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유통업계 2위 송인서적 부도에 출판사·서점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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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유통업계 2위 송인서적 부도에 출판사·서점 초비상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7.01.04 13: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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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경로 막힌 데다 어음까지 휴짓조각" 아우성..전근대적 시장 구조 전면 개선해야 / 정혜리 기자
국내 서적 유통 업계 2위 송인서적이 은행으로부터 3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전국 중소 출판사, 서점에 그 파장이 예상된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새해 벽두부터 출판계에서 우울한 소식이 들려왔다. 국내 2위의 서적 도매업체 송인서적이 2일 어음 20여억 원을 막지 못해 1차 부도를 냈고, 결국 3일 오전 최종 부도 처리된 것. 출판업계에 따르면, 송인서적 부도로 출판사들이 입는 피해액은 400억 원, 서점은 200억 원 이상으로 예상돼 출판계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1959년 송인서림으로 출발한 송인서적은 전국 2,000여 개 출판사와 서점을 중개해 책을 배포해왔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은 경험이 있지만 당시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재기했다. 이번 송인서적의 부도는 소비자들의 온라인 서점 이용이 늘면서 어려움을 겪어온 데다 최근 도매상들간에 입찰 경쟁이 심해진 것이 원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이 전했다.

송인의 부도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중소출판사들은 유통 경로를 잃었다는 것. 중소출판사들은 전국 곳곳의 서점들과 일일이 직거래를 할 수 없어 송인과 같은 서적 유통 회사와 계약을 맺어 책을 판매해 왔다. 여러 회사와 계약하기보다 판매 루트를 송인으로 일원화한 출판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송인이 문을 닫자 도서 공급 루트가 막혀 판매가 막막하다는 것이 출판업계의 이야기다. 도서출판 호밀밭의 장현정 대표는 “모든 서점과 직거래를 할 수는 없다. 직거래하는 곳은 10개 정도고 나머지 500~600개는 모두 송인에 맡겼는데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고 말했다.

또다른 문제는 영세 출판사들이 송인에게 책을 넘기고 받은 각종 채권들이 무효화 위기에 놓인 것. 자칫하면 연쇄 부도 파문이 발생할 우려도 적지 않다. 대부분 송인서적과 거래하고 있는 부산지역의 출판사도 걱정이 태산이다. 

장 대표는 “송인에서 받은 어음이 600만 원가량 있는데 사실상 휴짓조각이 됐다”며 “또 송인 측에 3,000만 원 가량의 책 재고가 있는데 회수가 가능할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도서출판 전망의 서정원 대표는 “우리는 현재 송인과 거래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과거 IMF 때 출판사들이 줄도산하고 타격을 입었는데 출판계로선 '송인 사태'가 그에 못지 않는 타격이어서 걱정스럽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출판 사월의책 안희곤 대표도 “출판사 개별로 작게는 수천만 원, 크게는 수억 원대의 피해가 발생한다”며 “대개 출판사는 경영 상태가 빡빡해 그달 그달을 버티고 있고 대부분이 은행 채무 등을 떠안고 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출판사들의 사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서점계 역시 피해를 입고 있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출판사와 직접 유통해 온 대형서점과는 달리 송인서적과만 거래한 소규모 서점은 타격이 클 것이란 업계의 이야기다. 업계는 송인서적에게만 전적으로 거래를 의존해 온 서점이 400여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산 진구 당감동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이모(55) 씨는 “인터넷 서점이니 도서정가제니 해서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이번엔 유통회사까지 망했다”며 “곡절을 겪어가며 서점을 25년 꾸려왔는데 이제 진짜 접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우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송인서적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송인서적 측은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난 몇 달간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은 면해 보려 백방으로 노력하였으나 도저히 힘에 부쳐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심정, 찢어질 듯 아프고 괴로울 따름”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업계는 이번 송인 부도 사태에서도 드러났듯 출판업계의 허약한 체질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2위 업계인 송인이 무너진 마당에 다른 서적 유통회사 역시 상황은 비슷할 것이란 것. 북센이나 한국출판유통 등이 버티고는 있지만 송인만큼 상황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인터넷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의 차이에서 오는 애매한 도서정가제 시행을 확실하게 바로 잡고 원천 콘텐츠, 문화진흥이라는 말만 붙이지 말고 제대로된 출판업계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4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피해가 예상되는 영세 출판사에 대한 저리 융자 지원과 다른 대형 출판물류사가 송인을 흡수해 정상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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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디 2017-01-07 23:30:00
안타까운 소식이네요.
출판업의 대동맥이 막히니 타격이 크겠네요.
정부차원에서 지원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조치를
시급히 취해서 정성화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