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 카스테라, 채널A 먹거리 고발 프로그램으로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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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 카스테라, 채널A 먹거리 고발 프로그램으로 직격탄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3.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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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 과다사용" 방송 후 손님 '뚝', 각 체인점 줄도산....업주들, "과장보도 때문에 밥 굶을 판" / 정인혜 기자

한때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던 대왕 카스테라 업체들이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고발 프로그램 <먹거리X파일> 방송 이후 매출이 급감한 탓이다.

지난 12일 채널A <먹거리 X파일>은 최근 유행하는 대만식 대왕 카스테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신선하지 않은 재료들이 쓰인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신선한 달걀 대신 가공된 액상 달걀이 사용되고 있으며, 우유와 달걀보다 식용유가 더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방송이 나간 이후 전국의 대왕 카스테라 매장들은 매출 직격탄을 맞고 있다. 

28일 부산의 한 대왕 카스테라 가게는 한 달 전에 비해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평소 빵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길게 줄지어 기다리던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매장 직원은 손님이 급감한 이유에 대해 “그 X같은 방송 때문”이라며 극도의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방송 이후에 손님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며 “(대왕 카스테라 가게들이) 요즘 줄줄이 망하고 있다던데 아마 우리 가게도 곧 망할 것”이라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손님이 줄어든 가게는 이 곳뿐만이 아니다. 부산의 서면, 남포동, 경성대 등 수많은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대부분의 대왕 카스테라 가게에도 사람들이 사라졌다. 

서면의 한 카스테라 가게 점주는 매출 급감을 걱정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는 방송이 나간 바로 직후인 지난 13일부터 손님이 줄기 시작해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손님 급감으로 인한 매출 타격은 2000만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하루 평균 150만 원이던 매출이 5분의 1 수준인 30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는 것. 

그는 “아르바이트생도 이번 달까지만 쓰고 다음 달부터는 아내와 둘이 일하기로 했다”며 “가게 연다고 빌린 대출 이자도 다 못 갚았는데 쫄딱 망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발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고발 프로그램의 보도가 가게의 폐업 당락을 결정하는 만큼 철저한 검증을 거쳐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카스테라 가게 주인은 “말 같지도 않은 소상공인 지원 사업 같은 이야기 좀 제발 집어치우고 이런 방송이나 없애면 좋겠다”며 “방송 하나 때문에 굶어 죽는 사람들이 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스테라 가게 업주들은 "본 매장은 방송 사실과 연관이 없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상황이 악화되자, 대왕 카스테라 업자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방송 내용을 반박하고 나섰다. ‘대만언니 대왕 카스테라’ 측은 지난 21일 “식용유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업체는 ‘일부’”라며 “모든 점포가 동일한 방법으로 제조, 판매한다는 듯이 규정해 보도한 것은 잘못됐다”고 방송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주장했다.

‘고조미 대만 카스테라’도 반박자료를 내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고조미 측은 “모든 제빵 과정에는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기름을 사용한다”며 “해당 방송은 단편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업체 측의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서울대 문정훈 식품비즈니스학과 교수는 SNS를 통해 “빵을 만들 때 많은 경우 유지가 들어가고, 주로 쓰이는 유지에는 버터, 마가린, 쇼트닝, 식용유 등이 있다”며 “쇼트닝을 쓰는 것은 괜찮고 식용유를 쓰는 것은 안 되나”고 반문했다. 카스테라 제빵 과정에 쓰이는 식용유는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의견이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도 해당 방송 내용에 대해 과장 보도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 씨는 지난 24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첨가되는 식용유의 양으로 봤을 때 (대만) 카스테라는 일반 카스테라보다 쉬폰 케이크에 가깝긴 하지만, 이것은 마케팅의 문제”라며 “이걸 못 먹을 음식처럼 말하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한편 <먹거리X파일> 측은 논란을 의식, 지난 26일 후속 보도를 내보냈다. 방송은 “대만식 카스테라에 대해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전달하겠다”며 화제가 된 사안들에 대한 관계자들의 해명, 제과제빵 명장들의 의견, 카스테라 업체 점주 이야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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