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여성에 피임약 무료 배급" 필리핀 새 정책에 여론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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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여성에 피임약 무료 배급" 필리핀 새 정책에 여론 들썩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1.16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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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대통령, “원치 않는 임신 줄일 수 있을 것”…현지 여론은 세대별로 찬반 팽팽 / 정인혜 기자
필리핀 정부의 ‘저소득층 무상 피임약 배급' 정책을 놓고 국내외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시판 중인 피임약(사진: 구글 무료이미지).

필리핀 정부가 신년 가족정책으로 ‘무상 피임약’ 배급을 들고나와 필리핀 국내외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VOA(Voice Of America) 등 외신들은 최근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저소득층 여성 600만 명에게 피임약을 무상으로 배급하는 정책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의 빈곤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필리핀 경제기획부 에르네스토 페르니아 장관은 “빈곤 감소를 위해 피임약을 잘 이용해야 한다”며 “해당 사업(피임약 무상 배급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지난 2015년 21.6%였던 빈곤율을 두테르테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22년까지 13%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정책이 현실화되면 필리핀 정부는 우선 오는 2018년까지 빈곤층 여성 200만 명에게 피임약을 공급하고, 이후 대상을 600만 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필리핀 정부는 이 정책이 성공하면 현재 연간 1.7%의 인구 증가율이 1.4%로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필리핀 정부는 지방 자치단체들과 함께 맞벌이 가족계획을 수립하고 청소년 성교육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UN의 인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필리핀은 지난 20년간 10대 임신율이 증가한 유일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다.

하지만 해당 정책이 현실화되기까지는 큰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국민의 80% 이상이 가톨릭교를 믿는 필리핀은 반(反)피임·낙태 정서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리핀 대법원의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2012년에도 피임약 허용 범위 확대와 정부의 보급 방안을 담은 법안을 시행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금지함에 따라 정책 시행을 잠정 중단했다. 필리핀 정부 측은 “시간이 중요한 정책이 계속 지연되면 안 된다”며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국민 여론은 극명하게 나뉘는 모양새다. 특히 연령대별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앙헬레스시에 거주하는 지셸 나구이트(22, 상담원) 씨는 “정부의 정책에 동의한다. 원치 않는 출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피임약 보급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0대에 출산을 한 친구들이 5명이나 된다. 피임약이 있었다면 어린 엄마들이 이렇게까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피임약 보급 정책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세부에 거주하는 티파니 폰세(24, 의대생) 씨도 정부 정책에 동의했다. 그는 “경제 성장을 위해선 산아제한 정책이 필수적이다. 피임약을 살 수 없는 가난한 여성들에게 이를 보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반면 세부에 거주하는 피아 둥카(52, 어학원 강사) 씨는 해당 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생명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신의 일을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다”며 “해당 정책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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