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흘러나오는 내 이야기가 따뜻한 위로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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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흘러나오는 내 이야기가 따뜻한 위로 됐으면"
  • 취재기자 김유리
  • 승인 2017.01.17 22:22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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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N 라디오 FM 심야프로 <우리들의 밤> 작가 박지현 씨가 청취자와 소통하는 법 / 김유리 기자

매일 밤 목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적셔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모두가 잠든 시간에 깨어있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준다. 이들이 일하는 곳은 방송국이다. 늦은 밤에 문을 열고 동이 트는 새벽에 문을 닫는 영화 속 <심야식당>처럼, ‘심야 방송’도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인다.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한다는 건 너무 매력적인 것 같아요.” 

KNN 러브 FM의 심야방송 3년차인 라디오 작가 박지현 씨는 늦은 밤 방송 일을 해내느라 피곤할 만도 하지만 활기가 넘쳤다. 밤 12시에 깨어있는 사람들을 대체 무얼 하고 있을까? 박 씨는 늘 이런 물음을 머릿속에 담고 산다. 그는 “청취자와 <우리들의 밤> 프로그램 사이에 마음의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하고 끈끈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KNN 러브 FM <우리들의 밤> 담당 박지현 작가(사진: 취재보도 김유리).

<우리들의 밤>은 KNN 러브 FM 방송이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모두가 잠든 시각에 깨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주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주 청취층은 30~50대다. 지역 방송에서 심야방송을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다른 포맷으로 진행된다.

심야방송 제작에 푹 빠져 있는 박 씨의 꿈은 처음부터 라디오 작가는 아니었다. 법원에서 일하는 판사가 꿈이었던 그녀는 책 읽기를 좋아했다. 책 속에서 법과 정의와 같은 단어들과 친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판사와 같은 대한민국 1%가 되기엔 많은 노력이 필요하잖아요. 안타깝게도 제 성적은 명문대 법대에 가기엔 1%가 모자랐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만난 첫사랑과 쓰디쓴 이별의 아픔을 겪었다. 이별의 아픔을 겪은 날, 집에 돌아와 느낀 공허함을 침대 옆 라디오가 채워 주었다. 잠들기 직전까지 듣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심금을 울리는 사연들이 그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 때부터였다. 그는 글로써 마음을 표현하고, 전달하고, 공유하고 싶었다.

박 씨는 그 꿈을 간직하다가 대학을 졸업한 후 방송 작가가 됐다. 꿈을 이룬 첫 방송의 그날을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담은 글이 전파를 타고 청취자들에게 전달되고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다. 

“정말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벅찼고 만감이 교차했어요. 지금도 그 때만 생각하면 찡해요. 첫 방송 마치고 너무 벅차오른 감정에 펑펑 울었어요.”

낮과 밤을 바꿔 생활해야 하는 불편함을 무릅쓰고 활기차게 일하는 <우리들의 밤> 제작진들(사진: 취재기자 김유리).

심야방송이라 밤낮을 바꿔 사는 삶에 그는 잘 적응하고 있다.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밤에 깨있는 대신 낮에 자면 된다"고 그는 유쾌하게 답했다. 심야에 일하기 때문에 평일엔 가족들과 대화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밥만큼은 가족들과 다 같이 먹는다. 아침 8시에 식사한 후 다시 잠을 보충한다고. 평일에는 밤낮이 바뀌지만, 주말엔 밤낮이 정상이 된다. 

“주말엔 신기하게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어요. 주말이 늘 아쉽기 때문에 알차게 보내기 위해 일찍 일어나요.”

그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청취자들의 감정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과 매력을 느끼고 있다. 울적하거나 화가 날 때,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을 털어놓고 싶을 때, 라디오는 신기하게도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 그는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때로는 위로가 되는데, 심야 라디오가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서 라디오의 '위대함'을 매일 느껴요”라며 웃었다. 

청취자들은 자기의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마음의 아픔을 해소하고, 작가와 DJ는 고민을 들어주면서 청취자들과 감정을 공감한다. 박 씨는 실시간으로 청취자들과 소통하면서 그날 있었던 일, 그날 느꼈던 감정, 그날 계획한 일, 지난 추억 등을 전하며 청취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청취자들은 박 씨가 쓴 글이 DJ에 의해 낭독되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응원하고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든든함을 느낄 법하다. “청취자들 덕분에 내 마음에 살이 찌고 배가 부르다"는 그는 "청취자와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으며 우리의 삶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의 꿈은 아니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심야방송 작가 일은 그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이었다. 요즘 현실과 꿈 사이에서 방황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박 씨는 대학생들에게 “어떤 어려운 현실에 봉착하더라도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일이 먼저”라고 말했다.

꿈은 꺾이기 쉽다. 모든 이들이 어린 시절의 꿈이 이루어졌다면 우리나라에는 수만 명의 대통령이 탄생했을 것이다. 그녀는 인생엔 정답이 없고 경유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꿈을 향해 달려가다 보면 새로운 꿈을 꾸게 되기도 하고, 멀리 돌아서 원래 꿈을 달성할 수도 있지요. 경유지를 만날 때마다 시동을 다시 걸어 달려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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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좋은세상 2017-02-26 13:31:48
잠 안오는밤에 이제 이 라디오 들어야겠어요.
덕분에 일상의 재미가 하나 늘어났어요.
라디오 들을 생각에 두근두근하네요^^

쩡니 2017-02-08 19:48:40
새벽라디오 방송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번 기회에 한 번 들어봐야겠어요 깨어 있는 사람들을 위한 방송이라니! 힐링되고 너무 좋을꺼 같아요

siwxe 2017-02-05 20:27:22
새벽 방송 들어본지 오래됐는데 힘든 사람들 얘기를 위로해준다고하니
한번 들어볼게요

야호야홋 2017-01-29 14:54:12
저도 라디오를 통해 힐링받았었죠 요즘에도 항상밤에 틀어놓으면 혼자가 아닌것 같아요. :)

히힛 2017-01-26 13:51:17
이 라디오 거의 매일 듣는데
감동받고 힐링 받을 때 많아요ㅠ♥
작가님 궁금했는데 이분이셨군요
예뻐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