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덴마크 올보르 시에서 현지 경찰에 의해 체포되자 주요 외신도 이를 앞다퉈 보도했다.
2일(한국시각) 뉴욕타임스는 "한국 스캔들에 연루된 핵심인물의 딸, 덴마크에 억류(Daughter of Key Figure in South Korean Scandal Is Detained in Denmark)"라는 제목으로 정 씨의 체포 소식을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특검은 독일에 수사 공조를 요청했고, 인터폴에 여권 무효화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며 정 씨가 체포되기까지의 과정을 비교적 자세하게 다뤘다. 승마선수였던 정 씨가 삼성그룹의 특혜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전했다. 과거 정 씨가 본인의 SNS에 올린 “돈 없으면 부모를 탓해”라는 발언을 언급하기도 했다.
영국의 가디언 지도 정 씨의 체포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특히 가디언 지는 정 씨를 ‘한국의 여자 라스푸틴의 딸(Daughter of South Korea’s Female Rasputin’) 이라고 칭해 눈길을 끌었다. 라스푸틴은 제정 러시아 몰락 직전, 황실에 나타나 황제와 황후의 신임을 등에 업고 국정을 농단했던 러시아의 ‘비선 실세’ 요승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주요 외신들은 최 씨와 그의 부친 최태민 씨를 라스푸틴에 비유한 바 있다.
가디언 지는 “한국 국정 농단 사건의 중심 인물인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불법 체류 혐의로 덴마크에서 현지 경찰에게 체포됐다”며 “한국 정부는 정 씨에 대해 적색수배 요청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미국 '미국의 소리(VOA)'도 정 씨의 체포 소식을 전했다. VOA는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 씨는 이번 게이트를 수면 위에 올린 핵심 인물 중 하나”라며 정 씨의 이화여대 특혜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VOA는 “정 씨는 대학 부정입학 의혹과 재학 중 기말시험에 응시하지 않고 학점을 취득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을 접한 외국인들은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회사원 루퍼스 쿠퍼(27) 씨는 “(보도를 통해) 최근 한국이 많은 정치적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안다. 라스푸틴으로 불리는 핵심 인물의 딸이 체포된 만큼, 수사가 빠르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 스캔들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 굉장히 궁금하다”고 호기심을 보였다.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는 대학생 트레이시 하인더(22) 씨는 “요즘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뉴스로 찾아보고 있는데, 모든 이야기들이 마치 소설 같다. 오래된 고전 신화를 읽는 기분이다. 모쪼록 한국의 모든 스캔들이 잘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을 접한 국민들은 “부끄럽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조유경(27, 부산시 동구) 씨는 “최순실 스캔들이 터지고 외신에서 다루는 한국 소식은 온통 최순실에 관련된 이야기뿐이다. 좋은 이야기만 나와도 모자랄 판에 이런 이야기만 나오니 한국이 어떻게 보일지 굉장히 걱정된다. 모든 스캔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야 대한민국 국격이 높아진다. 하루빨리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은 한국정부의 긴급 구금연장 요청을 받아들여 긴급체포된 정유라 씨의 구금 기간을 오는 30일까지 4주 연장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