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은 쑥쑥. 내실은 뒷걸음질’ 아마추어 농구, 돌파구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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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은 쑥쑥. 내실은 뒷걸음질’ 아마추어 농구, 돌파구는 없나?
  • 이진현
  • 승인 2013.01.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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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남녀 초등부 농구대회에서 선수들의 신장은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뜨게 만들었다. 초등부 선수들이지만 180cm대의 키가 큰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180cm대의 선수를 초등부에서 보게 될거라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농구를 처음 접하는 초등부의 경기는 전문선수와 일반학생 간의 격차가 가장 적은 나이대이다. 뒤집어 이야기하자면 농구선수로서 일생에 디딤발을 놓는 시기이다. 이때 잘못된 습관 하나가 유망한 선수의 프로행을 좌절시킬 수 있다. 때문에 어느 종목을 막론하고 입문하는 시기는 기본기를 철저히 다지는 시기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중계를 준비하다 본 중계 채팅방을 방문한 아마추어 농구팬의 눈으로 본 현실은 달랐다. 그는 초등학생들의 경기임에도 지역방어를 주문한 해당 팀 감독에 대해 불평했다. “저렇게 해서 실력이 늘겠느냐?”고 물으며 지도자의 자질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해당 팀의 전적을 확인하자 이전 경기에 패배가 끼어 있었다. 결선 진출을 위해 반드시 그 경기를 잡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단지 지역방어 탓은 아니겠지만, 안정적인 점수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렇다고 그 지도자가 무능하다는 표현은 위험하다. 불과 일주일 남짓으로 판가름나는 단기 대회 특성상 결과적으로 성적이 좋다면 유능한 지도자가 되는 것이고, 성적이 나쁘면 무능한 지도자가 되는게 현실이다. 이는 아마추어뿐만 아니라 프로스포츠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괜찮은 경기내용과 인상 깊은 경기력을 선보인 선수가 존재해도 스코어에서 참패한다면 내년에도 해당 팀을 지도하는 코치의 모습을 경기장에서 다시 찾아보기는 어렵다.

아이들의 재능을 믿고 맡긴 부모들의 입김도 지도자들로선 부담스러운 대상이다. 패배는 바로 자신의 책임으로 직결되고, 운 좋게 계속해서 계약을 이어간다 해도 향후 소신을 펼치기가 매우 까다로워진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팀의 에이스로 만점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고 해도 팀의 성적이 전패로 마감했다면 좋은 학교로 스카웃될 확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는 앞으로 선수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간다.

결국 지도자들은 안정적으로 상대를 이길 전략을 찾게 되는데, 문제의 경기는 지역방어가 그런 전술의 일환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 나이대 선수들에서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은 한정되어 있고 이들을 움직임을 다수의 수비로 봉쇄한다면 상대적으로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은 볼을 돌리다가 실책을 저지르거나 성공률이 낮은 무리한 외곽슛을 가져가기 마련이다.

결국 이러한 패턴은 선수들로 하여금 개인기 연마보다 체력과 전술위주의 훈련이 중시되는 장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유소년 시기부터 이러한 습관에 젖으면 대학과 프로에서도 같은 습관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이미 프로농구에서조차 수비위주의 전략과 낮은 슛 성공률 등으로 수비농구가 득세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단기간에 올인해야 하는 소수 엘리트 위주의 농구가 가져온 부작용이다.

이러한 엘리트 위주의 체육의 문제점 때문에 보다 현실에 가까운 생활체육으로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말리그제’의 시행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미 유소년 축구에서는 성공적인 주말리그제의 정착으로 유소년 선수층이 획기적으로 이어진바 있다.

학업과 공부를 병행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이 제안은 소수 엘리트 학교위주에서 클럽농구로의 자연스러운 전환을 꾀할 수 있고 운동부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독립되어있는 클럽농구는 성적에 대한 압박이 학교농구에 비해 낮다. 또 농구에 관심있는 청소년들이 운동에만 모든걸 올인하는 형태가 아닌 전문적인 취미를 위해 농구장을 찾을 수 있어 유소년 층이 넓어지는데 기여한다.

거기다 한정된 기간 내에 자신이 가진 모든 기량을 다 보여줘야 하는 대회와 달리 리그는 상대적으로 기회의 폭이 넓다. 선수입장에서도 유익한 측면이 있다.

우선 대회참가를 위해 정규수업을 빠져야 하는 일정을 최소한도로 줄여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기가 수월해진다. 많은 학부모들이 학업을 이유로 들어 운동을 반대하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이를 완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부상을 당해도 시즌 일정이 길어져 상위학교 스카우터들에게 실력을 보여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제도 역시 단점이 있다. 어떤 지역은 리그제에 참가할 팀 자체가 부족하다. 한 여자 초등부 감독은 전국농구대회를 앞두고 연습경기를 가져야했으나, 지역내 팀이 없어 할 수 없이 중등부 팀과 경기를 가졌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당연히 실력이 맞을 리가 없어 팀 에이스가 부상 당하는 아픔도 겪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우리라고 왜 리그제 같은걸 하고 싶지 않겠나. 그러나 팀이 없는 상태에서 이는 꿈같은 이야기다”라고 말하면서 “팀수가 적으니 리그를 구성하기 위해 넓은 권역을 이동해야 하고, 이는 고스란히 팀 운영비용에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아직 기반을 다지고 있는 단계에 있는 농구교실 위주 클럽팀도 학교농구와 섞는 것에 난색을 표시한다. 학교 측의 지원을 받는 학교농구와 실력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다, 길거리 농구 위주로 나가는 클럽은 지향하는 방향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 서로가 학생들을 빼앗기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클럽팀의 경우는 주말리그제로 학업과 병행한다는 자신들의 강점을 빼앗길까 우려하고, 학교농구는 이들과의 교류로 실력있는 학생들을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문제점을 타파할 해답은 없는 것일까. 근본적인 문제는 ‘절대적인 팀 수 부족’에 있다. 팀 수가 적으니 진로가 불투명해진 유망주들이 다른 종목으로 가는 경우도 잦고 이는 질적하락으로 이어진다. 리그제 또한 시행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선 농구팀들이 좀 더 창단되어야한다. 동시에 농구시설을 보유한 해당 지자체와 협조 역시 중요하다. 지자체장의 의지가 아마추어 농구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팀 창단 역시 이들의 협조 속에 진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상주시는 10만 남짓의 소규모 도시지만, 시장의 강한 의지로 남녀 초.중.고에 이르는 모든 팀들을 다 갖추고 있고 시설도 뛰어난 편이라 전국 농구대회도 빈번히 개최한다.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창단이 어렵다면, 클럽팀과 학교농구들 간 장벽을 허무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같은 연고지에 있는 팀이라도 서로 교류를 한다면 바로 팀이 증가하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지역 연고를 가진 프로팀들의 지원강화도 필수적이다. 이제는 각 프로팀들도 조금씩 유소년 농구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여전히 실력있는 학생들은 학교농구에서 나오며 유스 시스템을 거쳐 해당 프로팀에 입단하는 일은 아직까진 꿈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농구협회의 유소년 농구정책은 확실한 비젼대신 현행유지에만 급급했다. 매년 토토수익금으로 수십억원의 유소년 체육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프로농구연맹과 협조해 프로팀이 유소년 농구육성에도 적극 나서게 만들기는커녕,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진만큼 서로의 이해관계를 접고 적극적으로 협력을 모색할 시기가 왔다. 더 이상 변화를 미룬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의 한국농구가 짊어지게 될 것이다. 어떠한 결과를 선택할지는 오로지 농구인들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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