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년 앞에서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왜소함을 절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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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캐년 앞에서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왜소함을 절감하다
  • 취재기자 김유리
  • 승인 2017.02.13 22:19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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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여행기③ 브라이스 캐년, 자이언 캐년, 그랜드 캐년을 주유하며 장엄한 풍경 만끽 / 김유리 기자

미국 서부 투어의 두번 째 날이 밝았다. 둘째 날의 일정은 브라이스(Bryce) 캐년과 자이언(Zion) 캐년 관광이다. 숙소가 있는 라스베가스는 네바다 주에 위치해 있어서 유타 주에 있는 브라이스 캐년, 자이언 캐년과는 1시간의 시차가 난다. 같은 나라 안에서 시차가 발생하는 신기한 일을 직접 겪으니 국토 면적이 세계 3위, 한반도 면적의 약 43배인 미국의 크기가 실감났다. 라스베가스보다 1시간이 빠른 유타 주에 가기 위해 우리 일행은 새벽 5시에 출발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버스투어가 시작된다. 서부 투어를 다녀온다고 하자, 버스에서 하루의 반을 보내게 된다던 친척의 말이 생각났다. 버스를 타고 캐년으로 이동하는 네 시간 동안 본 풍경은 사막과 오렌지 농장뿐이었다. 대부분이 지중해성 기후인 미국 서부 지역은 겨울이 우기이지만 1년 동안 비가 거의 오지 않아 서식하는 식물은 선인장 종류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에서 높고 푸르른 산만 보다가 나무가 거의 없는 미국의 사막을 보자니 몇 시간이 지나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새벽에 출발해 끊임없이 달리던 버스는 어느새 눈 덮인 바깥풍경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브라이스 캐년에 도착한 것이다. 브라이스 캐년은 수만 개의 섬세한 첨탑 기둥이 거대한 병풍처럼 산을 이루고 있어 여성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의 바위 기둥들은 수억 년 전 물의 힘에 의해 융기돼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후 약한 부분은 토사가 되어 흘러내리고 단단한 암석만 침식되지 않고 남아서 무수한 첨탑 기둥이 됐다고 한다.

브라이스 캐년에 다와 갈수록 산에는 눈이 덮여 있었다(사진: 취재기자 김유리).

브라이스 캐년 관광은 '선셋 포인트'라는 지점에서 시작됐다. 선셋 포인트에서 본 브라이스 캐년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입구에 위치한 선셋 포인트 표지판을 따라 조금만 걷다 보면 눈 덮인 아름다운 브라이스 캐년이 나타난다.

선셋 포인트 표지판을 따라 가다보면 브라이스 캐년이 나타난다(사진: 취재기자 김유리).

눈 앞에서 펼쳐진 브라이스 캐년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이 큰 첨탑을 수억 겁 동안 물이 깎아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정교했다. 눈 덮인 크고 작은 첨탑들에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브라이스 캐년 앞에서 관광객들은 추위도 잊은 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혼자만 아름다운 절경을 보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고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이 생각났다. 그래서 가족끼리 온 관광객들이 더욱 더 부러웠다. 한국인 관광객 김가영(23) 씨는 “버스를 너무 오래 타서 힘들었지만 내리자마자 쌓여 있는 눈과 브라이스 캐년을 직접 보니 너무 예뻤다”며 “사람들이 왜 힘들게 캐년을 보러 가는지 알겠다”고 감탄했다.

눈에 덮인 브라이스 캐년. 뽀쪽한 첨탑 모양의 돌기둥들이 펼쳐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유리)
떨어지는 돌을 주의하라는 '주의 표지판' 뒤로 보이는 브라이스 캐년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김유리)

눈에 뒤덮인 브라이스 캐년이 여성스러웠다면 그 다음에 찾아 갈 자이언 캐년은 남성스럽다고 한다. 자이언 캐년은 붉은색의 약한 퇴적암석이 수백만 년간 강의 지류에 패여 수직 절벽이 됐고 그 안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구멍이 남아 있다고 한다.

붉은 색감이 또렷한 자이언 캐년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유리)

버스에서 내려 마주한 자이언 캐년의 첫 인상은 매우 웅장했다. 눈에 뒤덮여 있지 않아 따듯한 느낌을 주었다. 온화한 날씨 속에 자이언 캐년이 뿜어내는 강렬한 붉은 기운은 관광객을 압도했고, 우리는 탄성을 터뜨렸다. 자이언 캐년은 매우 크고 볼거리가 많았지만, 그조차 거대한 자연의 극히 작은 일부라고 하니, 이 세상의 끝이 어디인지 새삼 궁금해졌고, 자연은 알다가도 모를 곳처럼 신비롭게 느껴졌다.

앞서 들른 브라이스 캐년과는 비슷한 듯 다른 절경 속에 관광객들은 어느 한 곳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 담느라 바빴다. 관광객 김도현(21) 씨는 “자이언 캐년이 너무 크고 웅장해서 카메라에 다 담기가 힘들다”며 “캐년 속에 둘러싸인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각자 자이언 캐년을 카메라에 담아내기 분주하다(사진: 취재기자 김유리).

