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의 범죄, 편견은 금물...치료 환경 개선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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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의 범죄, 편견은 금물...치료 환경 개선 급선무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4.10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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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조기 발견 중요, 치료 시스템 서둘러야” / 정인혜 기자

조현병을 앓는 A(49) 씨가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되면서 조현병 환자에 대한 허술한 치료 시스템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10일 울산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A 씨는 이날 오후 1시 45분께 울산 북구 자신의 어머니(71) 가게에서 서로 말다툼을 하던 중 흉기로 어머니를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인천 둔촌동에서도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A(17) 양은 인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놀고 있던 B(8) 양을 유인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뒤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아파트 옥상에 유기했다. 조현병으로 주기적인 치료를 받아온 A 양은 범행 전날에도 조현병 치료를 받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 밖에도 지난해 5월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범인도 경찰 조사 결과 조현병 환자로 밝혀졌다.

조현병은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정신 질환이다. 지난 2011년까지는 정신분열증으로 불렸지만, 사회적 이질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조현병으로 개명됐다.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망상과 환각이다. 망상의 내용은 피해망상, 과대망상부터 신체적 망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조현병 환자들은 대게 충동 조절에 문제가 있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국내 조현병 환자는 10만 6100명에 이른다. 지난 2013년에는 10만 2700명, 2014년에는 10만 4000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정신질환자의 범죄 기소율도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검찰청에 따르면, 범죄로 기소된 정신질환자는 지난 2006년 2869명에서 지난 2015년 3444명으로 급증했다. 10년 사이 13%나 증가한 셈이다. 이중 살인·강도·성폭력 등 강력 범죄로 재판에 넘겨진 정신질환자는 160명에서 358명으로 123% 급증했다.

이렇듯 조현병 환자의 범죄가 급증하는 데 반해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시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주부 오모(부산 연제구) 씨는 “뉴스 틀 때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조현병 환자 살인사건이 나오는 통에 불안하다”며 “조현병 환자를 무조건 터부시하자는 게 아니라, 범죄 위험이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를 정부에서 맡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5월 말부터 시행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은 입원 기준이 더 엄격하게 바뀐다.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의 골자는 ‘개인 의사에 반해 정신병원에 강제 감금이 되지 않도록 입원 기준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현재 전국 정신병원에 입원한 6만 5000여 명의 환자들은 입원 적정성을 모두 다시 평가받아야 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측은 법안이 시행되면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 1만 9000여 명 이상이 한꺼번에 퇴원해 사회로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정신질환자 입원 기준 완화 대책의 일환으로 개정안 제44조 2항을 통해 ‘경찰은 범죄 가능성이 있는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을 의사 등 의료 관계자에게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지만,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전문적 지식도 없는 경찰이 자의적인 판단을 통해 환자를 가두고 수용하는 것은 예방 차원보다 인권침해 소지가 더 크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조현병 환자에 의한 범죄가 발생한다고 해서 무조건 기피할 것이 아니라 조기발견과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반인에 의한 강력 범죄에 대해선 그냥 지나치면서 유독 조현병 환자의 범죄만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자체가 편견이라는 것이다. 정책 개정보다 낙후된 정신질환 치료 환경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차기 이사장은 지난 4일 정신건강 주간 선포식 기자 간담회에서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이 자칫 치료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얼마 전에도 큰 사고가 있었고, 강남역 사건 등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법적인 것들을 해결해줘야 의사가 의학적으로 진료할 수 있다”고 정부에 치료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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