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선경(27, 부산시 영도구) 씨는 지난달 31일 셀카를 확인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진 속 본인의 어깨 너머로 희미한 귀신 형상이 찍혀 있었던 것. 잘못 봤나 싶어 거듭 확인했지만 틀림없는 귀신 얼굴이었다.
곧바로 자취방을 뛰쳐나온 이 씨는 울면서 부모 집으로 달려갔다. 부모님 얼굴을 뵙고서야 겨우 안정을 되찾은 이 씨는 심령사진에 대해 검색해 이날 각 인터넷 포털에서 심령사진이 화두인 것을 확인했다.
특이하게도 그날 심령사진을 찍은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진 어플리케이션 ‘롤리캠’을 이용해 사진을 촬영했던 것. 롤리캠 앱 제작사에서 '만우절 이벤트'로 귀신 사진을 합성한 것이다.
이 씨는 “만우절 이벤트고 뭐고 집에서 혼자 사진 찍다가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며 “두 번 다신 롤리 캠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카메라 앱 ‘롤리캠’ 이용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귀신 얼굴이 함께 담긴다는 이유에서다.
롤리캠은 시어스랩이 출시한 셀카 동영상 앱이다. 스티커·그림 자동 합성, 셀카 자동 보정 기능 등으로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200만을 달성하는 등 스마트폰 이용자들 사이에서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의 귀신 얼굴은 지난 29일 앱 업데이트가 이뤄지면서부터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검색창에 ‘롤리캠’을 검색하면 ‘롤리캠 심령사진’, ‘롤리캠 심령’, ‘롤리캠 유령’ 등이 연관 검색어로 떠오른다. 많은 사람이 검색했다는 뜻이다. 이용자들은 한 목소리로 제작사를 비판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온 가족이 해외여행 중인데 사진을 보고 너무 놀라서 다들 아무 것도 못 하고 벌벌 떨었다”며 “무서움을 많이 타는 사람으로서 정말 화가 난다. 생각할수록 너무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사전 공지도 안 하고 이런 해괴한 일을 벌이다니 생각할수록 이해를 못 하겠다”며 “안 그래도 겁이 많은 성격인데, 정말 기절할 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두 번 다시 롤리캠으로 사진 찍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금전적‧물리적 피해를 호소하는 이용자들도 더러 눈에 띈다. 한 숙박 업주는 방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손님의 항의에 환불을 해줬다며 금전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해당 손님이) 여기서 귀신 나온다고 인터넷에 올려서 손해를 입으면 어떻게 책임질 거냐”며 롤리캠 측에 확실한 해명과 조치를 요구했다.
휴대폰 수리비용을 요구하는 이용자도 다수다. 귀신을 보고 놀라 휴대폰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액정이 부서졌다는 것. 한 이용자는 “놀라서 휴대폰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액정이 산산조각이 났다”며 보상을 요구했다. 해변에서 사진을 찍다가 놓치는 바람에 휴대폰이 침수됐다는 이용자도 있다.
항의가 빗발치자 롤리캠 측은 앱 공지란을 통해 ‘많이 놀라신 유저분들께 심려 끼쳐드려 사과드립니다’라는 짤막한 사과문을 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