자이언 캐년에서 숙소가 있는 라스베가스로 다시 한참을 달려 가야했기에 두 캐년을 가슴에 묻어두고 우리 일행은 아쉽게도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브라이스 캐년과 자이언 캐년을 구경하는 데 하루가 다 갔다. 바깥에서 캐년들을 구경한 시간보다 버스 안에서 이동하는 시간이 더 많아서 눈과 마음은 황홀했지만 몸은 고달팠다. 힘들었던 두 번째 투어의 밤이 저물었다.

투어의 세 번째 아침이 밝았다. 둘째 날에 이어 캐년 한 곳을 더 보러가는 일정이었다. 셋째 날에 맞이하는 그랜드(Grand) 캐년은 네바다 주 라스베가스에서 훨신 먼 애리조나 주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그랜드 캐년을 보기 위해선 하루를 버스로 달려야 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해외 여행지에 무조건 포함되는 곳이기에 장시간 동안 버스를 타야 하는 두려움보다 그랜드 캐년을 맞이하는 기대감이 더욱 컸다.

이름부터 거대한 그랜드 캐년은 콜로라도 강에 의한 침식으로 깎여 아래로 깊이가 약 1,800m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경관이 뛰어난 협곡이다.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그랜드 캐년은 그 까마득한 협곡 아래가 무려 산 하나 높이에 해당하는 1,800m라니.

속이 탁 트이는 장관을 자랑하는 그랜드 캐년의 모습. 깊이 패인 협곡의 높이가 무려 1,800m에 이른다(사진: 취재기자 김유리).

그랜드 캐년은 워낙 크고 넓기 때문에 위험한 야생동물들도 많아 관광객이 답사할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었다. 관광객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빠른 걸음으로 그랜드 캐년을 맞이하러 갔다. 전날 본 두 개의 캐년도 굉장히 크다고 생각했지만 그랜드 캐년을 마주한 순간, 그 놀라운 크기에 입부터 벌어졌다. 눈앞에 보이는 엄청난 협곡들은 한눈에 담기 어려웠다. 발 아래 펼쳐진 협곡 아래 바닥이 까마득하게 보였다. 깊게 패인 그 거대한 협곡이 좌우로 446km나 이어지고 있으니 그 거대한 장관을 한눈으로 보는 게 불가능할 수밖에.

하늘과 닿아있는 듯한 그랜드 캐년의 웅장한 모습. 이 모습이 좌우로 400여 km가 이어져 있다. 그래서 그랜드 캐년은 한참을 차로 달려도 내내 같은 모습인 것처럼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김유리).
이름만큼이나 넓고 큰 그랜드 캐년 앞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 사람들. 관광객이 연중 구름처럼 전세계에서 찾아온다. 전 세계 1위의 관광대국은 바로 미국이다(사진: 취재기자 김유리).

그랜드 캐년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똑같았다. 크기에 놀라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김성주(50) 씨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한 번 왔는데 너무 좋아서 꼭 다시 와 보고 싶었다”며 “이번에는 남편과 단 둘이 와서 감회가 새롭고 두 번 봐도 너무 아름답다”고 덧붙였다.

이틀에 걸쳐 브라이스 캐년, 자이언 캐년, 그리고 그랜드 캐년을 살펴보았다. 투어를 하는 매일 매일이 신기했고 행복했다. 내가 미국에서 캐년을 실제로 보다니. 그 감동을 잊지 말고 한국에 그대로 가져가자고 수없이 되뇌었다. 하지만 투어로 캐년을 둘러보다 보니 더 머무르고 싶어도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고, 곳곳을 자세히 둘러보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미국 서부에 또 언제 올까 싶지만, 기회가 된다면 그 땐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차로 다니며 캐년의 모든 곳들을 천천히 느끼고 싶었다. 그만큼 자연은 거대했고 숭고했다. 그에 비하면 인간은 왜소했고 초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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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2017-02-19 14:40:44
웅장한 자연풍광이 감동일 것 같아요^^

어반트리 2017-02-18 01:19:27
정말 멋지네요
거대한 자연 앞에 선 기분이 어떨지
기사를 보면서도 상상이 가지 않아요
꼭 한 번 제 눈으로도 직접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사 잘 봤어요^^

왕자님오신날 2017-02-16 15:29:41
딴말이지만
이 그랜드캐넌에는 전설의 포켓몬이 살고있을꺼같아요
유럽 웬만한 곳 가

푸른하늘 2017-02-16 15:12:50
자연의 거대함과 신비함 앞에 인간은 겸손해지지요. 미국은 넓은 국토 만큼이나 매력적인 관광지가 많아요. 그랜드 캐년도 그 중 하나지요. 저는 생물과 지리를 전공했기에 외국 여행을 가면 풍습과 체험보다는 식생과 다른 지리 환경에 더 매력을 느끼곤 합니다. 미국은 아직 한번도 가지 못했는데 그랜드 캐년을 포함하여 제가 가보고 싶은 곳을 꼽아 장기간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목표입니다. 10년안에는 꼭 이루려구요. ^^

크스 2017-02-16 11:28:23
사진 사이즈가 좀 더 컸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