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당신, 뇌를 쉬게하라" 2017 한강 멍때리기 대회 30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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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당신, 뇌를 쉬게하라" 2017 한강 멍때리기 대회 30일 개막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4.0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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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놓고 아무것도 안하기 시합...3500여 명 참가 신청, 2014년 첫 대회우승자는 9세 초등생 / 정인혜 기자
멍때리기 대회 개최 소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 멍때리기 대회 공식 포스터).

‘멍때리기 대회’ 개최 소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멍때리기’란 ‘멍하다’의 어근 ‘멍’과 ‘낮잠을 때리다’ 등으로 흔히 일상에서 쓰이는 속어 ‘때리다’를 붙여 만든 단어로, 정신이 나간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서울시와 웁쓰양컴퍼니가 공동 주최하는 ‘2017 한강 멍 때리기 대회’는 오는 30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망원한강공원 성산대교 인근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는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대회 참가자는 무료함과 졸음을 이겨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면 된다. 말 그대로 아무런 생각 없이 가장 오래 앉아있을 수 있는 사람이 우승하는 대회다.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이 착용한 심장박동 측정기를 통해 가장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참가자를 가려낸다. 이후 시민투표를 합산해 최종 1, 2, 3등을 선발한다. 수상자에게는 트로피와 상장이 주어진다. 증서는 참가선수 전원이 받게 된다.

대회 도중에는 말, 움직임이 일체 금지된다. 다만 참가자들은 빨강, 파랑, 검정, 노랑색 카드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 졸리면 빨강, 갈증이 날 때는 파랑, 더우면 검정, 기타 불편사항은 노랑색을 흔들면, 진행요원이 마사지를 해주거나, 물, 부채 등을 제공한다. 심장박동에 변화가 생기는 등 멍때리기에 실패했다고 판정받으면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한다.

대회 참가자가 지켜야 할 규칙은 여섯 가지. ▲휴대폰을 확인하는 경우, ▲졸거나 잘 경우, ▲웃거나 잡담하는 경우,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경우, ▲주최 측에서 제공한 음료 외의 음식물을 섭취하는 경우, ▲기타 상식적인 멍때리기에 어긋나는 모든 행위 등은 ‘탈락사유’에 해당한다.

멍때리기 대회는 신청 하루 만에 3500여 명이 접수하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박기용 서울시 한강사업 총무부장은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신청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참여 선수가 아니더라도 행사 당일 현장에서 멍때리기 대회를 관람하면서 함께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멍때리기 대회는 지난 2014년 서울시청 앞 잔디밭에서 처음 열렸다. 당시 이 특이한 대회에 대해 전 세계 여러 매체가 “피로가 큰 한국 사회의 현상”이란 점을 조명하며 관심 있게 보도했다. 당시 영국 가디언지는 “세계에서 통신망이 가장 잘 발달한 나라 중 하나인 한국에서 수 십 명의 사람들이 멍 때리기(space out) 대회에 참가했다”며 “스마트폰, TV, 컴퓨터 사용으로 인한 정보 과잉에 시달리는 뇌를 쉬게 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멍때리기는 뇌 건강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KBS <생로병사의 비밀>은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멍때리기를 소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멍 때리는 행위는 뇌파와 심박변이도(HRV) 검사 결과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오는 뇌파인 하이베타파의 양을 감소시켰다. 

2회 대회는 이듬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1회 대회를 개최한 지 불과 8개월여 만에 국제 대회 규모로 발돋움한 것이다. 이어 지난해 3회 대회가 수원에서 열렸고, 올해가 벌써 네 번째 대회다. 오는 8월에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국제 대회도 열린다.

2014년 제1회 멍때리기 대회 우승자 김지명 양(사진: 서울시 페이스북).

1회 대회에서는 당시 9세 초등학생 김지명 양이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당시 김 양의 모친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학원에서 멍 때리는 경우가 많아서 혼내다가 참가를 권했다”며 참가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3회 대회에서는 힙합 가수 크러쉬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무릎을 끌어안고 멍한 표정으로 대회에 임하는 모습으로 네티즌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네이버 아이디 dre*** 씨는 “하루종일 멍때리는 것도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닌데 다들 대단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 qwer1*** 씨는 “수십 명이 한데 모여 멍때리고 있는 광경을 꼭 구경하고 싶다”며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며 씁쓸해하는 의견도 더러 눈에 띈다. 아이디 roa8*** 씨는 “대회 자체의 취지는 특이하고 흥미롭지만, 다들 얼마나 정신없이 살면 멍때리기 대회에 이렇게 관심이 쏠리는지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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