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쓰레기 무단투기 지역마다 '동네 망신 지역' 알림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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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쓰레기 무단투기 지역마다 '동네 망신 지역' 알림판
  • 취재기자 김태우
  • 승인 2017.01.14 09:0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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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구청, 고질적 무단투기 지역에 설치...반짝 효과 있지만 근본 대책 여부는 의문 / 김태우 기자
부산진구 범전 치안센터 근처에 있는 부전1동 망신지역 알림판(사진: 취재기자 김태우)

부산 부산진구청에는 몇몇 곳에 눈에 확 띄는 노란색의 ‘망신지역 알림판’이란 게 서 있다. 이는 부산진구청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가 일어난 곳에 설치한 알림판이다.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동네의 체면이 손상된 것을 무단투기자들이 깨닫게 해 스스로 반성하게 해서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아보자는 취지다.

2014년과 2015년 쓰레기 무단투기 때문에 부산진구청이 쓴 돈은 CCTV 설치 및 유지 비용이 각각 2014년 약 4,300만 원, 2015년에  4,400만 원에 이른다. 또 무단투기 쓰레기 처리 비용은 각각 2014년 약 1억 1,200만 원, 2015년 약 1억 800만 원이나 됐다.

무단투기 쓰레기 처리 비용이 해마다 증가하고, 이를 방지하려고 또 예산을 들여 CCTV를 설치하면, 다시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 새로운 무단투기 장소가 생기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부산진구청은 주민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망신지역 알림판’을 세우기로 했다. 부산진구청 청소행정과 고병호 씨는 “기존의 감시나 신고처럼 외부에서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사람들의 내면의 양심을 자극해서 쓰레기 무단투기를 줄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추진된 망신지역 알림판은 2013년부터 부산진구의 총 29개동에 설치되었다. 망신지역 알림판은 한 곳에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고, 주기적으로 조사해서 무단투기가 진정된 곳은 설치를 취소하고 새로 쓰레기 무단투기가 심각한 곳이 생기면 즉시 그곳에 알림판을 세우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과연 망신지역 알림판이 효과가 있을까?

부산진구 양정로 77번 길-30에 있는 양정2동 망신지역 알림판(사진: 취재기자 김태우)

부산진구 양정 2동에는 두 곳의 망신지역이 있다. 한 곳은 양정로 10번 길-12에 위치해 있고, 다른 곳은 양정로 77번 길-30 근처에 있다. 근처에 사는 주민 김모 씨는 “CCTV나 경고문만 보다가 알림판을 처음 봤을 때는 되게 민망했다”며 “망신지역 알림판은 CCTV 사각지대에도 설치할 수 있고 옮길 수 있어서 효율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정2동 주민센터의 청소행정 담당자 김종원 씨는 “버리는 사람이 계속 버리다 보니 쓰레기 무단투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양심을 자극하는 효과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초읍동 15번 마을버스의 삼광사 입구 정류장 옆에 있는 초읍동 망신지역 알림판(사진: 취재기자 김태우)

부산진구 초읍동에도 망신지역이 있다. 마을버스 정류장 옆이지만 쓰레기가 마구잡이로 버려져 있다. 망신지역 주변에서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신모 씨는 “예전에는 쓰레기를 진짜 막 버렸어요, 예전보다는 덜 버리지만 여전히 버리는 사람은 거기다 계속 버려요”라고 말했다. 초읍동 주민센터의 청소행정 담당자는 “망신지역을 설치하고 한두 달 정도는 쓰레기 무단 투기량이 줄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버리는 사람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무단투기 지역에 CCTV를 설치하면 잠깐 효과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CCTV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새로운 무단투기 지역이 생긴다. 망신지역 역시 CCTV나 다른 조치와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관심이 ‘반짝’하고 있는 동안에만 효과가 있다. 이런 상황을 부산진구청 고병호 씨는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룩 튀어나오는 것처럼 어떤 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다시 발생하는 ‘풍선효과’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부산진구청은 동네 주민센터를 통해 회의나 모임이 있으면 그곳에 유인물을 배부하고, 쓰레기 무단투기가 잦은 지역에는 직접 찾아가서 무단투기 안내문을 배부하고 있다. 고병호 씨는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 무단으로 쓰레기를 안 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도 시민들도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시민들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시청 및 구청에 건의해서 우리 지역을 함께 지켰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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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돌 2017-01-14 11:44:33
불법 쓰레기 투기로 구청마다 어려움이 많겠네요. 동네도 지저분해지고 참 보기 않좋은데 양심 없는 사람들이 있어서 같은 동네 사람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데 올바른 쓰레기배출을 준수하는 문화가 확립되면 좋겠어요.

유하나무 2017-01-15 23:20:13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곳에 저렇게 알림판을 세우면,
매번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낄 것 같아요!
저희동네에도 쓰레기를 무단투기해 보기 흉한 곳이 몇군데 있는데
그곳에도 알림판 세우고 싶네요!

사랑애 2017-01-14 17:30:06
망신지역 알림판이라... 그래도 버릴 사람은 버리겠지만 아이디어는 좋네요.
제가 살고있는 오피스텔 앞에도 온 동네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지 이따금씩 지저분하게 쌓여있어서 눈살이 찌푸려지곤 하거든요.
제발 쓰레기 무단투기자들이 양심 좀 찾아서 종량제봉투를 사용해 지정된 쓰레기 배출장소에 버렸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