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에서 본 동화같은 풍경에 나도 모르게 흠뻑 빠져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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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에서 본 동화같은 풍경에 나도 모르게 흠뻑 빠져들어...."
  • 캐나다 통신원 박준우
  • 승인 2017.03.15 17:14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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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퀘백 감성 기행...드라마 속 샤토 프롱트낙 호텔, 테라스 뒤프랭 등 볼거리에 토끼 요리도 별미 / 박준우 기자

남자 주인공 김신(공유 분)과 함께 캐나다에 온 여자 주인공 지은탁(김고은 분)이 단풍이 가득물든 숲을 걷다 김신에게 말을 건넨다.

“근데 이 동네는 이름이 뭐에요?”
“퀘백.”
                            - tvN 드라마 <도깨비> 2회 中

아름다운 도깨비 커플의 러브스토리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배경으로 화제를 모았던 tvN 금토 드라마 <도깨비>는 마지막회에서 시청률 20%(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이는 케이블 채널 역대 최고 시청률이다.

<도깨비>에서 캐나다 퀘벡 시티(Quebec City)는 동화 같은 배경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여파일까, 지난해 12월 2일 시작한 <도깨비> 방영 이후 퀘백에 대한 항공권 검색량이 850%나 늘었다고 한다. 6개월 동안 캐나다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할 기회를 갖게 된 기자는 일주일간의 방학을 이용해 토론토에서 퀘백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메가버스의 모습. 추가 요금이 붙는 앞쪽 자리를 제외하고 승객들은 아무 자리에나 앉으면 된다(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토론토에서 퀘벡 시티로 가는 방법은 캐나다와 미국 일부 지역을 연결해주는 철도인 ‘비아레일(Via rail)’, 카풀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기자는 퀘벡 시티까지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지만 찻삯이 좀 더 싼 버스를 이용했다. 토론토에서 퀘벡 시티까지 한 번에 가는 교통편은 없고 도중에 몬트리올을 거쳐야 하는데, 토론토에서 몬트리올 구간은 ‘메가버스(Megabus)’를, 몬트리올에서 퀘벡 시티 구간은 오를레앙 익스프레스(Orleans Express)를 이용했다. 토론토에서 몬트리올까지는 6시간, 몬트리올에서 퀘벡 시티까지는 3시간이 걸렸다. 편도 9시간이나 걸린 강행군이었다. 

흔히 사람들이 퀘벡과 퀘벡 시티를 혼용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퀘벡과 퀘벡 시티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퀘벡은 캐나다 동부에 있는 주(州)를 말하는 것이며, 퀘벡 시티는 그 안에 있는 시(市)이다.

‘캐나다 속의 프랑스’라 불리는 퀘백 주는 캐나다에서 가장 넓은 주이자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곳이다. 1534년 프랑스의 탐험가 자크 카르티에로 인해 이 지방은 북아메리카에서 프랑스 식민지 제국의 근원이 되었으며, 전에는 뉴프랑스라 불렸다고 한다. 그 영향으로 지금까지 퀘백 주에서는 주로 프랑스계 캐나다인이 거주하며, 프랑스어가 공용어로 쓰인다. 퀘백은 캐나다에서 영어가 공용어가 아닌 유일한 주이며, 캐나다 연방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수차례의 주민투표를 실시했지만, 아직도 1% 미만의 근소한 표차로 여전히 캐나다에 묶여 있다고 한다.

퀘백 시티 지도의 모습(사진: 캐나다 관광청 홈페이지 캡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퀘벡 시티는 1608년 프랑스 탐험가이자 외교관인 사무엘 드 샹플랭이 개척한 이후로 오늘날까지 다수의 요새, 성문, 방어시설 등이 잘 보존되어 있는 북아메리카의 유일한 성곽 도시다. 전체 면적이 93km밖에 안 되는 아담한 도시인 퀘벡 시티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절벽의 위 아래를 아우르는 구시가지인 올드타운이 자리해 있고, 서쪽으로는 신시가지가 발달해 있다. 올드타운은 다시 성곽, 요새 등 방어시설이 있는 높은 지대인 어퍼타운과 그 아랫동네인 로어타운으로 나뉜다.

퀘백 시티의 상징인 샤토 프롱트낙 호텔(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어퍼타운에서도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바로 샤토 프롱트낙(Chateau Frontenac) 호텔. 퀘벡 시티의 대명사이자 상징인 샤토 프롱트낙 호텔은 객실이 600개에 달하는 웅장한 호텔이며,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어 여행자들이 길을 잃지 않게 돕는 등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남자 주인공 김신이 소유한 것으로 등장하는 바로 그 호텔이다. 

