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천병두(53,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매주 복권을 구매한다. 천 씨는 “안 될 줄 알면서도 매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복권을 구매한다”며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당첨만 되면 한번에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계속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천 씨처럼 복권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어 작년 로또 판매량이 2003년 이후 지난 1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로또복권 판매량 기준 35억 5,000여 게임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9% 가까이 증가했다.
판매액 또한 3조 5,500여억 원으로 2003년 3조 8,031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에 해당한다. 하지만 2003년 당시 로또는 한 게임에 2,0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판매액은 게임당 1,000원으로 바뀐 이후 사실상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로또복권은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으로 경기가 나쁠수록 많이 팔린다. 작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었고, 실업률은 3.7%로 2000년 3.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경기불황이 이어지자 서민들이 일확천금의 희망을 품고 로또복권을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생 손광익(25, 부산 사하구) 씨는 2012년부터 매주 거르지 않고 똑같은 번호로 로또복권을 구매했다. 손 씨는 “로또는 내 향후 40년 인생계획 일부로 매주 똑같은 번호로 구매한다”며 “먹고 살기 힘든 요즘 로또에 한 번만 당첨되면 내 삶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 당첨 될 때까지 구매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정부는 로또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경기 불황보다는 로또 판매점의 증가가 더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2003년 이후 정부는 신규 로또 판매점을 지정하지 않았다가 새로 조성된 도시나 기존의 판매점 폐점 등으로 인한 복권 구매 불편 완화와 취약 계층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들어 지난해 신규 모집에 나섰다. 이에 따라 2014년 말 전국 6,015개였던 판매점은 지난해 6월 기준 6,834곳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올해 로또 판매점 신규 개설이 마무리되는 만큼 내년부터는 로또복권 판매 증가 폭이 다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또 판매점을 운영 중인 김모(62,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로또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에 대해 “정말 힘들어서 로또에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도 있고,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미로 로또를 구매하는 사람도 있다”며 “다들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로또를 사러 오겠지만, 물가도 오르고 경기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로또에 희망을 품고 매주 발걸음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