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주권 되찾았다", 대통령 파면 시민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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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주권 되찾았다", 대통령 파면 시민 반응
  • 취재기자 박영경, 한유선
  • 승인 2017.03.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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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승리, 인과응보"...일부 시민, "탄핵 잘못됐다" 주장도. / 박영경, 한유선 기자
한 시민이 10일 오전 스마트 폰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기사를 보고있다(사진: 취재기자 한유선).

10일 오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최종 선고에서 파면을 결정하자 시민들은 "국민주권을 되찾았다"며 일제히 환영했다.

시민들은 집에서, 직장에서, 길가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도 숨죽인 채 생중계되는 헌재 재판 과정을 지켜봤고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으로 결정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학원 강사인 정다감(37, 부산시 사하구 장림동) 씨는 "대통령 선거가 앞당겨졌고, 집권하는 당도 바뀔 것"이라며 "혼란한 사회 분위기를 빨리 바꿀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택배기사 한상철(51, 부산시 수영구) 씨는 택배 송장을 정리하던 중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인용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 씨는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 먼저 하야했어야 했다"며 "이제라도 탄핵이 된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 씨는 "탄핵되면 목숨을 내놓겠다, 할복하겠다던 사람들이 이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듣고 세월호 사건을 떠올린 시민들도 있었다.

직장인 이준석(31, 부산시 사하구) 씨는 탄핵 인용이 나오기까지 과정에서 여러 물증들이 나왔음에도 수행원을 통해 거짓 증언을 하고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났다. 이 씨는 "헌재의 탄핵 인용 선고에 대해 인과응보"라며 "인용 결과는 대해서는 반기지만 헌재가 세월호 문제는 탄핵 사유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니 열불이 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민철(28, 부산시 남구) 씨는 세월호 사건의 경우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이 제 역할을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헌재의 선고문을 듣고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부분이 있지만 재판관 전원의 의견인 만큼 존중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고등학생 정세리(18,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그동안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청소년들마저 촛불 집회에 나가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바랐다"며 탄핵 인용 선고를 반겼다. 정 씨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파면과 동시에 다가오는 벚꽃 대선에 대한 기대감도 국민들을 긴장하게 했다.

김미경(49, 경남 함안군 가야읍) 씨는 당초 여당을 지지했으나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해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 예상했다. 김 씨는 요즘 경기가 너무 어려워서 살기가 힘들다며 “이번 대선에서는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환(77, 부산시 서구) 씨는 “대통령이 잘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탄핵 인용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 역시 "대통령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최순실이라는 여자한테 꼬여 넘어갔다"며 "탄핵 인용이 되었으니 더 괜찮은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시민들은 헌재의 탄핵 인용 결과를 우려하며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개인 사업을 하는 전제혁(34, 부산시 남구 용당동) 씨는 앞으로의 국정 운영이 걱정된다고 했다. 전 씨는 “이제 나라에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탄핵 얘기가 자꾸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작은 일도 수월하게 처리할 수 없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추재연(23, 부산시 남구 용당동) 씨도 “이제 대통령이 허수아비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탄핵 인용을 걱정했다.

부산역 대합실에서 TV로 탄핵 선고를 지켜보던 노인들은 혀를 차며 시청하기도 했다. 함께 모여 있던 노인 중 정문익(71,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대통령을 끌고 내려오는 나라가 어딨냐"며 "젊은 것들이 아무 것도 모르면서 나라를 망하게 한다"며 분개했다.

정계에서는 탄핵 인용 결과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헌정 유린과 국정 농단 세력을 국민들의 힘으로 파면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추 대표는 전 세계는 “우리 국민의 투쟁과 승리를 민주주의의 새로운 역사로 기록할 것이고 이는 탄핵 인용이 끝이 아니라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입장문 발표에 역시 탄핵을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 정의하며 "국민의당이 국민의 혼란과 불안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통합하는데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도 기자회견에서 “바른정당이 국민을 배신한 국정농단 세력과 결별하고 황량한 벌판에 나와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것이 바른 선택이었고 옳은 결정이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의 탄핵 인용 결과가 나오자 국민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인 위원장은 "집권당의 책무를 다 하지 못함으로써 지금까지 국민들이 쌓아 올린 대한민국의 국격과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존심을 지키지 못했다"며 헌재의 탄핵 인용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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