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약국, 같은 약이라도 어제는 3000원, 오늘은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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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약국, 같은 약이라도 어제는 3000원, 오늘은 4000원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1.04 04:4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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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 가격표시제 · 할증제 도입따라 들쭉날쭉 약값에 소비자들, "어이구, 헷갈려" / 정인혜 기자
천차만별 약값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만성 편두통을 앓고 있는 조혜민(26, 부산시 중구 대청동) 씨는 최근 두통약을 사려고 밤 늦게 약국을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전날 3000원을 주고 산 약이 그날은 4000원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주일 뒤 다시 약국을 찾은 조 씨는 해당 약이 또다시 3000원에 팔리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궁금증이 생겼다. 조 씨는 “늘 같은 약을 먹는데, 매일 매일 약값이 이렇게 널뛰기를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서울-부산 출장이 잦은 직장인 정지훈(30, 부산시 남구 문현동) 씨도 약값 책정 방식에 의문을 갖고 있다. 서울 약국에서 피로회복제를 사면 같은 약을 부산에서 살 때보다 1000원 이상 비싸기 때문. 정 씨는 “서울에서 피로회복제를 사면 손해 보는 느낌이라 출장 갈 때는 부산에서 피로회복제를 사서 올라간다. 같은 회사에서 나온 같은 제품인데 지역마다 왜 이렇게 가격 차이가 심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천차만별 약값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 소화제, 피로회복제 등 일반의약품 판매 가격은 약국과 지역에 따라 최대 2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부 의약품의 최고 판매가는 최저 판매가의 2배에 달했다. 감기약 ‘하벤허브캡슐’은 1500원에서 3000원, 멀미약 키미테패취는 3500원에서 7000원까지 상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 밖에도 피로회복제 ‘영진구론산바몬드’는 400원에서 800원, 소화제 ‘잔탁정’은 3000원에서 6000원까지 가격 차이를 보였다.

이렇듯 일반의약품값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판매자가격표시제도’ 때문이다. 즉 의약품을 판매하는 약국 개설자가 의약품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약국은 보건복지부령의 제한을 넘지 않는 선에서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할 수 있다.

한 약사는 “같은 과자라도 마트, 편의점, 슈퍼 등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모두 다르지 않나. 일반 의약품 가격도 같은 이치"라며 "약을 대량으로 많이 들여 놓을 수 있는 도매 약국에선 가격이 싸고, 소규모 약국은 약을 소량으로 들여와 가격 할인 폭이 크지 않은 만큼 약을 좀 더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가 발표한 의약품에 대해서는 “해당 목록의 의약품들은 제약사에서 공급가를 인상한 제품과 인상 이전의 제품이 함께 판매되고 있어 가격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약국에서 같은 약을 샀는데도 가격이 다른 경우가 있다. ‘약값 할증제’ 때문이다. 정부는 야간 및 휴일에도 약국의 운영을 장려해 국민들의 편의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1995년부터 약값 할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평일 오전 9시 이전이나 오후 6시 이후, 또 토요일 오후 1시 이후에는 할증이 적용돼 기본 약제비의 30%를 추가로 더 지불해야 한다. 야간이나 주말에 약을 처방받았다면 평일 낮 시간대보다 약값이 더 오르는 셈이다. 정리하면 토요일보다는 평일에, 평일이라면 오후 6시 이전에 약국을 찾아야 약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다.

약값 할증제는 시행된 지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를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처방전이나 약제비 영수증에 요금 할증과 관련한 내용이 명시되지 않는 등 안내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제도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주부 박희경(41, 울산시 북구 구유동) 씨는 “약국에서도, 병원에서도 할증제에 대해 말해준 적이 없어 시간대 별로 약값이 차이 나는 줄 몰랐다. 앞으로는 평일 오전에만 약국을 찾을 생각이다. 정부 차원에서 국민에게 이같은 사실을 좀 더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미흡한 홍보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실제 지난 2015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생활 불편 분야의 주요 민원 사례로 약값 할증제를 꼽기도 했다. 당시 권익위는 “공휴일과 평일 오후에 약국을 이용할 때 추가되는 금액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민원이 많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보호원 측은 “같은 약이 요일, 시간마다 가격이 변한다면 병원이나 약국은 이를 소비자들이 사전에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당국에서 적극적인 홍보 방법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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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0212 2017-01-13 02:19:17
이번 뉴스를 통해 약값 할증제를 처음 알았어요.
병원에서 야간 진료, 주말 진료의 금액이 다른 것은 알았지만 약에도 할증이 있는지는 몰랐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김혜정 2017-01-11 14:37:25
할증제 홍보도 필요하지만 약국개설자가 의약품가격을 결정하는만큼
그가격이 적정한지 점검도 필요한것 같아요~

익명 2017-01-10 15:08:50
할증제는 이해가 가지만 약국도 슈퍼처럼 약국마다 가격이 다른것은 조금 아쉽군여 약이라는 특성이 상품가치의 논리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는것이 보완되어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