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작은 것 주세요"... 지금 시장엔 설 물가 급등에 실속 구매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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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작은 것 주세요"... 지금 시장엔 설 물가 급등에 실속 구매 바람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7.01.25 04:57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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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 배추 작년보다 2~3배, 수입식품도 급등...소단위 포장용품 · 실속형 선물세트 인기 / 정혜리 기자
부산의 한 대형아트에서 손질된 명태포와 새우를 고르고 있는 소비자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최근 생활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설 대목을 코앞에 두고 장바구니 물가에 초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5일 지난해 여름 폭염 등으로 채소류 가격이 급등하고 AI까지 겹쳐 노지채소류, 축산물 가격이 크게 올라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실제 배추, 무 등의 채소류는 평년과 비교해 68.9% 오른 가격을 보이고 있고, 달걀, 육류 등 축산물 또한 평년과 비교하면 16.1% 높은 가격이다. 작년 1월 1,289원 하던 배추 한 포기는 현재 3,028원, 개당 638원 하던 무는 1,745원으로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또 관세청이 조사한 설 성수품 농축수산물 수입 가격에 따르면, 66개 중 41개 품목이 작년 설보다 올랐다. 특히 수산물은 꽁치, 낙지, 홍어, 가오리, 오징어 등 20개 중 15개 품목의 수입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 차리기 필수품이 부침가루가 구석이 아닌 소비자들에게 잘 보이는 전면에 배치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설을 앞두고 시장을 들러보니, 자꾸만 오르는 가격에 장을 보다 말고 “장보기가 싫다”고 울상 짓는 소비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부산진구의 한 대형 마트. AI 여파로 달걀 코너에 쌓여 있어야 할 달걀이 몇 판 남지 않았다. 달걀 코너 앞에 서 있던 한 부부는 “달걀을 많이 사려면 아침에 와야 된다”며 비어 있는 판매대가 익숙한 듯 이야기했다. 이날 팔리고 있는 25구짜리 달걀 가격은 8,280원. 30구 달걀 한 판 기준 5,000원이 되지 않던 달걀이 8,000원을 넘겼지만, 소비자들은 달걀을 사지 않을 수 없다. 주부 이현자(57,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어떻게 계란을 안 사냐”며 “돈이 많이 나올까봐 걱정돼 몇 개 못 담고 장바구니를 채 채우지 못한 채 계산하러 가도 기본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고 푸념했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자, 반쯤 손질된 제품을 고르는 이도 늘었다. 가격 차이가 크다면 원재료를 사 손질하는 수고를 들이겠지만, 가격이 비슷한데 굳이 원재료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 설 차례상에 올릴 새우튀김용 손질새우를 산 유진영(45, 부산시 동래구) 씨는 “저번에 속는 셈 치고 한 번 사서 썼는데 확실히 손이 덜 가더라”며 “수입산인 게 좀 걸리지만 오늘 보니까 생새우 가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과일 역시 소량 포장된 제품이 인기가 높았다. 한 박스를 통째로 사기보다는 작게 포장된 제품을 고르는 게 소비자들의 선택. 사과 5개가 든 포장 제품을 고른 서창현(29,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가족이 엄마, 아빠, 저 이렇게 세 명인데 사과 선물 들어오면 늘 다 못 먹고 상해서 버리게 되길래, 이제 그냥 뜯지도 않고 다른 곳에 보내 버린다”며 “필요한 만큼만 사서 차례상에 올리면 된다”고 말했다.

마트에서 설명절 선물상품으로 햄 12캔들이, 참치캔 12캔들이 실속상품이 판매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5만 원이 넘지 않는 상품들이 설선물용을 나와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설 선물세트도 실속 제품 구성이 많아졌다. 과거 한 상자 안에 갖가지 제품이 들어 한 손으로는 들기도 벅찰 만큼 큰 세트는 세월 속으로 사라지고 한 손으로 충분히 들 수 있는 샤워용품세트, 스팸 세트, 종류별로 담긴 식용유 세트 등이 판매되고 있다. 마트 명절 선물세트 판매원은 “예전에는 칫솔, 치약, 비누, 로션, 등등 잡다하게 든 선물이 많았는데 요즘은 샴푸, 린스, 헤어 앰풀 몇 개, 이런 식으로 꼭 필요한 것만 담은 저렴하고 실속있는 제품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바뀐 선물세트 트렌드에는 김영란법 역시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다니는 회사에서 쓸 설 선물을 마트에서 구입했다는 길정현(29,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회사에서 고객들에게 돌리는 거라 여러 가지로 살펴봤는데 최종적으로 5만 원이 넘지만 할인해서 4만 원 후반대에 턱걸이하는 상품을 고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자체들은 설 명절을 대비해 물가 안정 대책으로 전통시장에서 장보기, 가격인상과 담합 등 부정경쟁 행위를 집중 점검, 원산지 거짓 표시 점검, 관합동 물가안정 대책회의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달걀 코너에 달걀이 동나고 없다. 수입 달걀로 가격이 회복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아직까지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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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 2017-01-26 18:22:12
정말 설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물가가 급등된다니... 풍요로운 설연휴가 되어야하는 현 상황에 ㅠㅠ 참 씁쓸한 설 준비 시기네요! 각박합니다! 다들 힘내자구요. ^^

송이아이 2017-01-26 08:46:48
너무 오른 물가때문에 장보러가기 무서워요
앞으론 풍성한 명절이 아닌 실속있는 명절을 보내야 할거같아요

친절한곰도리 2017-01-25 19:06:27
설이 되면 물가가 오를수 밖에 없긴 하지만 너무하다 싶을 정도라 서민들의 불만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명절의 진정한 의미는 서로 만나가 반가워하는 진심 아닐까요? 그런면에서 앞으로는 차례상도 간소화하고 주고 받는 선물도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러면 물가도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구요. 차례상 준비로 인한 고부갈등 같은 것도 줄겠지요. 서로 마음이 통하는~ 정이 통하는 따뜻한 설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2017 긍정적인 기운을 담아 대한민구도 화이팅입니다.

임시임시 2017-01-25 18:48:40
명절이 되면 수요 공급에 의하여 물가가 오를 수 밖에 없지만 이번 설은 더욱 심하게 느껴집니다. 육류는 물론 채소의 값도 굉장히 올라 장보기가 무섭더라구요. 어르신들께 드릴 선물 세트 값도 올랐구요. 다만 트렌드 때문인지 김영란법 때문인지 저가 실속형 선물세트가 많이 등장한것은 반갑더라구요. 양가 부모님들도 선물에 너무 신경쓰지 마라고 하니 포장보단 내용 보고 실속형 선물세트로 준비를 해 보았습니다. 대신 용돈은 듬뿍 드려야겠지요. ^^ 이제 정말 민족의 대명절 구정이 코 앞입니다. 행복한 설날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