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한구석에 텐트를 치고 모니터 앞에서 세계 여행을 하며, 비싼 카페 조각 케이크 대신 편의점 디저트를 사 먹는 등 값비싼 진짜 대신 가성비 좋은 가짜를 찾는 젊은이들의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젊은이들을 ‘페이크슈머(fakesumer)’라고 하는데, 가짜를 뜻하는 ‘fake’와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가 합쳐진 신조어로 최소비용과 최소시간 투자로 최대의 만족감을 얻는 소비자를 뜻한다.
‘꿩 대신 닭’이라고 해야 할 이런 생활 패턴은 스펙 쌓기와 아르바이트 등으로 여가 시간이 모자란데다 지갑까지 얇은 젊은이들의 독특한 소비 방식이다.
페이크슈머의 전형적인 예는 이른바 '방구석 캠핑.' 텐트와 바비큐 등 각종 장비, 캠핑장소 물색, 식재료 구매... 캠핑을 제대로 떠나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에 젊은이들은 직접 캠핑을 가지 않고 집 안에 텐트를 설치하거나, 캠핑 느낌이 나는 인테리어를 하고 집에서 캠핑을 즐긴다.
진짜인 듯 아닌 듯 집안에서 즐기는 가짜 여행, ‘페이크 트래블’도 또다른 사례다. 요즘은 많은 젊은이가 해외로 나가지만, 해외여행을 즐길 여유가 없는 젊은이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직접 여행을 가지 않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서점에서 해외 여행 관련 서적을 읽는 것부터 SNS 등을 통해 여행 사진을 구경하고, 여행 후기를 읽으면서 간접적으로 해외여행을 경험하는 것.
최근에는 페이크 트래블이 인기를 끌면서 각종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구글어스로 원하는 나라로 가상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가상 여행 방이 있는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학생 박상훈(25, 서울시 종로구) 씨는 “지인을 통해 우연히 트래블 라이브러리를 알게 돼 방문해 봤다”며 “넓은 화면을 통해 해외여행 명소들을 둘러볼 수 있어 마치 해외에 나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전엔 브랜드를 중요시하던 젊은이들이 브랜드보다 가성비를 중요시하고 소유보다는 가치를 중요시하는 문화를 추구하는 것도 페이크슈머가 확산되는 이유의 하나다. 대학생 이정훈(24, 부산 사상구) 씨는 “꼭 브랜드만을 고집하기보다는 합리적으로 따져보고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가성비 높은 제품을 사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페이크 소비는 이뿐만 아니다. 직접 의상을 빌리고 지인에게 부탁해 저렴하게 진행하는 웨딩촬영, 예식장 대신 집에서 예식을 진행하는 하우스웨딩, 값 비싼 음식점 대신 비싸지 않은 재료를 이용해 그럴싸한 요리를 만들어 집에서 여는 파티 등 실용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페이크 소비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연애, 결혼, 취업 등 이른바 3포 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20대지만, 페이크슈머 트랜드에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트랜드를 놓치지 않고 소비 욕구를 표현하려는 의지가 표현되고 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만족을 얻으려는 소비행태가 페이크슈머라는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고 있다.
경제전문가 김재원(50) 씨는 “페이크슈머가 추구하는 가짜는 소위 말하는 짝퉁과는 다른 의미로 소비자의 취향을 존중하고 만족감을 주는 ‘가치 있는 가짜’다”라며 “한국의 20대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이 페이크슈머라는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었고, 이러한 트랜드는 더욱 퍼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