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가스', '고추로 맨든 가루'…다시 입길 오른 박근혜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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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가스', '고추로 맨든 가루'…다시 입길 오른 박근혜 어록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4.01 00:3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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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계기로 네티즌에 회자된 박근혜 식 어법..."비극은 '불통' 언어에서 싹튼 것" 주장도 / 정인혜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후 그의 어록이 또다시 네티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유난히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많았다. '선거의 여왕'에서부터 '최초의 여성 대통령', '최초의 부녀 대통령' 등등. 박 전 대통령의 정치역정이 그야말로 파란만장했기 때문이다.

영광스러운 수식어만 따라다닌 것은 아니었다.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4%라는 역대 대통령 최저 지지율을 갱신했고, 사상 최초 탄핵된 대통령이란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이 중에서도 박 전 대통령을 끈질기게 따라다녔던 수식어는 단연 ‘불통’이다. 여기엔 박 전 대통령의 소통 태도 외에도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세간의 반응도 한몫했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독특한 발언으로 구설에 자주 올랐다. 뒤죽박죽인 어순과 ‘뭐’, ‘이렇게’, ‘굉장히’ 같은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그’, ‘저’ 등의 대명사로 채워진 중언부언 화법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아닌 ‘혼’, ‘우주’, ‘에너지’ 등의 단어를 쓰기도 했다. 당시 일각에선 ‘근혜어’, ‘유체이탈어’라는 유행어가 생겼고, SNS에서는 ‘박근혜 번역기’까지 등장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말 배우는 어린아이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며 그의 화법을 ‘베이비 토크’에 비유하기도 했다. 전 전 의원은 “박근혜는 ‘대전은요?’, ‘참 나쁜 대통령’ 등 늘 짧게만 대답한다”며 “처음에는 무슨 심오한 뜻이 있겠거니 했다. 그러나 사실 아무 내용이 없다”고 박 전 대통령의 화법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돌발 연설 동영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즉석 연설을 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즉석에서 한 말은 상황에 맞지 않거나 잘못된 비유, 비문, 공감력 부족이라는 비판을 받기 일쑤였다.

▲ “어떻게 하면 이산화가스, 산소가스를 배출하는 데...이산화가스...그 탄소를 배출하는 것을 기업 쪽에서는 적극적으로 하고 둘이 같이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세계 각국 대표들이 1977년 교토의정서를 협의했다”며 “한국이 10대 이산화탄소 배출국가인데, 어떻게 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총량을 맞춰갈 수 있는가”라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이 한 대답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그’, ‘저’라며 쉽게 말을 잇지 못한다.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이산화가스’, ‘산소가스’로 말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서강대 공대 전자공학과 수석졸업생이라는 사실과 맞물려 큰 화제가 됐다.

▲ “저는 오늘로 지난 15년 동안 국민의 애환과 기쁨을 같이 나누었던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 (2012년 비례대표 국회의원직 사퇴 기자회견)

박 전 대통령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직을 사퇴한다”는 말실수를 했다. 이후 기자들이 웅성거리자 자신의 말실수를 알아채고 급하게 ‘국회의원직’으로 수정했다. 당시 심리학자들은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한참 후에 지적을 받고 나서야 알아차린 것은 자신이 이미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 “공공 부문부터 소,솔선을 수범,수범해 가지고” (2012년 대선후보 TV토론 프로그램)

박 대통령은 TV토론회에서 서민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한 답변을 이어가던 중 “공공부문부터 소,솔선을 수범,수범해가지고”라며 더듬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 언어 전문가는 “솔선수범이라는 낱말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해 ‘솔선을 수범하고’로 늘이는 것”이라며 “말 전체가 그럴듯해 보이면 그걸 그대로 흡수하려는 경향이 아주 심하다”고 지적했다.

▲ “지하경제를 활성화한다든가 이렇게 달성해서 재원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2012년 대선후보 TV토론 프로그램)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문재인 후보가 복지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 묻자 ‘지하경제 활성화’라는 발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민주통합당 박광온 대변인은 “박 후보가 지하경제 활성화를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개발독재식 사고에 머물러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느날 일기를 쓰는데 그 말을 쓴 기억이 나요.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 그게 제 입장이었어요” (2012년 SBS <힐링캠프>)

2012년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박 전 대통령은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자신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하며 이같이 발언했다. 영국의 유명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바쁜 꿀벌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는 명언을 잘못 말한 것으로 보인다.

▲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2014년 신년 기자회견)

해당 발언은 최순실의 작품이라는 주장이 거듭 제기됐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통일 대박은 이모(최순실)의 아이디어가 맞다”고 밝혔다.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직후 7시간 만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이같이 질문했다. 당시 TV 생중계를 통해 온 국민이 대다수 탑승자가 선체에 갇혀 탈출이 어렵다는 사실을 아는 가운데, 대통령만 모르고 있었던 셈이 됐다. 이 질문은 이후 세월호 7시간 동안 박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된 단초를 제공했다.

지난 2015년 청와대에서 열린 어린이날 축하 행사(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 그래서 꿈은 이루어진다” (2015년 청와대 어린이날 축하 행사)

지난 2015년 청와대에서 열린 어린이날 축하 행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초등학생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 발언은 인터넷에서 온갖 패러디와 비아냥의 대상이 됐다. 한 언어전문가는 이를 사교 교주였던 최태민에게서 영향을 받은 ‘영매 어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 “고추로 맨든 가루...이건 굉장히 귀하네요” (2016년 여름휴가)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휴가 중 서민경제 행보 차원으로 울산광역시의 한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시장의 물건을 신기하게 여기는 박 전 대통령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고춧가루를 보며 위와 같이 발언해 구설에 휩싸였다. 당시 네티즌들은 “대통령 덕분에 고춧가루가 귀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창조경제 작품이다” 등의 조롱 섞인 반응을 보냈다.

▲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2016년 청와대 국무회의 모두발언)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동안 가장 많은 구설에 휩싸인 해당 발언은 국무회의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나왔다. 언어전문가들은 박 전 대통령이 최태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증거가 ‘우주 발언’과 해당 발언에서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자리에서 어떤 ‘귀기(鬼氣)’ 같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 “청와대에서 나름대로 했는데, 그것을 그냥 어떻게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고, 계속 그냥 그때 무슨 일이 있었다하는 것으로 계속 나아가니까 이게 설명하고 그런 것이 하나도 의미가 없이 된 것으로 기억이 돼요.” (2017년 청와대 출입기자단 신년간담회)

박 전 대통령은 탄핵소추 이후 23일 만에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자신과 관련한 의혹을 부인했다. 당시 한 기자는 탄핵 소추안 통과 이후 소회,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생각,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 물었다. 박 전 대통령의 해당 답변은 세월호 의혹에 대한 대답으로 ‘추측’된다.

▲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2017년 서울중앙지검 청사)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남긴 마지막 발언이다. 그는 검찰과 법원에서 적용된 모든 혐의를 부인했지만, 지난 31일 끝내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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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견 2017-04-17 01:43:14
깜방에 식사를보고 진수가 성찬이네요

김김 2017-04-01 12:22:45
유구가 무언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