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급해도..." 선심 공약, 돌다리 두들기듯 꼼꼼히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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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급해도..." 선심 공약, 돌다리 두들기듯 꼼꼼히 따져보자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3.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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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빅뉴스 창간기념 기획 시리즈] 이제는 대선이다. 후회없는 선택(2)-정책선거 정말 안 되나 / 정인혜 기자

[시빅뉴스 창간기념 기획시리즈] 이제는 대선이다, 후회 없는 선택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통령 선거일이 오는 5월 9일로 확정됐다. 시빅뉴스는 창간 4주년을 맞아 격랑 속에 휩싸인 대한민국호를 제대로 이끌 올바른 지도자 선택에 위해 유권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정치문화 변화를 위한 4부작 시리즈 기사를 연재한다.

1. 진영논리 벗어나서 인물을 보자

2. 정책선거 정말 안 되나?

3. 세대별 투표갈등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4. 2017 청년의 선택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몸과 마음은 지칠대로 지친 상황이다. 이 때문에 19대 대선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선진적인 선거문화를 일궈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동안 각 진영의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한 선거 운동 과정에 많은 유권자들이 실망감과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부산에 거주하는 유권자 김동현(38) 씨는 "이번 탄핵으로 느낀 점이 많다. 19대 대선에서는 제대로 된 후보에게 투표해야겠다는 생각이 어느때보다 절실하게 든다"며 "각 후보가 속한 정당이나 후보자 개인을 살펴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후보의 정책과 정견을 최우선으로 살펴보고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념 논리에서 벗어나 정책에 중심을 둔 선거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민들 사이에선 겉보기에 화려한 공약보다는 정말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공약에 공감과 신뢰를 보내는 분위기가 흐른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우리 헌정사에서는 정책선거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은 후보자들은 정책으로 심판을 받는 선거를 이룩해내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는 대부분 선거용 구호에만 그치고 말았다. 왜 우리의 선거는 정책 선거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정치가 인물 중심에 있다는 점을 꼽는다. 한국 정당이 인물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은 초대 대통령 이승만과 자유당 시대부터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 한나라당도 '박근혜의 한나라당'이라 불린 바 있다. 실제 우리나라 정당은 인물 중심으로 쉽게 만들어지고, 해체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유권자들 역시 정당이나 정책보다는 특정 정치인의 이미지에 좌우돼 투표권을 행사해왔다. 정책적 판단보다는 그 사람과의 연고성, 해당 지역에서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에게 표를 던진 것이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대구 출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대구에서 80.14%라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광주에서는 7%를 얻는 데 그쳤다. 광주시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약 92%의 지지를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정당이나 대선 후보들도 예산이 뒷받침되는 현실성 있는 공약을 개발하기보다는 급조된 공약을 쏟아놓기에 바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른바 '747 공약'을 대표적인 정책으로 내놓았다. 매년 7%의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세계 7위의 경제대국 건설로 요약되는 '647공약'을 앞세운 이 후보는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앞세워 당선에 성공했지만 결과는 '부도수표'로 판명되고 말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선전에서 '경제민주화'를 기반으로 '맞춤형 보육 서비스', '어르신 노령연금 지급' ,'4대중증질환 치료의 국가부담', '대학 반값 등록금' 등 장밋빛 복지 공약을 내놓아 표심을 자극했지만 다수의 공약이 실현되지 않거나 축소 시행됐다.  

그래서 이번 대선만큼은 후보자의 외형적 이미지나 선심성 공약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후보와 각 정당이 제시한 공약의 실현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언론들도 정쟁 중심의 경마식 보도를 벗어나 각 후보들의 정책 대결 중심으로 선거보도에 나서는 한편 정책의 참신성, 실현성에 초점을 두고 검증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오는 5월 9일 치러질 19대 대선에서는 '정책 선거'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른선거시민연대 김주영 회장은 "진영논리에 갇혀서 세력간 대결구도를 벌이는 선거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며 "유권자들이 정책을 최우선 선택기준으로 삼는다면 후보자도 정책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선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각 대선 후보 캠프에서 발표하는 공약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대선까지가 보수와 진보의 양자 구도였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새로운 정치를 위한 정책 공약 등이 화두로 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9.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각 대선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일자리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경기 침체 속 일자리 문제가 국민의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현실성 없다", "근거가 모호하다" 등 후보 간 공방도 치열하다.

