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떠난 후 까마귀 떼만 날아다니는 텅 빈 대학 캠퍼스
상태바
학생 떠난 후 까마귀 떼만 날아다니는 텅 빈 대학 캠퍼스
  • 취재기자 김연수
  • 승인 2017.01.10 16:45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외대 우암동 캠퍼스, 부산시와 개발 방안 이견으로 3년 간 방치...인근 지역 슬럼화 가속 / 김연수 기자
부산외대 우암동 캠퍼스 정문. 현재 부산외대는 학교 전체가 금정구 남산동 캠퍼스로 이전해 우암동 캠퍼스는 텅 비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부산외국어대학교 우암동 캠퍼스가 3년째 비어있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어 주변 상권의 침체와 슬럼화가 가속되고 있다. 

부산외대는 2014년 1월 31일 부산 금정구 남산동 캠퍼스 공사를 모두 마치고 그해 3월 남구 우암동에서 남산동으로 이전했다. 학생들이 빠져나간 우암동 캠퍼스 부지는 소유자인 부산외대 성지재단 측과 부산시 간에 부지 활용 계획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아직까지 개발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우암동 캠퍼스 부지 인근 주민 이모(71) 씨는 “캠퍼스에 병원이 들어온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주민들은 정확한 정보를 듣지 못해 답답한 심정이다. 장기간 방치돼 있다 보니 이젠 주민들도 지쳤다”고 말했다.

부산외대 측은 우암동 부지를 아파트 등 주거용지로 활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외대는 2016년 10월 21일 부산시에 뉴스테이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뉴스테이란 8년 동안 상승률이 5% 이하인 임대료를 납부하고 거주할 수 있는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부산외대는 2,000세대 이상의 뉴스테이 아파트 신축을 계획하고 있는데, 부산지역 뉴스테이 신청 후보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부산외대는 뉴스테이 사업과 더불어 우암동 캠퍼스 부지 내에 있는 기숙사 건물을 활용해 청년창업관련 연구개발센터와 복지센터를 만드는 등 약 250억 원가량의 공익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우암동 캠퍼스 부지(사진: 네이버 지도)

그러나 부산시는 부산외대의 뉴스테이 심의 신청을 작년 10월 31일 최종 부결처리했다. 부산일보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도시계획과 산림녹지, 아파트와 건설·건축 부문 등의 심의를 위해 담당 공무원과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된 뉴스테이 심의위원회는 우암동 캠퍼스 부지가 본래 자연녹지이기 때문에 학교 용도가 끝난 뒤 그 자리에 아파트 단지를 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부결 처리했다.

부산 남구청은 우암동 부지가 부산외대 측 성지재단의 사유지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개발에 직접적으로 손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남구청 기획감사실 박명원 주무관은 “정확한 감정을 해봐야겠지만 부지매입비로 860억 원 가까이 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구 재정으로는 도저히 부지를 매입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남구청은 작년 초부터 부산시에 우암동 부지를 해양플랜트 연구시설단지로 개발 활용하는 방안을 건의해 왔다. 부산시는 남구청의 건의를 받아들여 부산시가 추진 중인 북항 재개발 계획과 연관시킨 해양 관련 산업에 우암동 부지를 활용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박 주무관은 “우암동 지역 경제가 계속해서 침체되고 있기 때문에 구청이 부지를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부산시에 건의하고 있다. 시에서도 여러 활용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부지 매입비 때문에 애로 사항이 많은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부산외대 부지 활용 방안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주변 상인들과 주민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입고 있다. 학생들의 자취촌이었던 주택가는 사람의 발길이 끊겨 점점 우범지대로 변해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암동 캠퍼스 부지 후문 인근 주택가에서 26년째 거주 중인 주민 김모(67) 씨는 “원래 이 동네는 학생들이 자취방을 얻어서 살던 동네다. 지금은 전부 빈집이고 집주인들은 그냥 손을 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71) 씨는 “학교가 빈 뒤로 까마귀 떼가 동네에 날아든다. 밤에는 을씨년스럽다”고 말했다.

우암동 캠퍼스 정문 인근에는 PC방, 당구장, 식당, 카페 등 학생들이 많이 찾는 점포들이 줄지어 있었다. 1997년 학교 인근에서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했던 권나경(50, 부산시 동래구) 씨는 “내가 장사할 때만 해도 어느 가게든 항상 학생들이 붐볐고 대학가다운 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4년 캠퍼스 이전 이후 매출이 급감했지만 아직 캠퍼스 부지 개발이 착수되지 못해 상인들은 망연자실한 상태. 게다가 정문 맞은편에는 대형마트가 위치해 있어 영세 자영업자들은 더욱 점포를 유지하기 힘든 실정이다. 학교 정문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 씨는 “학생들이 빠져나간 이후 많은 점포들이 문을 닫았다. 새로 들어온 점포들도 버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때 부산외대 학생들의 사랑을 받던 학교 앞 식당들은 캠퍼스 이전 이후 문을 굳게 닫았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학교 후문에 인접해 있던 식당들은 점심시간에 찾아오는 부산외대 학생들과 인근 자취생들이 주 수익원이었지만, 학생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이후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문을 닫은 점포는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빈 점포 그대로 남아 있다. 부산외대 학생 옥희민(25, 부산시 연제구) 씨는 “학교 후문 쪽 식당들은 가격이 싸고 반찬이 푸짐해서 점심 시간에 많이 찾았다. 박리다매로 영업해 온 이 식당들도 학생들이 사라졌으니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외대 우암동 캠퍼스 정문 출입통제 경고문. 최소한의 경비 인력만이 텅빈 캠퍼스를 지키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부산외대 우암동 캠퍼스는 현재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 채 5명 내외의 경비 및 관리 인력만 남아 있다. 정문 경비실에는 경비원이 근무하면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캠퍼스 내에 설치되어 있는 CCTV를 통해 캠퍼스 내부를 감시하고 있다. 부산외대 시설 관리팀 관계자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외부인은 부산외대 측과 사전 협의 없이 우암동 캠퍼스에 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암동 캠퍼스에서 대학시절을 보낸 부산외대 졸업생 임현아(25, 부산시 금정구) 씨는 우암동 캠퍼스가 점점 흉물스럽게 변해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임 씨는 "우암동 캠퍼스는 스무살의 시작이자 대학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이었다"며 “우암동 캠퍼스 부지가 우암동 주민들에게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수영동지기 2017-01-20 19:13:30
한번 씩 지나갈때면 이런 생각은 가졌었는데 기사를 통해 자세히 알게 되었네요. 잘 읽고 갑니다~

이것좀보라카이 2017-01-16 18:13:10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어서 마음이 참 안좋네요
부디 우암동 캠퍼스 부지가 다시 살아났으면 합니다
@---- 장미꽃 한 송이 놓고 갑니다..*^^* 기사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