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학점 높으면 오는 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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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학점 높으면 오는 돈 많다?”
  • 취재기자 김지현
  • 승인 2013.03.1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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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있으면 다되는 대학
▲ 부산소재 S 대학교 게시판 내 과목양도를 원하는 글

 “계절학기 대리수강 알바 구합니다. 학점 높으신 분, 관련 전공자 분 우대해 드립니다. 선금은 상의 후에 드리고 이 후 성적 나오면 성적에 따라 추가로 지급해 드립니다.” 지난여름. 계절학기 신청이 끝나갈 무렵 한 대학교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거래는 주로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직접만나서 선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요즘 대학가에서는 이처럼 암암리에 ‘강의거래’ 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매년 새 학기, 계절학기, 취업 시즌이 다가오면 대학가에는 대리수강인을 모집하는 일이 빈발한다. 대리 출석은 기본이고, 채플· 교양 과목· 영어모의고사 등을 포함해 각종 시험도 다른 학생이 치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토익·토플 시험처럼 엄격한 신분 확인 절차가 없고, 학점이나 졸업 자격과 직결되기 때문에 쉽게 대리시험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제는 이를 넘어 고액을 지급하고 대리수강을 맡기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 측은 특별한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을 상대해야 하는 교수가 이들을 일일이 확인 해 걸러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몇 년 전에 다른 학교에서도 저런 유사한 사건 있어서 올린 사람, 대출자 모두 중 징계받던 사례가 있다. 글쓴이를 학교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갈수록 비난이 거세지자 해당 글은 삭제되었다.
 몇몇 대학은 대리수강을 막기 위해 사진출석부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80여명이상이 수강하는 교양과목에서는 사진을 대조하면서 학생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수업이 끝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효과가 없다.
 이 같은 허점을 이용해 대리수강 역시 주로 수강인원이 많은 교양수업에서 이뤄지고 있다. 수도권 소재 H대학 관계자는 “대리수강은 학생들 사이에서 조차 쉬쉬되고 덮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장을 적발해 규제할 순 없다”며 “사실상 현재 시스템으로 대리수강하는 학생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계절학기에 경우 10만원~50만원, 정규학기에 경우 한 학기당 50~100만 원 정도의 거액의 돈이 오가는 만큼 대학생들 사이에서 위화감을 조성하고 상대적으로 금전적 박탈감을 느끼는 학생들도 많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어떤 수단이나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쉬쉬하며 용납이 되는 분위기 속에서 별다른 죄의식 없이 대리수강자를 매수하는 것도 문제다.
 동의대학교에 재학 중인 오지원 (22 신문방송학과) 씨는 “학생의 신분으로 어떠한 양심의 가책도 없이 이러한 검은 돈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은 처벌받아 마땅하다” 며 대학 내에서 철저한 단속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부산소재 S 대학교 게시판 내 과목양도를 원하는 글
   대학가는 계절학기 대리 수강알바, 대리출석 등 거물급의 검은돈거래 외에도 작은 돈 거래들이 판을 치고 있다. 수강신청 직후 수도권 소재의 S대학교 포털 게시판에는 간절해 보이는 글이 올라왔다. “졸업을 위해 꼭 들어야 하는 필수 과목이지만 수강정원이 차버려 번번히 수강신청에 실패하고 졸업을 압둔 마지막 학기인 이번 또한 실패했다. 꼭 졸업을 해야 하는데 ‘글로벌 리더쉽’ 수강신청을 양도해 달라. 적절한 사례는 꼭 하겠다.” 는 내용이었다. 수강신청, 수강정정 기간이면 이 외에도 비교적 수월하게 학점을 받을 수 있는 ★‘패스’ 과목이나 ‘★‘이러닝’ 과목의 양도를 원하는 글들로 넘쳐 나는 대학포탈 게시판은 마치 시장을 연상하게 한다.

★패스과목: 시험 없이 진행되는 수업으로 일명 ‘P학점’으로 불리는 과목, 정해진 출석일수와 레포트만으로 이루어진다. 학점은 주되 차등적용 되는 학점이 아닌 ‘Pass' 혹은 ’Fail‘ 로 표시되는 과목이다.
★이러닝: ‘Enternet learning’ 의 약자로, 직접 학교에 가서 듣는 수업이 아닌 컴퓨터로 듣는 수업이다. 직접학교에 가지 않고 어디에서나 컴퓨터만 있으면 들을 수 있다.

 이러한 검은돈 거래가 성행하면서 졸업학점을 모두 채웠음에도 PASS 과목, 이러닝 과목을 신청했다가, 돈을 주고 양도하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 소재 K대학 대학생 이모(23.여) 씨는 “교양학점을 모두 채웠지만 과목거래로 돈을 벌어보려는 목적으로 수강신청 했다가 양도하는 학생들을 주변에서 많이봤다. 그렇게 수강신청을 해도 교칙에 위반되거나 제재당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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