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뒤끝... 고속도로 휴게실 올해도 '음식쓰레기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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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뒤끝... 고속도로 휴게실 올해도 '음식쓰레기 몸살'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2.01 05:50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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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이 챙겨준 제사음식 귀찮아 며느리들, 휴게실 쓰레기통에 함부로 버려 / 정인혜 기자
설 연휴 기간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간 귀경객들로 휴게소가 몸살을 앓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이미지).

이번 설 연휴 기간 전국 각 고속도로 휴게소가 음식물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간 도로 이용자들로 몸살을 앓았다. 일부 귀경객들이 연휴 기간 남은 부침개·나물·산적 등 설 명절 음식을 버리고 갔기 때문이다. 특히 완전히 조리된 이들 음식이 부패하면서 악취가 심하게 발생해 휴게소 직원들이 골머리를 앓았다.

이번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금강휴게소에서 만난 직원 김모 씨는 휴게소에 명절 음식을 버리고 가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연휴 기간마다 전이며 떡이며 멀쩡한 음식들이 휴게소 쓰레기통에 넘쳐난다”며 “버려진 음식들이 한군데서 뒹구니 냄새도 고약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귀경객들의 쓰레기 투기는 연휴 마지막날인 이날 정점을 찍었다. 기자 역시 휴게소 쓰레기통에 음식물 보따리를 버리고 가는 사람을 10분 사이에 2명이나 목격했다. 휴게소 직원 김 씨는 이를 두고 “부모들이 싸준 음식을 버리고 가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추정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고향에서 부모들이 싸준 음식을 휴게소에 들러 버리고 간다는 것. 

그는 “도대체 뭘 버리는지 궁금해서 뜯어봤더니 대부분 명절 제사 음식이었다”며 “고향집에서 부모가 돌아가서 먹으라고 싸준 음식을 버리는 것 아니겠냐”라고 혀를 찼다.

실제로 많은 주부들이 귀경길 시골에서 싸주신 음식을 이처럼 휴게소에 버린 적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5년 차 주부 형모(36) 씨도 시댁에서 싸준 음식을 고속도로 터미널에 버린 경험이 있다. 형 씨는 시댁에서 챙겨준 음식을 거절하기가 힘들어 일단 받은 뒤 터미널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주시는 음식이 입에 맞는 편이 아니라 집에 들고 가면 다 음식물 쓰레기가 된다”며 “주시는 걸 안 받을 수도 없고…명절마다 스트레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명절 음식’을 둘러싼 논쟁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주부들이 많이 이용하는 몇몇 사이트에서는 “시댁에서 싸준 음식 처리 골치”라며 고민을 상담하는 글이 수두룩하다. 대부분의 글은 고향 방문 후 시댁에서 마련해 준 음식들이 처치 곤란이라 휴게소에 버리거나 냉장고에 쟁여 두었다가 버린다는 내용이다. 

한 네티즌은 “새 음식도 아니고, 제사 지내고 남은 음식을 싸주시는데 마냥 좋지는 않다”며 “솔직히 시댁에서도 먹기 싫어서 주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많은 네티즌이 시댁에서 싸준 음식을 처리하는 게 힘들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완전히 조리된 음식, 특히 제사 음식은 더욱 처치하기가 곤란하다는 것. 명절 내내 먹어서 새삼 먹기도 싫거니와 제사상에 올라간 음식은 더 꺼려진다는 것. 

한 네티즌은 “금방 한 따뜻한 음식도 아니고, 명절 내내 상에 올라갔다가 남은 음식 싸주시는 데 솔직히 누가 반갑겠냐”며 “쌀이나 과일도 아니고 조리된 지 한참 지난 음식은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많은 네티즌은 “서로 먹기 싫어서 며느리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해당 글에 동의하는 댓글을 올리고 있다.

명절 음식물 쓰레기가 친정보다는 거절하기가 어려운 ‘시댁’에서 많이 나온다는 점에서, 고부갈등 또는 아내와 남편 간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명절마다 자식들에게 음식을 싸 준다는 강은옥(63) 씨는 "명절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게 우리 식의 정 나눔인데 길가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너무 야멸찬 것 아니냐"며 "그렇게 싫어한다면 싸줄 이유가 없겠다"고 혀를 찼다. 

실제 남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글을 올린 여성들을 두고 “미친X”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한 네티즌은 “여자를 잘 만나야 한다”며 “어떻게 본가에서 보내주시는 음식을 버릴 생각을 할 수가 있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한국식 상차림 문화가 가져온 부작용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명절 음식은 무조건 푸짐하게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어 처치하기 힘들 정도로 음식을 마련하는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 캐나다에 거주하는 주부 이예영(37) 씨는 캐나다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밖에 나와 살다 보니 한국식 명절 문화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며 “먹지도 못할 만큼 음식을 만드는 데, 그걸 버리는 수밖에 더 있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음식을 버리는 며느리들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며 비효율적인 명절 문화가 바뀌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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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 2017-02-03 12:22:27
명절음식을 잘 보관해서 먹으면 생활비도 절약되고 여러모로 좋은데 그걸 그냥 길가에 버리다니 참 안타까운 소식이네요. 어느 중국 사상가가 음식을 먹지 않고 버리는 것은 살생과 같다고 했는데 적절한 음식장만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가가가다 2017-02-03 13:08:37
명절 남은 음식으로 정말 맛난음식 많이 해먹을수 있는데 참 아깝게도 저렇게나 많이 버리네요
옛날 어르신들은 음식을 남기면 죽어서 남은 음식의 백만배를 먹는다는 웃으게 소리로 아이들을 겁을 주고는 했는데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니 2017-02-03 17:50:12
정성과 사랑을 버리는일 안되지요
음식버리면 벌받는다는데 조금씩이라도 사와서 먹고 버리지말아야지요

민재맘bin 2017-02-03 10:05:56
이런 기사때문에 어머님의 마음을 잘 받아와서 집에와서도 알뜰하게 해먹는 며느리는 웁니다 ㅠㅠ 어머님이 이런 기사 보시고서 집에 가는길에 버리는거 아니지? 하며 항상 여쭤봐서 난감해요^^;; 버리실거면 아예 싸지말아달라고 정중히 말씀드려보는게 좋을 듯하네요~~

친절한곰도리 2017-02-04 08:16:05
이해가 되지 않고 속도 상하는 기사네요. 음식물 쓰래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데 충분히 먹을수 있는 음식들을 그냥 버리다니요. 입맛에 맞지 않다면 어머님께 솔직히 이야기하고 안받아가는 것이 바람직하지요. 거절을 못해 일단 받은 후 버린다니 안타깝군요. 그리고 실제로 명절음식들 맛있거든요. 집에 가서 먹으면 한끼 식사 차리는 수고도 덜고 좋을텐데 말이죠. 시민의식 부족이란 생각도 들구요. 이 기회에 차례상이 좀 더 간소화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여 음식 준비하는 고생도 줄이고 받은 명절 음식을 적당히 받아와서 버리는 일도 없었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