각 대선 주요후보들의 주요 일자리 정책(그림: 본지 조미소 기자).

▲"공공부문 81만 개, 민간부문 50만 개, 총 131만 개 일자리 만들겠다"(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간, 공공부문 일자리 90만 개 창출하겠다"(이재명 성남시장), ▲"공정한 시스템 구축으로 일자리 창출 토대 만들겠다"(안희정 충남지사), ▲"향후 5년간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게 2년 동안 대기업 임금 80% 수준 보장하겠다"(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비정규직 문제 해소하겠다"(유승민 의원).

민주당 문 전 대표는 일자리 공약 외에도 권력기관 적폐 청산 등 각종 분야에서 공약을 제시하며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 굳히기에 나섰다. 특히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선 문 전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창출' 공약이다. 

문 전 대표는 "전체 고용에서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이 7.6%에 불과한 만큼 OECD회원국 평균(21.3%)의 절반까지 끌어올리면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다른 후보들은 "현실성 없는 선심성 공약"이라고 연일 공격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 일자리 주요 정책은 일자리 90만 개 창출, 재벌체제 해체 등이다. 그는 "불법노동시간을 근절하고 초과근로수당을 철저히 지급하기만 해도 50만 개 일자리를 새로 만들 수 있고, 초과근무 시간을 감독해 신규채용으로 전환하면 33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불법노동시간 관리, 감독은 노동경찰 등을 신설해 맡긴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이 시장은 '적폐청산'과 '공정'을 정책 핵심 키워드로 들고 나섰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권력자의 교체가 아니라 세상을 교체해야 한다. 강자의 횡포가 사라지고 약자가 보호받는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거시적인 일자리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일자리 수보다는 원칙과 방향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근본적으로 대선후보 캠프 차원의 정책은 방향성과 원칙 제시에 맞춰져야 한다는 안 지사의 정책관이 투영됐다는 게 중론이다. 

그는 지난 14일 민주당 경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대선 캠프에서 일자리 등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만드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정부 정체를 어떤 방향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 지사의 핵심 공약은 '대연정'이다. 협치, 연합정부를 구성해 국가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적폐 청산을 원하는 민주당 지지층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지난 14일 TV 토론회에서 "구태 적폐세력과 대연정을 한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야권 연합정권을 만들어야지 왜 청산 상대와 손을 잡냐"며 안 지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중소기업 청년취업자의 임금을 취업 후 2년간 대기업의 80%까지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취업을 못한 청년들에게 6개월간 월 30만 원의 훈련수당을 지급하고 정부에서 교육훈련을 하겠다는 그림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그는 "정부는 먼저 질 낮은 일자리를 개선하고 기업들이 새로운 일자리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핵심 일자리 공약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채용 자체를 제한하는 강력한 정책 수단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일자리난 해소 대책으로 '창업'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창업에 대한 규제를 획기적으로 고쳐 젊은이들에게 통로를 열어줄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경제가 우리보다 앞서가는 이유는 기업가 정신을 갖고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육아휴직 3년까지 연장', '초중고 자녀 1인당 10만원 아동수당 도입' 등 진보 진영에서도 내놓지 않은 파격적인 공약을 대거 내놨다. 유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을 탈당하면서 "안보는 보수, 민생은 개혁을 지향한다"고 외친 바 있다.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어느때보다 높지만, 그만큼 개혁의 기대감도 높다. 다가오는 '장미 대선'이 정책 대결을 토대 삼아 국가 대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유권자들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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