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벼룩시장 '마켓움'에 구름 인파...쇼핑과 놀이 "흥청"
상태바
신개념 벼룩시장 '마켓움'에 구름 인파...쇼핑과 놀이 "흥청"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7.03.26 2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5~26일 수영 'F 1963 플리마켓' 성황...120개 부스마다 "사람 냄새나는 특별한 시간" / 정혜리 기자
'마켓움' 입구에서 보이는 대형 현수막이 마켓움을 알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부산의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는 수영구 F1953에서 지난 25~26일 특별한 문화장터가 열렸다. 나눔, 배움, 지움(지어올림)을 더하고 새로움이 움트길 바란다는 뜻의 플리마켓 ‘마켓움(market ooom)’이다.

‘마켓움’은 물건만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즐기는 문화가 눈길을 끌었다. 키스와이어 주차장 내부와 그 앞마당에 펼쳐진 120여 팀의 부스는 도심 속에서 사람 냄새 나는 마켓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만들었다.

최초의 마켓움은 부산 기장군의 큰 창고에서 출발했다. 2015년 3월 ‘창곶’으로 불리던 공간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리던 플리마켓이 입소문을 탔고, 빈티지 제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지금은 두 달에 한 번 열린다. 장터를 주최한 손지민(38) 씨가 부산에도 다양한 플리마켓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인들과 함께 마련했던 장터가 문화 축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장터 주기는 두 달에 한 번.

마켓 중앙에 길게 놓인 테이블에서 음식을 즐기고 있는 참가자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25일 오전 11시 마켓움이 열리는 시간. 오픈 시간 전부터 F1963 안 카페 테라로사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인근 대형마트 코스트코 주차장은 붐빌 시간도 아닌데 차량들이 가득 찼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듯한 청년, 젊은 연인부터 여럿 모인 친구들,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나들이 온 대가족도 보였다.

피카소전이 열리던 F1963 건물을 돌아서자 마켓을 알리는 현수막이 등장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그려낸 그림이 마켓움의 정체성을 보여주었다.

부산 잡지 '다시, 부산'을 홍보하는 부스도 들어와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니트로 만든 선인장, 직접 만든 니트 제품으로 식물을 키울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인기였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스테인드 글라스 제품을 파는 부스, 다양한 소품을 살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마켓움에 참가한 120팀은 부엌도구, 앤틱 가구, 도자기, 패브릭, 의류, 은공예부터 디저트, 반찬, 우유 가게까지 다채로웠다. 일본에서 참가한 팀도 있었다.

마켓이 오픈하자 줄을 서는 부스가 보였다. 장사진을 이룬 곳이 있어 가보니 최근 부산역 앞에서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우유카페 ‘초량’ 부스였다. 1인 1병 제한을 뒀지만 금방 동이 날 것 같았다.

일부러 마켓움 기간에 맞춰 부산여행을 왔다는 김예지(25, 서울시 관악구) 씨는 “부산 검색해서 나온 유명한 가게들이 대부분 마켓에 참여해 한 번에 볼 수 있었라”며 “초량우유도 오픈 시간에 줄서서 가는 게 아니면 못 간다던데 여기서 맛볼 수 있어서 최고”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참가한 팀은 그린카레를 팔고 있었다. "한국말 못해요"라고 적어놓은 문구가 인상적이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쉐어플래터의 핫도그는 길게 줄을 서서 한참 기다려야 사먹을 수 있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점심시간이 되자 마켓 중앙에 길게 놓인 테이블에는 마켓을 구경하던 이들이 음식을 사들고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부산대 앞에서 이름 날리는 사천요리 전문점 ‘라라관’의 마파두부덮밥, 연지동 핫플레이스 ‘쉐어플래터’의 숯불핫도그, 광안리 브런치카페 ‘앙드레’의 얼그레이티, ‘삼진어묵’, ‘모모스커피’까지. 커피와 빵에서 복순도가 막걸리까지 구색을 갖춰 애주가들의 천국이 따로 없었다.

반려견을 안고 있던 정찬우(31, 부산시 남구) 씨는 “여자 친구가 소품 모으는 걸 좋아해서 같이 왔다”며 “색다른 음식도 맛보고 멀리 안 가고도 부산 안에서 색다른 데이트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비가 오는 날씨에 마켓은 주차장 건물 내부에서도 진행됐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마켓움은 물건을 사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무엇가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주차장 건물 내부에도 마켓이 차려졌다. 직접 만든 갖가지 요리 소스, 유기농 잼 등은 주부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장터가 열린지 3시간도 채 안돼 제품이 가득 쌓여 있던 테이블은 텅 빌 정도였다. 주부 조현진(37, 부산시 수영구) 씨는 “인스타그램에서도 주부들끼리 공유하는 맛집”이라며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살 수 있어 왔다”고 말했다.

장인들이 직접 만드는 구두, 가방, 직접 그려 만드는 아트 제품과 천연 염색 제품을 파는 부스도 눈에 띄었다. 평소 구하기 힘든 일본 도자기 그릇을 장바구니에 담고 패브릭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는 신혼부부도 많이 보였다. 주부 송오연(3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구하기 힘든 물건을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며 “부산에서도 이런 플리마켓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제 가방 역시 다양한 연령대에게 인기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마켓움에서는 다양한 디자인소품을 만날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제품과 코너(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아이들을 위한 특별 코너도 눈길을 끌었다. 옆 공간에서 피카소전이 진행중이어서 그런지 피카소 그림 따라 그리기, 구연동화, 작은도서관, 솜사탕 부스가 아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마켓 중앙에서는 시시각각 분위기를 띄우는 음악이 울려 퍼지고 악단이 행진하며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다. 악단이 지나가자 함께 몸을 흔들면서도 각자 휴대폰을 들어 영상을 찍었다. 미리 신청을 받아 훌라후프 돌리기 이벤트 등을 열어 상품을 나눠주기도 했다. 어린아이부터 노년까지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즐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마켓움이 어느새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문화장터로 자리 잡은 것 같았다.

목욕 제품을 파는 부스. 입욕 소금부터, 비누, 목욕 가운까지 판매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작가가 만든 예술 작품을 둘러 보고 구매할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악단이 행진하며 연주 중이다. 쇼핑하던 마켓 참가자들이 둘러모여 공연을 즐긴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