인하고 있다”며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의심이 되는 고객은 경고 알람이 뜨도록 등록해 두고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알라딘 중고서점의 등장이 책 도난 사건 빈발의 원인으로 눈총을 받고 있지만 새로운 문화공간이 생겨났다며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일률적인 도서가격 책정이 이뤄지고 책 정리가 잘 돼있어 원하는 중고 서적을 찾기가 쉬워졌다는 것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을 찾은 이혜신(30 ∙ 부산시 북구 금곡동) 씨는 “시내 중심가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책들이 체계적으로 분류돼 있어 원하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김철환(60 ∙ 뷰산시 남구 남천동) 씨는 “우리 시절에 허름했던 책방과 달리 누구나 앉아서 읽을 수 있도록 잘 꾸며 놓은 공간 덕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아니겠냐”며 “가격이 저렴해 손자들에게 새 것 같은 책을 부담 없이 사줄 수 있다”고 전했다.

부산 서점조합 이영호 조합장은 “중고 서점 등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도난 사고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지금처럼 상습적이고 규모가 크면 문제”라고 밝혔다. 이 씨는 “전국에 서점이 1994년 5700개에서 2013년 현재 1700개로 줄어드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책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책이 유통될 경우 책 시장은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씨는 “중고 서점과 서점은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라며 “서점 상인들도 시민들의 독서열기 제고에 도움을 주는 대형 중고서점의 시장 진입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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