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시계공장, 광화문광장....대선 출마 선언 장소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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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시계공장, 광화문광장....대선 출마 선언 장소 백태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3.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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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따라 후보 이미지 좌우" 각 진영 고심 ...문재인 후보는 영상 메시지로 출마선언 검토 중 / 정인혜 기자

19대 대통령 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출마 선언 장소 선정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조기 대선으로 선거운동 기간이 짧아지면서 출마 선언 장소를 고르는 데도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각 후보 진영이 이같이 고심하는 것은 출마 선언 장소가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 본인의 핵심 이미지와 메시지에 걸맞은 장소 선정을 통해, 각 진영은 유권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대선 출마 선언 장소의 차별화가 두드러졌던 건 지난 18대 대선부터. 국회와 당사에서 열렸던 관행에서 벗어나, 후보들은 자신이 내세운 가치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을 찾는 경향을 보였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에서 출마선언을 했다.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왕래하는 곳이어서 '소통'의 이미지를 강조하려 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일제시대 서대문 형무소가 있었던 이곳에서 출마를 선언한 것은 민족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도 출마 선언 장소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학로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했다(사진: 안희정 공식 홈페이지).

더불어민주당 예비 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1월 23일 서울 대학로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안 지사는 이날 ‘컵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시민들로부터 무작위 질문을 받아 답변하는 형식으로 5시간의 출마선언식을 가졌다.

출정식을 SNS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 방송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안 지사가 추구하는 ‘젊은 리더’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안 지사 측 김종민 의원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소통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한 바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젊은 시절 본인이 일했던 '시계 공장'에서 대선 출마식을 가졌다(사진: 이재명 공식 홈페이지).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1월 23일 시계공장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그곳은 젊은 시절 이 시장이 일했던 곳이다. 이는 서민의 이미지를 부각하고, 노동자를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시장은 이날 출정식에서 “힘겨운 노동에 시달렸던 소년 노동자의 소망에 따라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여러분께 고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1월 2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헌정기념관은 의정사와 국회의 기능과 권한 등 활동상에 관한 기록물을 보관·전시하는 곳이다. 이를 두고 ‘공화’와 ‘정의’를 강조한 유 의원의 평소 철학이 투영됐다는 평이 나왔다. 

유 의원은 지난 7월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에서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오는 19일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장소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마이크임팩트’가 될 예정이다. 해당 장소는 지난 2012년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강연 장소로 택한 곳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 대비를 강조해온 안 전 대표가 ‘미래 리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이곳을 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같은 당 손학규 전 대표도 같은 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장소는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이다. 이곳은 손 전 대표가 지난 2012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손 전 대표 측은 “다시 대선 승리의 결의를 다지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 유력 대선주자인 안 전 대표의 출마 선언식을 겨냥한 ‘맞불 놓기’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직 구체적인 출마 선언식을 가지지 않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측도 출마 장소를 물색하느라 고심 중이다. 아직 장소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선거 캠프 내에서는 부산에 위치한 ‘UN 평화공원’이 거론되고 있다고도 한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보수층의 안보관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영상 출마 선언을 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캠프 내 다수 인사는 영상 출마 선언을 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소통’, ‘혁신’ 등을 강조하기 위해 ‘가상 VR’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한편 17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지도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어 안희정 충남지사와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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