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 뒤틀린 연례행사 얼차려 "이젠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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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 뒤틀린 연례행사 얼차려 "이젠 그만!"
  • 취재기자 천동민
  • 승인 2017.02.13 21: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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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동아리에서 벌어지는 각종 신학기 가혹행위 집중단속키로 / 천동민 기자
경찰이 올해 대학 신입생을 상대로 벌어지는 악습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집중 단속에 나섰다(사진: JTBC뉴스 화면 캡쳐).

올해 서울의 한 대학에 입학한 김민지(20, 경기도 파주시) 씨는 “대학생이 되는 설렘도 있지만, 새 학기마다 재발되는 '학교 내 군기 잡기'가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부산의 한 대학 동아리가 신입생 환영회에서 오물을 섞은 막걸리를 뿌려 물의를 빚었고, 또다른 대학에선 신입생 환영회에서 후배가 만취해 몸을 못 가누자 상해를 입힌 사건이 일어나는 등 교육 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대학 선·후배 간 음주 강요나 얼차려 등 각종 악습이 지속돼 왔다.

이처럼 반복되는 대학교 신입생을 상대로 한 인권침해·가혹행위를 막기 위해 경찰이 집중단속에 나선다. 경찰은 얼차려 등 악습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횡포로 보고 교육 당국과 협조해 선제적 예방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점 신고 대상은 선후배 간 위계질서 확립을 빙자한 얼차려 등 폭행·상해·강요·협박, 지나친 음주 강요나 오물 먹이기, 동아리 등 가입 강요나 회비 납부를 빙자한 갈취, 성폭력 행위다.

경찰은 안내교육(OT)·수련모임(MT) 등 단체행사가 집중되는 3월 31일까지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해 전국 대학 소재지를 담당하는 경찰서에 대학 내 불법행위 수사팀을 지정 운영하는 한편, 대학별로 설치된 학생 인권센터나 상담소, 단체 활동 지도교수 등과 핫라인을 개설해 상담 및 신고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피해가 발생하면, 핫라인, 112, 인터넷, 경찰서 방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각종 홍보 플래카드와 게시물, 간담회 등을 통해서도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신고 요령을 알릴 계획이다. 경찰은 신고를 접수하는 즉시 현장에 출동해 사건 발생 경위, 피해 정도 등을 확인하고 사안에 따라 경찰 수사와 대학 자체 지도감독을 병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신입생들을 상대로 행해지는 악습을 근절하려면 신고 후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알려 악습 행위를 없애려는 학생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부산의 한 대학에 입학한 전모(21, 부산시 사상구) 씨는 “학기 초에 선배들이 신입생들의 군기를 잡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주위에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면, 대학이 아니라 군대에 간 것 같다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보복이 두렵고 혼자 돌출하지 않나 싶어 참았다”고 전했다.

원경환 경찰청 수사국장은 “피해자와 수사팀 간 핫라인 구축, 가명조서, 맞춤형 신변보호제도 등을 활용해 피해자 보호를 강화할 방침”이라며 피해 발생 시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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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2017-02-19 14:57:20
어째 시대가 변해도 이런 문화는 달라지지 않을까요? 합리적인 요즘 세대들이 이런 구시대적인 악습을 이어나가는 게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