<도깨비> 드라마 중 여자 주인공 지은탁이 10년 뒤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부친 금빛 우편함(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청동지붕과 붉은 벽돌로 지어진 호텔의 외관을 한참동안 구경하다 금색 회전문을 통과해 호텔 내부로 들어갔다. 600개가 넘는 객실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호텔 로비에는 직원들과 투숙객들이 가득했다. 눈앞에 펼쳐진 우아한 샹들리에와 클래식한 느낌의 가구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중세 귀족의 저택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로비 중앙에 설치된 금빛 우편함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드라마 <도깨비>에서 지은탁이 10년 뒤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부친 바로 그 우편함이다. 실제로 지금도 이 우편함으로 편지를 부칠 수 있다고 한다.

샤토 프롱트낙 호텔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 이유는 단순히 우아한 인테리어나 웅장한 건물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장소이기도 한데, 이곳에서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중요한 회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때 캐나다의 맥켄지 킹 수상의 초청으로 회담에 참여했던 사람이 바로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과 영국 총리 윈스턴 처질이다. 회담에서 결정된 사항이 바로 그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다. 거기다 퀘벡이 고향인 유명 가수 셀린 디옹의 결혼식이 이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산책로인 테라스 뒤프랭과 그 뒤로 펼쳐진 세인트 로렌스 강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호텔을 나와 옆을 바라보면 유려하게 펼쳐진 세인트 로렌스 강(St. Lawrence River)을 볼 수 있다. 그 옆에는 400m 길이의 나무 산책로인 테라스 뒤프랭(Terradsse Dufferin)이 있는데, 걷다가 곳곳에 놓인 벤치에 앉아 강을 바라보거나 거리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지은탁이 귀신을 발견하고 김신과 아옹다옹하는 극중 장면이 촬영된 곳도 바로 이곳이다.

어퍼타운과 로어타운을 나누는 경계가 되는 ‘목 부러지는 계단‘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테라스 뒤프랭에서 계단을 타고 내려와 가게 몇 개를 지나치면 가파른 계단 하나를 볼 수 있다. 경사가 심해 옛날부터 계단을 오르내리다 다치는 사람들이 많아 ‘목 부러지는 계단(Breakneck Staircase)’이라 불린다는 이 계단은 어퍼타운과 로어타운을 나누는 경계가 된다고. 계단을 기점으로 계단의 위는 어퍼타운이며 밑은 로어타운이다,

퀘백 시티의 아기자기함을 가득 품고 있는 쁘티 샹플랭 거리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계단을 내려가면 예쁜 상점들과 레스토랑, 고풍스러운 옛날식 건물 등이 가득 펼쳐진 거리를 볼 수 있다. 아기자기한 사랑스러움으로 가득한 이 거리의 이름은 쁘티 샹플랭(Petit Champlain). 드라마에서 김신과 지은탁이 캐나다로 들어오는 통로 역할을 하는 빨간색 문이 바로 이 거리에 있다.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번화가인 이곳은 로어타운 내에서도 가장 볼거리가 많다. 그리고 이곳에서 기자는 퀘백의 전통음식인 토끼 요리를 맛보았다.

퀘백 지방에서 토끼요리를 먹게 된 이유는 퀘백에 정착한 프랑스인들이 겨울철에 동물들을 사냥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그들은 다양한 동물들을 요리해 먹었다는데, 그것을 증명하듯 퀘백의 레스토랑에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소, 돼지, 오리 요리부터 개구리 요리까지도 맛볼 수 있다. 토끼 요리도 그 중 하나다. 이렇듯 다양한 동물을 요리해 먹은 건 추운 겨울에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기 위한 그들의 생존 방식이었겠지만, 몇 해 전 우리나라의 개고기 문화를 맹비난했던 여배우의 나라가 프랑스였던 것을 생각하니 이 상황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토끼 요리 전문 레스토랑인 'Lapin Saute'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주황색 토끼 두 마리가 뛰어다니는 장식이 있는 이 레스토랑의 이름은 'Lapin Saute.' 장식에서 볼 수 있듯 이 곳은 토끼고기 전문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일대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이라 그런지 가게 내부엔 손님들이 가득해, 30분 가량을 기다린 끝에야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기자가 주문한 건 양파에 치즈가 올라간 스프와 두 가지 소스가 곁들여진 토끼고기. 먼저, 하얀색 그릇에 담겨 나온 스프는 간장을 베이스로 양파, 치즈 등을 섞은 것이었다. 처음에 국물만 먹었을 땐 간장 맛이 많이 나 조금 짠 듯했지만 양파, 치즈와 함께 먹으니 적당한 맛이 났다. 스프를 먹고 난 다음 메인 요리인 토끼고기가 나왔다.

