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은 나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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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은 나쁜가요?
  • 경성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박기철
  • 승인 2013.01.0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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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호의 자신감

신재호라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머리도 좋고 인물도 좋고 운동도 잘 합니다. 아버지가 잘 나가는 병원 원장으로 부자집 아들입니다. 꿀릴 게 없는 완벽한 아이입니다. 재호는 일등주의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그의 부모들은 자식에게 너는 남보다 항상 우월하다는 자신감을 듬뿍 심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민구라는 친구가 전학을 왔습니다. 이 친구가 공부를 아주 잘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재호는 늘 그랬던 것처럼 민구에게도 우월하다는 자신감을 가집니다. 그런데 민구가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중간고사 시험에서 민구가 전교 2등을 하였습니다. 물론 재호는 1등을 해서 민구에 대한 우월한 자신감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네가 뛰어봤자 벼룩이지!” 하지만 기말고사에서 등수가 뒤바뀌고 말았죠. 한민구 1등, 신재호 2등! 늘 남보다 우월하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재호는 이 엄청난 역전의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죠. 결국 그는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을 하고 맙니다.

한민구의 열등감

한민구는 원래 어렸을 때부터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아이였습니다. 심장이 안좋아 남보다 몸이 약해 친구들과 잘 뛰어 놀지도 못했으며, 부모님도 민구가 초등학생 때 일찍 돌아가 할머니가 키운 아이였습니다. 할머니는 무조건 민구가 해 달라는 것을 해주어 버릇없게 키운 것이 아니었죠. 민구가 가진 열등감과 어려움을 이기도록 민구의 손을 붙잡으며 늘 기도하여 강단있게 키웠습니다. 할머니의 기도 덕분인지 민구는 자신이 가진 열등감을 이길 수 있었습니다. 열등감을 이겼지만 그것이 남보다 우월하다는 자신감으로 변한 것은 아니었죠. 대신에 민구는 자신을 낮게 보지만 무엇이든 이겨나갈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용기로 민구는 공부도 잘 했습니다. 민구가 재호를 제치고 1등이 되어도 민구는 절대 우월한 자신감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꼭 이 1등 자리를 놓쳐서 안된다는 강박관념도 가지지 않았습니다. 학교 아이들은 처음에 재호를 죽게 하고 공부만 잘 하는 아이라고 민구를 왕따시켰습니다. 하지만 민구는 왕따 당하는 것을 겁내지 않았습니다. 민구의 겸손한 담대함은 흘러 넘쳤습니다. 결국 아이들은 민구에게 점점 끌리게 되었습니다.

열등감 극복의 문제

남보다 우월하다는 오만한 자신감은 상처받기 쉽습니다. 우월한 자신감의 크기가 클수록 마음속의 상처는 더 클 수 있습니다. 상처가 클수록 극단적 행동을 할 위험이 큽니다. 재호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우리 현실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신문에 보면 자살하는 아이들 기사가 나옵니다. 그런 기사를 읽으면 아이의 죽음이 불쌍하기도 하지만 그 아이가 어려운 상황을 이기지 못한 사실이 안타까워 불쌍합니다. 재호처럼 우월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열등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원래 재호처럼 우월감보다는 민구처럼 열등감을 느끼는 존재이니까요. 중요한 건 열등감에 휩싸이느냐, 이기느냐의 문제지요. 열등감은 인간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동력일 수도 있죠. 그렇게 열등감을 이겼다면 겸손한 담대함, 즉 낮은 자로서의 높은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열등감을 버리고 우월한 자신감을 가지며 살기보다 열등감을 이기고 겸손한 담대함을 가지며 살아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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