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 우리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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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 우리의 선택은?
  • 칼럼니스트 박승준
  • 승인 2017.01.1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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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박승준
칼럼니스트 박승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공산당의 반(半)월간 이론지 '구시(求是)' 2017년 1월1일 호에 <변화하는 세계 정세속에서 중국 특유의 대국(大國)외교를 추진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왕이 부장은 이 기고문에서 중국과 아시아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중국 외교가 추진해야 할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란창강-메콩강 유역의 동남아 국가들과의 협력 메커니즘과 중-일-한 협력 메커니즘, 그리고 1남 1북(남북한)의 재정립 메커니즘이 상호 호응하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협력 엔진이 조성되도록 하는 외교를 추진할 것이다. 우리는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라는 기정 목표를 확고하게 추진하면서 조선반도 비핵화와 조선반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을 쌍궤(雙軌ㆍTwo Track)로 병행하는 해결방안을 추진한다. 핵문제의 해결은 어디까지나 대화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는 가운데, 핵문제를 구실로 한 조선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

왕이가 생각하는 중국과 아시아의 주변국과의 관계는 라오스,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란창강과 메콩강 유역의 동남아 국가들과 중국 동북방향의 남북한과 일본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만든다는 큰 그림 아래에서, 한반도의 남북한에 대해서는 기존의 한반도 비핵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을 병행 추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그런 구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한반도에는 현재의 남북한 양립관계가 유지되도록 하는 1남1북의 재정립 메커니즘을 확고히 하는 한편, 핵문제의 대화 해결 원칙과 핵문제를 구실로 한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를 쌍방향 정책 추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송영길(인천 계양을)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7명의 1월 4~6일 중국 방문은 그런 환경에서 이뤄졌다. 송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7명의 방중단을 맞이한 중국 측은 왕이 외교부장이 송의원 일행이 도착한 4일 당일로 만나주는 환대를 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이날 민주당 의원 7명에게 환한 웃음을 보여주며 환대한 그런 얄미운 태도는 지난 해 7월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윤병세 외교부장관을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윤 장관이 웃는 얼굴로 다가갔으나 왕이는 굳은 얼굴로 손사래까지 치며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우리 국민들을 격분하게 했다. 왕이 부장은 한 달 뒤인 8월에 일본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윤병세 장관과 다시 악수는 나누었지만 냉랭한 태도는 풀지않았으며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확고하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왕이 부장이 파격적인 태도로 한국 야당의원들을 만나주는 자극적인 행동을 하자 우리 외교부는 5일 김형진 외교부 차관보가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를 비공개리에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서 사드와 관련한 중국의 조치 등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주권적이고 자위적 방어조치"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한류 연예인 방송 출연을 금지한 한한령(限韓令) 등 중국의 잇따른 '보복조치'에 대해 "최근 중국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정부로서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안보 사안에 대해서는 원칙을 견지하는 가운데 한중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대통령 특명전권대사인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는 만나주지도 않으면서 야당의원 방문단 앞에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나타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왕이의 이런 얄미운 모습은 우리의 조야(朝野)가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간파한 중국이 우리의 조야에 대한 이간책을 선택한 결과이다. 이런 마당에 우리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 정부는 여말선초(麗末鮮初) 명과 청을 상대로 한 사대(事大)외교의 과정에서 경험한 표전(表箋)사건을 비롯한 수많은 굴욕적 사건들을 포함한 과거 역사까지 되돌아보는 폭넓은 사고를 해야 할 것이다. 또 베트남과 중국간의 갈등 과정에서 베트남 정부가 보여준 과감한 결단과 지혜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명초 주원장이 싫어하는 글자들이 포함된 외교문서를 사신들이 갖고갔다가 모조리 투옥당한 표전사건 당시 우리 조선조정은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NCND 전략을 구사했고, 베트남은 과거 중국과의 전쟁도 불사해서 중국 인민해방군 파견부대를 궤멸시키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최근에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미국이 갈등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우리를 상대로 해양 권익을 추구한다면 미군 항모의 베트남 기항을 허용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는 과감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베트남 정치 지도자들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증가하면 "언제라도 국민 총동원령을 선포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는 과단성을 보여주었다.

사드 배치와 관련 중국 측의 불만 가운데 하나는 사드배치 문제가 한국 정계에서 논란이 되는 듯하더니 어느 날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사드 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느닷없이 발표한 사실에도 불만스러워 하고있다. 당시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 문제는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안보 사항이니 국회의 토론에 부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국회내 여야당의 토론을 거치는 과정을 중국측에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과정을 거쳐 여야 합의 아래 사드 배치 여부를 실행에 옮기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현재와 같은 중국 측의 우리 조야 이간책은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와 이웃하고 있는 우리의 운명은 미국 일본 러시아 어느 나라보다도 더 세심한 고려에서 나온 지혜로운 판단과 정책 채택을 필요로 하고 있다. 미일중러 4강의 내부 정세에도 어둡고, 우리의 의사 결정 과정도 뜬금없이 내려지는 거친 정책 일변도라면 우리의 외교가 부딪힐 것은 위기상황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명, 청 왕조를 상대로한 사대외교와 굴욕외교가 불가피했던 조선왕조 당시와 달라진 점은, 대륙과의 관계만 존재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에는 바다 건너 미국과의 관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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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돌 2017-01-20 14:22:04
미국과 중국이 보이지 않는 전쟁 중입니다. 서희의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필리핀 두테르테는 양국 사이에서 큰 실리를 취득하고 있는데 참고하면 좋겠어요

하늘위달 2017-01-20 06:33:52
사드와 관련된 정부의 일 진행 방식은 후진국이지요. 갑자기 사드 설치하기로 했다는 발표보다는 길게 논의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면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사드에 대한 경제. 문화 보복은 하지 않았을텐데 말이지요. 게다가 오히려 사드를 설치할지 말지 고민하는 카드를 이용하면서 오히려 미국과 중국을 간지럽히며 저희 쪽으로 이득을 가지고 올 수 도 있는 외교적 지혜도 발휘할 수 있었을텐데 너무 급하게 사드 배치를 발표한 것이 아닌가 쉽어요. 그러다보니 국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극도로 나뉘는 상황입니다. 지금이라도 최대한 지혜를 발휘할 시점입니다.

민재맘bin 2017-01-19 11:06:31
사드때문에 말이 많네요~
중국의 무역보복이라던지 외교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안될 것 같은데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