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 아기들 '삑삑이 신발' 싸고 "소음민폐" 논란
상태바
공공장소 아기들 '삑삑이 신발' 싸고 "소음민폐" 논란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1.14 09:05
  • 댓글 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무데서나 삑삑 소리, 듣기 괴롭다" 주장에, "아기 위치 알려는 것, 예민 반응 말라" 항변도 / 정인혜 기자
영유아 '삑삑이 신발' 착용을 두고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영유아가 신는 소리 나는 신발, 일명 '삑삑이 신발' 착용을 두고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삑삑이 신발은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이들이 주로 신는 신발로, 신발 표면이 땅에 닿을 때마다 ‘삑삑’ 소리를 낸다. 부모들은 아이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삑삑이 소리를 반기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소리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눈치다. 실제 인터넷 웹진에서 ‘삑삑이 신발’을 검색하면 부모에게 자제를 요청하는 글이 줄을 잇는다.

지난해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트판에는 ‘제발 아기 삑삑이 신발 좀 신기지 마쇼’라는 글이 올라왔다. 조회 수 13만 건을 기록한 해당 게시글은 추천 수 556, 반대 수 517로 삑삑이 신발에 대한 팽팽한 여론을 짐작케 했다. 작성자는 “같은 아이 엄마 입장이지만, 소리 나는 신발을 왜 신기는지 모르겠다. 그 신발은 사지도 말고 신기지도 말아라”며 삑삑이 신발 착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시글을 접한 네티즌들의 의견은 반으로 나뉘었다. 아이디 asdf** 씨는 “삑삑 소리 나는 신발 신고 다니는 애들 보면 귀엽다는 생각만 들던데, 저게 시끄러우면 바깥 차 소리는 시끄러워서 어떻게 길을 다니냐”며 삑삑이 신발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예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닉네임 ‘ㅎㅎㅎ’ 씨는 “집안도 아닌데 좀 신길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이런 데 글 올릴 만큼 잘못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앞선 주장에 힘을 보탰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라. 아이 엄마와 아이 둘만 있는 곳도 아니고, 많은 사람이 모인 공간에서 삑삑 소리를 내면서 다니면 주변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소음 공해”라며 “자식만 소중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청각도 소중하다”고 일갈했다.

'삑삑이 신발 신기지 말라'는 해당 게시글은 추천 수 556, 반대 수 517을 받았다(사진: 네이트판 캡처).

과거 삑삑이 신발을 신고 다니는 아이들을 길에서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할 때 삑삑이 신발을 신겼고, 이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당연한 수순 같은 것이었다. 이전에는 ‘당연한’ 절차였던 것이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이를 두고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너무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주부 박지경(34, 부산 남구 대연동) 씨는 “아이가 걸음마할 때 잠깐 신기는 건데, 이게 그렇게까지 비난받을 일인지 모르겠다. 이걸 민폐로 생각하는 게 더 신기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도서관이나 독서실처럼 조용한 공간에서 신기는 건 당연히 문제가 되지만, 카페나 은행 등 공공장소에서는 상관없지 않나. 아이 신발 신기는 것까지 눈치를 봐야 할 줄은 몰랐다”며 “사람들이 너무 예민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자녀 둘을 가진 주부 김지인(37, 부산 북구 화명동) 씨는 첫째 아이 때는 신겼고, 둘째 아이에게는 신겨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삑삑이 신발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아 눈치가 보였다는 것. 김 씨는 “소리가 조금 난다고 해서 천진난만하게 걸어 다니는 아가들이 그렇게 견디기 힘든 민폐냐. 미국 여행할 때 첫째 아이에게 삑삑이 신발을 신겼는데, 외국 사람들은 귀엽다고 좋아하기만 했다”며 “아이들을 보면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야지, 민폐라고 보는 시선은 정상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너무 삭막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바라보는 일반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부모들이 이기적이라는 의견이다. 최근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대학생 안재현(28, 부산시 북구) 씨는 “삑삑이 신발을 신어야만 아이가 걷는 것도 아니고, 위치를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아 방지용으로 신긴다는 의견이 많던데, 그런 이유라면 차라리 신발을 안 신기고 안고 다니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결국 엄마들이 말하는 것들은 다 이기적인 이유뿐이다. 이래서 노키즈존이 생겨나고 ‘맘충’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엄마들의 태도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면서 하는 육아는 올바른 방식이 아니라는 것. 사회문제연구소 관계자는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나면서, 부모들의 육아 방식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많은 부모가 ‘내 아이만 최고’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부모들은 이런 이기심을 지양하고, 일반 사람들은 부모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 양보하고 배려할 때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노답 2019-01-22 17:02:51
누군가에게 민폐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를 않나? 거슬리는 사람이 한둘도 아니면 소음 아니냐 카페나 아쿠아리움에서 뛰어다니고 울리는 데에선 얼마나 시끄러운데 지새끼 지나 예쁘지 귀엽다는 듯이 쳐다보기만 하고 ㅋㅋ 집에서나 신기시지 공공장소에서까지 자기들 유난 떠는 육아 배려해 달라느니 삭막하다느니 진짜 이러니까 욕을 먹지 애 교육 앞으로 안봐도 뻔해

삭막한 대한민국 2018-11-01 02:40:59
아이는 마을이 키우는거라했는데..공동육아는 사라진지오래고..
이러니 애 안놓는다는 부모가 많은거죠..
삑삑이신발 나온 이후로 안신고 걸음마 뗀 지금의 2~40대들 몇명이나 있을까..저 글쓴이도 분명 삑삑이신발 신겼을듯..
대한민국 진짜 삭막하네요..
외국은 자폐아 가족이 외식하러 나와서 한 외국인이 공격하는걸보고 되려 나머지 사람들이 비난하는 영상을 보여주던데..언젠가부터 약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타인에게 피해를주어서는 안된다라는 이름으로 본인만 배려받기를 원하는 이기적인 사회가 되었네요

김연수 2017-01-20 19:16:58
삑삑이신발이 소음이라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는데...도서관이나 전시회가 아니고서야 이 소리가 '엄청난 소음공해'로 느껴진다는건 이해가 안 되네요.

다다다다 2017-01-19 22:39:29
부모가 공공장소에만 주의를 한다면 모두가 좋을 것같아요!

Sol 2017-01-19 14:56:31
걸음마 시키려고 삑삑이 신발 신겨서 데리고 다니다가 도서관이나 미술관 같은데서 다른 신발로 바꿔 신어주는 부모의 센스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