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의 운명, 영화 '더 킹'에 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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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의 운명, 영화 '더 킹'에 힌트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4.09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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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동창생, “싸가지 없었다” 증언...네티즌들 "권불십년 실감" / 정인혜 기자
우병우의 청문회 출석 모습(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국정농단 사태 마지막 핵심 인물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그의 공직 인생이 재조명되고 있다. SNS에서는 구속 위기를 맞은 그를 향해 '사필귀정', '권불십년' 등 사자성어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우병우는 1967년 1월 28일 경상북도 봉화군에서 교사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이후 영주시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의 장래 희망은 학창시절부터 줄곧 검사였다고 알려졌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1월 7일 ‘우병우 전 수석과 청와대 비밀노트’ 편을 방송했다. 해당 회차에는 우병우의 과거 지인들이 그에 대해 회고하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우병우의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은 이날 방송에서 “우병우에게 왜 검사를 하려고 하느냐 물었더니, ‘정의로운 사회와 부정부패 없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말한 게 생각난다”며 “당돌하리만큼 또박또박 말했다. 참 독특한 학생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 방송에서 우병우의 동창들은 그에 대해 “싸가지가 없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우병우가 이사장에게 직접 찾아가 교사를 교체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 한 동창은 방송에서 “당시 나도 그렇고 병우도 그렇고 고등학교 때 싸가지가 없었다”며 “그게 잘못된 거라고 지적해주는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영주고등학교를 졸업한 우병우는 1984년 18세가 되던 해에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다. 이어 3년 뒤 만 20세에 29회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친구들이 대학생활에 한창일 때, 이미 기업인들에게 대우받고, 정부 인사들과 술자리를 같이하는 인물이었던 셈이다.

1990년 차석으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그는 검사 생활 내내 동기 중 최선두권으로 평가받으며 주로 특수부 계통의 검사로 활동했다. 우병우는 ‘이용호 게이트’, ‘박연차 게이트’, ‘부산저축은행 대출 비리’ 같은 초대형 사건을 맡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앙수사1과장이 된 우병우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박연차 로비 사건 수사를 담당했다. 그는 사건의 기소를 담당하는 주임검사로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취조했으며, 윗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고집했다고 한다. 당시 우병우가 노 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노무현 씨,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도 사법고시 선배님도 아닌 그저 뇌물 수수 혐의자로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우병우 본인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 대부분은 검찰 조직에서 물러나거나 승진에 실패했다. 우병우도 이후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두 번 연속으로 탈락하며 지난 2013년 검찰을 떠났다.

끝날 것만 같았던 그의 공직 인생은 지난 2014년 5월 대통령 민정비서관 임명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어 청와대 입성 8개월 만인 이듬해 1월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승진했다. 역대 최연소 민정수석이라는 기록을 세운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몇 안 되는 참모로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검찰 조직을 장악하다시피 했다.

지난해 7월, 언론에서 우병우 비리를 집중 조명하면서 사퇴 요구가 거세졌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국기 문란’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몇 달에 걸쳐 우병우를 필사적으로 보호했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10%까지 떨어지자, 안종범 정책수석 등과 함께 경질 처분을 받았다.

이어 지난해 11월 6일 횡령 및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출석했다. 당시 한 기자가 가족회사 관련 의혹 질문을 꺼내자 기자를 노려보는 모습이 방송을 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같은 날 오후 9시 25분께는 두 손을 공손히 모은 검사들 앞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 조선일보 사진기자의 사진으로 포착돼 ‘황제소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 6일 열린 검찰 소환조사 출석 과정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기자들의 질문에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9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우병우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주요 혐의는 직권남용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 검찰수사 방해, 개인 비리 등 총 11개다.

우병우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을 접한 여론은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이다. 네이버 아이디 reod*** 씨는 “권불십년을 실감한다.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 같다”며 “꼭 구속돼서 구치소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네티즌 promi*** 씨는 “개인 이익을 위해 나라를 망친 부역세력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용서하면 안 된다”며 “본보기를 위해서라도 꼭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 hiii0** 씨는 “영화 ‘더 킹’ 현실판을 보는 것 같다”며 “즉각 구속해 가중처벌하고 평생 사면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마지막 핵심인물 우병우가 구속될 수 있을지 법원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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