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석은 누구를 위한 자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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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약자석은 누구를 위한 자리인가?
  • 신세정
  • 승인 2013.01.16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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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부산 지하철 1호선 열차 안에서 고등학생과 한 노인의 말다툼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고등학생이 노약자석에 앉아있어서 노인이 훈계를 하다가 다툼까지 이어진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교통약자를 위한 노약자석이 막말과 언쟁으로 더럽혀지고 있다. 교통약자는 움직이는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공공 교통기관을 이용할 때에 여러 가지 곤란이 따르는 사람들을 모두 말하며, 약자라는 표현을 대신해서 교통 곤란자, 또는 이동 제약자라고도 한다. 이들을 위하여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되었고 법안 실행방법으로 흔히들 노약자석이라고 알고 있는 교통 약자 배려석이 만들어졌다.

부산시 동래구에 사는 강윤아(32) 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사람들의 눈초리를 받는다. 임산부인 강 씨는 임신 12주차이기 때문에 아직 배가 나오진 않았다. 그래서인지 강 씨는 일반 자석이 없을 때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있으면 사람들의 곱지 못한 시선을 받는다. 강 씨는 “외출할 일이 있어서 지하철을 탔는데 자리가 없어서 노약자석에 앉았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오셔서는 다짜고짜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노약자석에 앉아있다고 막말을 하셨어요. 임산부라고 말했는데도 배가 부르지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아냐며 화를 내셨어요”라고 일화를 말했다.

경희 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희진(23) 씨는 며칠 전 등굣길에 몸이 몹시 좋지 않았다. 버스로 통학을 하는 이 씨는 마침 비워져 있는 노약자석에 앉았다. “아주머니 한분이 오셔서 비켜달라는 눈치를 주셨어요. 그래서 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전 끝까지 앉아 있었어요. 갑자기 아주머니가 내리시면서 가방으로 어깨를 치고 가시더라고요”라고 이 씨는 일화를 말했다.

최근 지하철과 시내버스에서 노인과 젊은 세대가 노약자석을 놓고 다투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빈번하게 올라오고 있다. 실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젊은 세대와 노인들 사이에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다.

서울 메트로의 통계에 따르면 '교통 약자 배려석 자리다툼‘ 관련 민원이 2009년 252건에서 2011년 536건으로 2배 이상 증가하였고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 약자 배려석 자리다툼 민원의 대부분은 20~30대의 청년층과 노년층의 다툼이었다.

교통약자 배려석의 다툼이 많아지면서 인터넷 사이트 ‘네이트’게시판에는 교통약자 배려석 다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교통약자 배려석을 교통약자만이 앉게 계속 비워둬야 한다는 입장과 일반사람들도 앉다가 교통약자가 오면 비켜줘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되었다.

부산시 해운대구에 사는 정연화(35) 씨는 돈을 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은 어느 곳이든 앉을 수 있다는 입장을 지지한다. 정 씨는 언제 탈지도 모르는 노약자를 위해 마냥 비워두거나, 교통약자 배려석에 앉아서 눈치 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씨는 그냥 자리를 마냥 비워두는 것은 공간 낭비라고 말했다. “어르신들이 타면 양보해드리면 되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다만 노약자가 탔는데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은 잘못된 거죠”라고 정 씨는 말했다.

정 씨와 다르게 교통약자 배려석은 교통 약자가 언제든 앉아 있을 수 있도록 비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도 있다. 울산시 북구에 사는 김성완(43) 씨는 교통약자 배려석에 고등학생들이나 일반 젊은 사람들이 앉아있는 것을 가끔 보는데, 이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겉으로 표가 나지는 않지만 몸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일일이 말하지 않고 앉을 수 있게 배려해야해요. 교통약자 배려석을 비워두는 것이 진정으로 교통 약자를 배려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김 씨는 말했다.

지하철의 경우에는 교통약자 배려석이 비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버스의 경우에는 중, 고등학생이나 젊은 사람들도 교통약자 배려석에 앉아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인터넷‘네이버’지식인 게시판에 ‘버스 노약자석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가는데 지하철 노약자석에는 자리가 비어도 앉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이 질문의 답변으로 ‘좌석 개수의 차이 때문이다’, ‘버스는 흔들림이 많기 때문이다’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경성대학교에 다니는 최위지(21) 씨는 지하철은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분리되어 있어서 잘 앉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 씨는 “버스는 분리되어 있지 않고 지하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체 자석도 적기 때문에 노약자석에 비워두기 싶지 않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동아대학교에 다니는 장은송(23) 씨는 지하철은 교통약자 배려석이 아니라도 자리가 많고 버스와 달리 지하철은 손잡이를 잡고 있지 않아도 넘어질 염려가 없기 때문에 지하철에는 굳이 자리에 앉으려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버스는 서서가기 불편하기 때문에 자리가 날 때면 앉기도 한다고 장 씨는 본다. 장 씨는 “버스에서는 지하철보다는 양보문화가 잘되어 있고, 노약자라고 보이면 알아서 일어나잖아요. 그래서 앉아 있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버스에서의 교통약자에 대한 양보문화가 잘 지켜지는 편이다. 그래서 만원버스에서 교통약자 배려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령자와 장애인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혹 젊은 사람들이 교통약자 배려석에 앉아 있으면 사람들은 의아해 하며 쳐다본다.

교통약자에는 고령자뿐 아니라 장애인,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모든 사람을 포함한다. 만약 그날 이동에 불편함을 느낄 만큼 몸이 좋지 않다면 교통약자가 될 수 있다.
성균관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나래(23) 씨는 일부 사람들이 교통약자 배려석이 고령자만을 위한 자리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일부 몰상식한 어르신들이 무조건적으로 나이만 따지며 훈계를 하시기 때문에 계속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몸이 안 좋으면 교통약자가 될 수 있는 건데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모르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교통약자 배려석에는 진짜 몸이 좋지 않아서 앉아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간혹 주위에 교통약자가 서있는데도 불구하고 뻔뻔하게 자리에 앉아가는 사람도 많다. 그러한 사람들 때문에 교통약자들은 피해를 보고 있다.

부산 가톨릭 대학교에 재학 중인 정지수(24) 씨는 “몸이 괜찮으면서 자는 척 하는 일부 양심 없는 사람들은 문제에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모두들 가져야 해요”라고 말했다.

서울시 서초구에 사는 권태현(36) 씨는 “고유가 시대의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 대중교통 장려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대중교통 이용자수가 늘어가는 것에 맞춰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양보와 배려심 있는 시민의식도 높아져야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기사에서 인터넷 사이트 ‘알바천국’이 전국 대학생 2,204명을 대상으로 '평소 대중교통 안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가’라는 질문에 조사대상의 48.1%가 ‘당연히 양보한다’고 대답했고, ‘많이 불편해 보이는 노인에게만 양보한다’는 14.1%, ‘모른 척 한다’는 1.6%, 조사대상의 0.3%가 ‘절대 양보 안한다’고 대답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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