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이 기업들의 마케팅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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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이 기업들의 마케팅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 이지민
  • 승인 2013.01.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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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마케팅 방식이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대학생들이 기업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바로 공모전 마케팅이 그것인데 잠재적 고객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업들이 이미지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공모전 마케팅이란 기업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공모전을 개최해 고객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참여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자기 기업을 응모자들인 대학생들에게 홍보하는 마케팅이다.

이전에는 신제품이 나왔을 때 ‘제품 체험단’을 모집하여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식의 마케팅이었다면 이제는 ‘공모전 마케팅’으로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형식의 간접적인 마케팅으로 기업들이 관심을 많이 돌렸다는 것이다.
공모전은 분명 대학생들에게 매력적인 스펙이다. 하지만 그 치명적인 매력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도 있다. 바로 이러한 기업들의 마케팅이 스펙을 쌓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의 심리를 기업이 파고든 전략이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직접 해당 기업의 ‘홍보단’이나 ‘기자단’ 소속이 되어 무보수나 적은 보수로 홍보활동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4월을 기준으로 3대 공모전 사이트 중 하나인 ‘대티즌’을 보면 당시 진행되고 있는 공모전의 개수가 무려 200여개에 달한다. 공모전 주최기업을 보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공기업, 학회, 외국계기업 등 매우 다양하다. 또한 공모전의 분야 역시도 제한이 없다. 대티즌에 들어가 보면 리포트, 기획, 광고, 영상, 문학, 공학, 창업, 체험, 봉사활동 등 없는 분야를 찾기 힘들 정도로 여러 가지 분야의 기업들이 너나할 것 없이 뛰어들어 공모전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종류의 공모전은 연중 365일 상시로 열리고 있다.

진행되고 있는 공모전 중에서는 대회 형식의 아이디어․마케팅 공모전이 가장 많다. 이같은 형태의 마케팅은 보통 기업들이 신제품이나 해당 기업의 홍보 수단 등 다양한 대학생들의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쓰는 방식이다. 기업에서는 공모전을 열어 수많은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접하고 우수한 아이디어에 보상을 주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물론 수상한 아이디어는 해당 회사의 아이디어가 된다.
대기업의 네이밍 공모전에 참여했다는 대학생 서예진 씨는 “단순한 네이밍 공모전이라 쉬울 거라고 생각하고 지원했는데 막상 준비하다보니 기업을 공부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회성 공모전은 공모전보다는 아이디어를 싸게 넘기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공모전은 그 분야의 전문성이 어느 정도 기초되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모전은 무엇일까? 바로 ‘기자단’과 ‘봉사활동’이다. 기자단 공모전은 기존의 ‘체험단’ 형태에서 진화한 모습을 띄는데 주로 중앙정부기관이나 대기업에서 정책을 홍보하거나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 개최한다. 여기에 참여하기 위해 대학생들은 직접 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또 기업 이름을 내걸고 기자활동을 하기 때문에 소속감도 늘어 기업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마케팅 방식이 된다.
특히 기업에서 진행하는 기자단의 경우 대학생 기자단들의 기사로만 이루어지는 사이트를 만들어놓고 운영하는데 여기에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로 채워지기 때문에 대학생만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기도 한다. 그중 대표적인 사이트가 바로 삼성의 ‘영삼성’이다. 영삼성 한광섭 온라인홍보그룹장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다단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기업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방법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라는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봉사활동 공모전은 대체로 재능봉사와 말 그대로의 노동봉사가 있는데 두 가지 형태 모두 운영되고 있다. 기자단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이름으로 대학생들이 봉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같은 공모전은 기업의 사회공헌을 목표로 이루어진다.
무엇보다 봉사활동 공모전은 전문성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다는 의지가 많이 반영되는 공모전이기 때문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가장 인기가 좋다. 카페베네에서 진행하고 있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인 해외봉사단은 무려 60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카페베네에서 무료전액지원으로 해외 커피농장에서 봉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바로 지원서에 카페베네의 회원카드를 적는 란이다. 카페베네 해외봉사단지원자 중 카페베네 우수이용자에게 플러스 점수를 주기 위해 생긴 공간이다. 때문에 카페베네 해외봉사단을 가기 위해 카페베네 회원카드를 만들고 커피를 마시는 대학생들도 늘었다.
지난 카페베네 해외봉사단 지원에서 탈락한 대학생 김영주 씨는 “경쟁률이 너무나도 높기 때문에 카페베네 우수회원이 되면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다음 지원에는 꼭 붙기 위해 회원카드를 만들었다. 꼭 우수회원이 돼서 다음 해외봉사에는 반드시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례는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극단홍보대사를 맡은 적이 있다는 대학생 최지윤 씨는 “극단이 개최하는 연극을 홍보하기 위해 매달 연극을 2편이상 봐야한다. 처음에는 연극도 보고 홍보대사라는 직책이 좋아 시작했지만 이제는 내가 홍보대사인지 홍보대상인 건지 모르겠다”며 불평을 토로하기도 했다.

분명 공모전마케팅은 기업과 대학생에게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대학생들은 스펙을 쌓고 기업은 자신들의 마케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학생 매거진 씽굿이 대학생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모전이 기업의 신뢰도나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기업 브랜드 선호도와 기업 신뢰도가 동시에 상승한다’는 대답이 조사대상자의 46%, ‘기업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한다’가 40%, ‘기업 브랜드의 신뢰다가 상승한다’ 5% 등 대체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무려 조사대상자의 91%에 달했다.
남들과 다른 것을 요구하는 요즘 시대에 기업들은 차별화된 마케팅을 실시하고 학생들은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스펙을 원하므로 이러한 상호조건들이 맞물려 공모전 마케팅이 이렇게 큰 시너지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노려 대학생들을 마케팅 수단으로만 보는 기업들의 시각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공모전 코칭전문가 이동조 씨는 현재 기업이나 공공기관, 지자체, 단체 등이 진행하는 대학생 공모전 분야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많다며 “공모전이 우리 기업이나 단체에 홍보, 마케팅 전략수립, 창의적 인재 선발 등에 얼마나 기여하게 될 것인지 이해하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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