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남자 친구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고요? 300만 원입니다.”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를 도와주는 ‘재회 컨설턴트’가 새로운 연애 전문 직업으로 떠올랐다. 과거와 달리 이별을 성장통으로 여기지 않고 돈을 들여서라도 깨진 관계를 회복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고액의 상담비를 부담하고도 이렇다할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엉뚱한 이벤트로 재회에 실패한 채 돈만 날리는 경우가 있어 불만을 토로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재회 컨설팅 서비스 신청자가 이별 사유 등 자신의 사연을 컨설팅 사이트에 남긴 뒤 상담 비용을 결제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전담 ‘상담사’가 배치돼 재회에 적합한 타이밍, 진심을 전달하는 방법 등을 조언해준다. 상담 비용은 시간당 8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10초당 800원씩 10초 단위 과금 체계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직장인 김모(28) 씨는 남자 친구와 헤어진 후 재회 컨설팅 사이트를 이용했다가 30만 원을 날렸다. 그는 컨설턴트의 지침을 받아 전 남자 친구에게 연락한 후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상담사에게 따져 묻자, “사람 마음을 마음대로 하긴 어렵다”는 어처구니없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김 씨는 “재회 가능성이 90%라며 상담비 결제를 부추기더니 입금이 끝나니까 입을 싹 닦더라”며 “곰곰이 생각해보면 재회 컨설팅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는데 당시에는 다시 만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판단력을 잃었던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재회 컨설팅에 대해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는 사기”라고 잘라 말했다.
재회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도 신청자에게 희망을 불어넣거나 수백만 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구입을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 재회 컨설팅은 대부분 선결제 시스템으로 운영돼 재회에 실패해도 보상받기 어렵다.
강모(33) 씨 역시 재회 컨설팅에서 실패한 경우다. 강 씨는 300만 원의 돈을 내고도 끝내 재회를 못했다. 300만 원은 실시간 문자 코칭, 이미지 메이킹, 프러포즈 이벤트로 구성된 ‘컨설팅 B세트’를 구매하는 데 쓰였다.
그는 “처음엔 전화 상담만 받으려고 했는데, 컨설턴트가 집요하게 부추기는 바람에 300만 원을 결제했다”며 “컨설턴트의 조언대로 이벤트를 했다가, 3년간 사귀면서 한 번도 못 들었던 욕만 실컷 먹었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재회 컨설턴트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관계 개선책을 마련하고 마음을 치료하는 과정이 ‘사람 마음을 이용한 돈벌이’라고 비난받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B 재회 컨설팅 관계자는 “심리치료 병원에 가서 쓰는 돈은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같은 일을 하는 재회 상담 사이트에는 왜들 그렇게 부정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액의 이벤트를 권유하는 재회 사이트에 대해 ‘일부’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런 양심 없는 사이트 때문에 전체가 싸잡아서 욕을 먹고 있다”며 “앞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이벤트를 해야 한다며 돈을 요구하는 업체는 의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