퀘백 지방의 전통 음식 중 하나인 토끼 요리(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감자, 파프리카, 아스파라거스와 함께 등장한 두 덩이의 토끼고기. 한 덩이에는 간장과 바비큐 소스가 섞인 듯한 양념이 뿌려져 있었고, 나머지 하나에는 머스터드 소스에 레몬향이 더해진 듯한 양념이 뿌려져 있었다. 고기의 생김새나 식감은 우리가 흔히 먹는 닭가슴살과 거의 비슷했다. 차이점이라면 닭가슴살보다는 조금 덜 퍽퍽하지만 양고기 등에서 나는 누린내가 조금 난다는 것이었고, 그것을 없애기 위해 고기에 향신료를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별하게 맛있다거나 토끼고기임을 알아챌 만한 특별한 맛은 느끼기 힘들었지만, 기자가 주문한 것 외에도 다른 토끼 요리들도 많이 있다니 한 번쯤 경험삼아 가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퀘백 프레스코 벽화의 모습. 벽화 안에는 퀘백 역사에 중요한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식사를 마친 뒤엔 쁘티 샹플랭거리를 천천히 구경하며 산책했다. 그러다 5층 높이의 큰 벽화를 마주했는데, 그것이 바로 ‘퀘백의 프레스코 벽화’라고 한다. 이 벽화는 12명의 아티스트가 2550시간 동안 작업한 결과로, 벽화 속에는 퀘벡에 처음 발을 디딘 프랑스의 탐험가 자크 카르티에, 퀘벡에 처음 정착한 사뮈엘 드 샹플랭, 퀘벡 최초의 주교 라발 등 15명의 퀘벡 역사에 중요한 역사적인 인물이 벽화 곳곳에 그려져 있다. 벽화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한 장의 그림 안에 사계절이 모두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역사는 끊어진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와 연결된다는 의도를 담은 것이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벽화가 그려진 지는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이 벽화가 그려진 후 그 누구도 벽화에 낙서한 사람이 없다는 것.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유명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의 마지막 장면에서 살짝 보이는 벽화 역시 이것이라고 한다.

1년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한 가게인 부티크 노엘의 내부(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다시 샤토 프롱트낙 호텔쪽으로 올라와, 목 부러지는 계단의 반대쪽 길로 걸었다. 그곳에서 1년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상점을 볼 수 있었는데, 이 곳이 바로 드라마에서 지은탁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가게인 부티크 노엘(La Boutique de Noel)이다. 크리스마스 장식, 장난감 병정, 스노우볼 등이 가득해 겨울을 그대로 가게에 옮겨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 가게를 구경하고 있으니 마치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기다리는 설렘 가득한 아이가 된 것 같았다.

아브라함 평원에서 바라본 퀘백 시티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가게에서 나온 뒤엔 퀘백 시티의 중심에서 벗어나 퀘백 시티의 바깥쪽으로 향했다. 성곽을 벗어나 5분쯤 걸었을까, 새하얀 눈이 가득한 드넓은 평원을 마주할 수 있었다. 뭔가에 이끌리듯 들어가 한참 동안 걷고 나서 뒤를 돌아보니 세인트 로렌스 강부터 샤또 프롱트낙까지 퀘백 시티의 전경이 한가득 눈에 담겼다. 이 곳의 이름은 아브라함 평원(Parc du Bastion-de-la-Reine). 1759년, 영국군과 프랑스군의 아브라함 평원 전투(Battle of the Plains of Abraham)가 벌어졌던 곳이라 하여 ‘아브라함 평원’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 김신이 먼저 떠나보낸 인연을 그리는 언덕이며, 마지막 회에는 다시 환생한 지은탁이 김신을 찾기 위해 이곳으로 향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었다.

누군가는 작은 도시인 퀘백 시티를 1박 2일이면 다 돌아볼 수 있다고 말했지만, 기자는 그곳에서 4일을 머물렀다. 관광지 외에도 구석구석 숨겨진 퀘백 시티의 골목에서는 퀘백 시티만의 매력을 가득 느낄 수 있었다. 퀘백 시티의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기억나는 건 넉넉한 마음의 사람들. 이방인인 나에게 눈을 맞춰주고 인사를 건네는 그들이 있어서 겨울의 퀘백 시티는 따뜻했다. 오는 가을, 혹은 겨울에 도깨비 신부가 사랑했던 퀘백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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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5 01:53:58
퀘벡은 가을이 이쁘다던데 겨울도 이쁘네요~~
저도 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멋진기자님이시네요!

2017-03-23 16:51:15
멋진곳으로 공부하러 떠나셨네요~
좋은글과 멋진사진 잘 보았습니다.
우리아들도 제대하고나면 여행을 보내고싶네요~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2017-03-23 05:41:07
도깨비 드라마 장면이 다시 떠오르게 하나요
제가 가 보지는 못했지만 정말 아름다울것 같네요
정성들여 쓴 기사 잘보았습니다

깡구 2017-03-17 17:52:00
진짜 그림같아요~
동화속나라~^^
도깨비 드라마가 많은걸 두고갔어요~^^
진짜 잘 만든 드라마..^^
이번 기사는 다른 기사에 비해 길었지만
재밌게 잘 봤습니다~♡

퀘백 2017-03-17 13:04:06
드라마 장면들이 다시 떠오르네요 ^^ 정성들여 쓴 기사 감사합니다 잘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