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판매 상비의약품 너무 빈약..."급할 때 살만한 약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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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판매 상비의약품 너무 빈약..."급할 때 살만한 약 없네"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7.03.21 18: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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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해열제, 소화제, 감기약 등 13개 품목 불과...보건복지부 확대 움직임에 약사업계 제동 / 정혜리 기자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비약(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 종류가 한정돼 정작 필요한 약을 구할 수 없어 불편하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편의점에서는 해열진통제, 소화제, 감기약, 파스 총 13품목을 살 수 있다. 지난 2012년 5월 감기약, 해열제 등 일부 일반의약품을 약국 외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그해 11월 15일부터 안전상비의약품의 판매가 가능해졌다.

안전상비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중 가벼운 증상일 때 시급하게 환자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한번에 1통씩만 구매할 수 있고 12세 미만 어린이나 초등학생은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없다. 대상 품목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설정한 안정성 기준을 통과한 의약품 가운데,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대표 품목을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가 선정한 것.

약국은 정해진 시간이 되면 닫거나 휴일에는 문을 닫는 곳이 많아 소비자는 편의점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원하는 약을 찾지 못해 답답하기만 한 상황.

직장인 김지수(24,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평소 생리통이 심해 생리기간에는 약을 달고 산다. 이 달에는 주기보다 이르게 생리가 시작됐다. 주말인데다 근처에 문을 연 약국이 없어 생리약을 준비하지 못한 김 씨는 급하게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김 씨는 원하는 약을 편의점에서 살 수 없었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약은 품목 개수가 정해져 있어 김 씨가 먹는 생리통약은 편의점에서 구할 수 없었던 것. 김 씨는 “자기 증상에 맞는 생리통약이 있는데 편의점은 선택권이 없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최상은 고려대 약학대 교수가 2016년 6월부터 11월까지 시행한 보건복지부 용역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는 연고류(21건), 해열진통제 종류 추가(16건), 일반의약품 전체(16건), 제품 다양화(11건), 감기약 증상별(9건), 소독약(8건), 안약(7건), 화상약(5건), 어린이진통제·알러지약·지사제·관장약(각 3건), 영양제(2건) 순으로 품목을 추가하길 원했다.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소비자가 자주 찾는 약품은 게보린(19건), 인공눈물(8건), 종합감기약·겔포스(각 5건), 속쓰림약(4건), 감기약·아스피린·생리통약·지혈제(각 3건), 진통제(2건) 순인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 원하는 약 중 가장 필요한 것은 연고 제품. 약국이 열지 않았을 때 상처가 나거나 화상을 입었을 때 병원에 가지 못하는 소비자는 약국에서 연고를 찾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자취하고 있는 대학생 문현지(21, 부산시 남구) 씨는 라면을 끓이다 손을 데인 적이 있다. 손가락 두마디 가량이 빨갛게 익은 문 씨는 응급실에 가기에는 비용이 부담돼 근처 편의점에 약을 사러 갔지만 연고 제품은 찾을 수 없었다. 문 씨는 “상비약품이라고 이름을 붙였으면 일상 생활에서 발생하는 응급 사고에 쓸 수 있는 제품을 팔아야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의약품 목록(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약사업계는 편의점에서 의약품을 쉽게 사고 팔 경우 약물을 오남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한 약국 관계자는 “약은 약국에서 약사의 복약 지도를 받아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소비자 편리를 고려해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하며 품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안전상비의약품 확대를 검토하자 대한약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 300개를 대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215개 업소에서 규정 위반사례가 나타났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대한약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계획은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관리의 허점과 불법적 판매 행태를 개선하지 않고 계속 방관자적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품목 확대 계획 철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약국을 이용하기 어려운 시간대에 간편하게 구입해 쓸 수 있도록 편의점 판매 약품의 품목 확대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보건복지부가 결정을 빨리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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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2017-04-15 22:43:00
맞아요...저도 방금전에 팔쪽에 조금 넓은부위에 가벼운 화상을 입어서 화상연고를 살려고해도 약국문이 닫혀있고 편의점에서 팔지도 않고 이것가지고 응급실가기에는 돈이 너무 아깝고...
그냥 얼음주머니만 하고 있어요..ㅠㅠ
얼음주머니도 조금안하고 있으면 금방 따가워져서 힘드네요...

편의점에서는 화상연고라던지 생리통약 종류등이 제발 많았으면 좋겠어요...ㅠㅠ

깡구 2017-03-22 23:05:53
편의점에서 구입할수있는건 소비자입장에서
주말.야간상에는 편하긴 당연히 편하죠~~
전 좋던데요!!약국에서는 약간 손해이긴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