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미세먼지 극성...국제기준보다 느슨한 예보등급 강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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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미세먼지 극성...국제기준보다 느슨한 예보등급 강화를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7.03.1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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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나쁨'등급 50mg인데 우리나라는 80 이상...더민주 '미세먼지특별법' 발의 / 정혜리 기자
맑아 보이는 하늘이지만 미세먼지가 나쁨인 상태로 희뿌옇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봄과 함께 불청객 미세먼지도 함께 찾아왔다. 여름이 오는 6월까지 미세 먼지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봄철 미세먼지 주의가 각별히 필요하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예보등급(단위: 마이크로그램/세제곱미터) 기준은 좋음(0~30), 보통(31~80), 나쁨(81~150), 매우 나쁨(151~) 등 총 4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문제는 WHO의 미세먼지 나쁨 등급 기준은 50인데 우리나라 기준은 80 이상이다. 우리 기상청 기준이 해외 기준에 비해 훨씬 느슨한 것. 최근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는 우리 기준으로 '보통'에서 '나쁨' 사이에 있거나 간혹 '매우 나쁨'을 보이고 있지만, WHO 기준치로 따지면 거의 매일 나쁨인 상태다. WHO(국제보건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24시간 평균 50마이크로그램, 초미세먼지는 24시간 평균 25마이크로그램 이하가 안전 권장기준이다.

미세먼지의 위험성은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에서 석면과 동급인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을 정도. 미세먼지는 소리 없이 몸 구석구석에 침투해 암과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지만 면역이 생기지도 않고 치료법도 따로 없다. 일상 생활에서 호흡을 피하는 것만이 최선의 예방법인 셈.

국내 미세먼지는 중국을 비롯 몽골과 러시아 등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중국의 스모그와 황사. 편서풍이 불어오면 중국의 동쪽에 몰려있는 공장지대에서 발생한 먼지가 우리나라로 실려 온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올해 1월 2∼5일과 18∼19일 수도권 초미세먼지 원인을 분석한 결과, 중국발 스모그 영향이 65∼80%였다고 발표했다.

유치원생 자녀 둘을 둔 한지영(27, 부산시 연제구) 씨는 아이들 등교 시간 전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한다. 농도가 짙은 날은 꼭 마스크를 씌워 보내지만 아이들이 마스크를 답답해 한다고 했다. 한 씨는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철에는 아이들은 더 예민한 것 같다”며 “마스크를 씌워도 종일 기침하고 가래 낀 목소리로 컥컥거리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정훈(26, 부산시 남구) 씨는 “모처럼 햇살이 쨍하게 비쳐 기분 좋게 외출했다가 금방 답답한 공기가 느껴져서 찡그리게 되더라”고 말했다. 박 씨는 “공기가 '매우 나쁨' 수준으로 느껴지는데도 보통이라고 발표하니 속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피하는 것 말고는 예방법도 없고 정부가 지금껏 내놓은 대책도 실효성이 없어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자, 정부에 미세먼지 대응 방안을 강화하라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미세먼지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미세먼지를 보다 실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종합적 관리대책 의무를 확실히 규정한다는 취지이다. 신 의원은 “지난해부터 환경부는 각종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쏟아냈지만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정부의 대책이 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행정 재량에 의존해 제도 시행의 강제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번 특별법안에 WHO의 권고 수준에 맞춰 미세먼지 농도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 시행하는 방안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부산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미세먼지 기준을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강화하도록 법과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육감은 “우리나라 공기 질 수준이 전 세계 180개국 가운데 173위에 불과한데도 미세먼지 기준 또한 국제 기준에 비해 매우 느슨해 학생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린이와 학생 등 학생의 건강권을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환경부와 교육부는 즉시 법과 매뉴얼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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