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로또 복권 판매액은 3조 5,500여억 원으로 2003년 3조 8,031억 원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3년 당시 한 게임에 2,0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로또가 1,000원으로 바뀐 만큼 구입자 숫자로 따져 사실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처럼 로또로 인생역전을 노리는 사람이 많아지는 가운데, 1등 36회, 2등 94회 등 한 번도 배출하기 힘든 로또 1등 당첨자를 무려 36회나 배출한 로또 명당이 있다. 바로 부산 동구 범일동에 위치한 로또 명당 ‘부일카서비스’다.
카센터와 함께 운영되는 이 복권 판매점에는 복권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복권 구매를 기다리는 줄은 가게를 둘러쌀 만큼 길었고, 줄이 줄어들 만하면 금세 새 사람들로 채워졌다. 가게 앞은 복권 구매를 위해 먼 거리를 달려온 차들이 카센터를 이용하기 위해 온 차들과 뒤섞여 정신이 없었다.
복권 판매점이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 점주를 만나기 위해 판매점 옆 카센터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그곳 또한 또한 차량을 정비하는 손길로 분주했다. 20분 가량 기다려 겨우 만난 카센터의 한 직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보시다시피 너무 바빠 하루 24시간이 모자라 언제 찾아오시든 인터뷰는 힘들 것 같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부산 사상구에서 로또를 구매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박병훈(42) 씨는 “여기가 아마 전국에서 제일 많이 1등 당첨자를 배출했을 것”이라며 “지난해 가을쯤 소문을 듣고 거의 매주 와서 구매하지만 나는 아직 당첨된 적이 없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가게 안 벽면에는 1등 당첨자가 나온 지점에 주는 명패로 가득 차 전국 로또 1등 당첨자 최다 배출지점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즉석에서 수동 혹은 자동으로 복권을 구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쁜 사람들은 미리 자동으로 뽑아놓은 복권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사 갈 수도 있었다.
직장인 서미진(41, 부산 동구) 씨는 “직장 동료와 업무를 보러 나왔다가 호기심에 복권을 구매했다”며 “줄을 서서 기다릴 시간이 없어 미리 뽑아놓은 번호를 샀는데 운이 좋아서 당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업자 100만 명 시대에 실업률도 최고치를 연일 경신해서일까. 젊은이보다는 30, 40대 중장년층이 일확천금의 희망을 품고 판매점을 많이 찾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는 김모(38, 부산 해운대구) 씨는 “마땅한 일자리도 없어 걱정이 많다”며 “로또에 너무 큰 기대를 걸어선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매주 구매하러 온다”고 전했다.
60대 이상 어르신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돋보기 안경을 쓰고 옷 안주머니에서 꺼낸 종이를 보며 숫자를 분석하는가 하면, 자동으로 5만 원어치를 사는 통 큰 노인도 있었다. 지역주민 박영수(62, 부산 동구) 씨는 “다 늙어서 큰 돈을 노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동네 할아버지들끼리 와서 재미 삼아 해보는 거지”라고 말했다.
같은 날 또 다른 범일동의 로또 명당 ‘돈벼락 맞는 곳’에도 로또를 사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돈벼락 맞는 곳’은 1등 6번과 2등 37번으로 범일동의 숨은 명당으로 불린다. ‘부일카서비스’만큼 긴 줄은 아니었지만, 한방을 기대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주부 김미영(47, 부산 진구) 씨는 “남편과 볼일이 있어 왔다가 지나가는 길에 들러서 복권을 구매했다”며 “남편이 괜히 기대하다가 떨어지면 허탈할 거라는데, 그래도 명당이라니까 마음 한편으로 기대가 되는 게 사실”이라고 웃어보였다.
이처럼 불황의 늪에 빠진 사람들이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로또 명당을 찾고 있다. 많은 당첨자가 나온 로또 명당에서 자신도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매주 복권 판매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경기가 나쁠수록 많이 팔리는 불황형 상품인 로또의 인기는 쉽게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고서는 변화를 이룬다는게 쉽지는 않으니까요~ 씁쓸하지만 이번주에 저도 한장 사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