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 오차의 주범은 ‘숨은 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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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 오차의 주범은 ‘숨은 표심’
  • 김지현
  • 승인 2013.01.16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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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는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가 별도의 조사지에 자신의 투표결과를 비공개로 적어낸 뒤 조사회사가 이를 집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조사원들은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 가운데 일정 간격으로 대상자를 고른다. 이번 4.11 총선의 경우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 가운데 매 5번째 투표자가 조사 대상이었다.

4·11 총선에서 다시 한 번 방송사 출구조사에 대한 물음표가 제기됐다.

사실 이번 출구조사에서 방송사들은 과거 성적과 비교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왔다. 대통령 선거나 광역 단위의 선거에서는 종종 정확성 높은 출구조사를 내놨지만 과거 4차례 총선에서 방송사 출구조사는 번번이 예상이 빗나가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이번 4.11 총선에서는 각 방송사당 20억 원씩 투자해 조사 인원만 13000명이 투입됐고, 2484개 투표소에서 70여만 명을 대상으로 공동 출구조사를 벌이는 등 물량 공세를 퍼부은 것도 어느 정도 정확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높였다.

결과는 참혹했다. 접전 지역 17개 지역에서 출구조사와 개표결과가 달리 나왔다.

이번 총선에서 출구조사는 기존 투표소 앞 100m 앞에서 진행하던 규칙을 선관위와 합의하에 투표소 50미터 앞으로 개정하여 진행되었으며 유권자들과 밀착성을 높였다. 하지만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숨기고 조사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의 선거 결과로 보면 여당의 숨은 표가 이번 출구조사 혼란의 주범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총선에서 전국 최고 접전지로 꼽혔던 부산진구 갑에서 출구조사원으로 활동한 양지예(23)씨는 많은 노인 분들께서 욕까지 하며 이런 걸 왜 하느냐고 역정을 내시는 경우가 많았다. 출구조사 대상자로 선정되었지만 거부를 하면 오차가 생기는데 대부분의 노인 분들 이 완강히 거부했다.” 고 했다.

실제로 부산진구 갑은 출구조사에서 0.3% 차이로 민주통합당 김영춘 후보가 새누리당 나성린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왔지만, 결과는 접전 끝에 나 후보가 3.7%(3598) 차이로 당선되었다.

출구조사원으로 활동했던 안수민 (22) 씨는 조사 중 많은 노인 분들이 이게 뭐냐고 뒤에서 쳐다보기도 하고 주변을 서성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 마다 조사를 안 하는 조사원들이 일일이 설명을 하고 제지를 했다. 인터넷과 스마트 폰 등으로 선거관련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는 젊은 층은 조사에 성실히 임해줬지만 상대적으로 출구조사에 대한 정보가 없는 노인 분들은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고 말했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권상희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지역감정이 강한 곳에서는 속마음을 다 내보이면서 살다가는 손해 볼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개개인이 밖으로 내보이는 속내, 즉 여론이 왜곡될 수가 있다고 했다.

부산 수영구 에서 25년째 거주중인 최충훈 (59) 씨는 나는 진보적 색을 띄고 있지만 이 것 을 밖으로 드러내기가 참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자식들에게도 그 뜻을 쉬쉬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경상도가 워낙 지역 색이 강하기 때문에 왠지 그 색과 반하는 뜻이라 눈치를 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 이웃들의 눈이 많은 투표소 앞에서 내 뜻을 표시하라고 하니 내 의사를 숨기거나 거부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출구조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정말 비밀이 보장되는 것일까?

투표일 3주 전부터 각 리서치 기관들은 출구조사원들을 모집한다. 조사원들은 만19세 이상의 성인 남녀로 이루어진다. 이들은 이틀 동안의 출구조사 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에서는 출구조사 방법, 출구조사 유의 사항 등을 배운다. 이들은 출구조사를 하며 특정 당의 상징 색인 옷을 입으면 안된다. 교육에서는 특히 비밀보장의 원칙을 가장 강조한다.

‘피 조사에게 출구조사를 설명한 후, 표지를 90도로 세우고 고개를 반대로 돌리고 철저한 비밀 보장이 됨을 대상자에게 보여준다. 피조사자가 직접 출구 조사함에 응답지를 넣게 한다 ’. 는 사항들이 교육되었다. 그리고 조사자들에게 교육 내용들을 반복하여 상기시키며 직접 롤 플레이도 함께한다. 롤 플레이에서는 자주 발생하는 돌발 상황 등을 미리 접하며 대처방법을 배운다.

출구조사원교육을 받지 않으면 조사원 자격이 박탈되는 것은 물론이다.

교육을 거친 출구조사원들은 선거 전 날 각 선거구로 배치된다. 누가 어느 선거구에 배치 될지는 선거 전날이 아니면 알 수 없다.

배치된 조사원들은 마지막 점검교육을 하고 각 선거구에 있는 숙소에서 의무적으로 1박을 해야 한다.

선거 당일. 선거가 시작되기 30분전, 오전 5시 30분에 출구조사원들은 투표소에 도착해서 출구조사를 위한 물품을 정리하고 마지막 롤 플레이와 유의사항을 점검한다.

한 투표소당 다섯 명이 한 조가 되어 출구조사를 한다. 조원들은 투표를 마치고 나온 투표자를 기준으로 매 5번째 투표자를 세어 조사원에게 알려주는 ‘카운터’ 와 조사원으로 역할을 나눈다.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 까지 투표시간과 동일하게 진행되는 출구조사는 단 1초도 쉬지 않는다. 1초가 큰 오차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3시간 간격으로 팀장은 출구조사함 속 설문지를 수거하여 본부에 상황을 보고한다. 이 보고도 아주 조심스럽게 진행된다. 팀장은 인적이 없는 곳으로 가서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상황을 보고하며 통화 중 계속적으로 주위에 누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각 구마다 배치된 감독관은 수시로 출구조사 상황을 살피며 출구조사원들이 비밀보장의 원칙은 지키고 있는지 지켜본다.

출구조사는 이렇게 기본을 비밀보장으로 정하고 철저하게 비밀보장의 원칙이 지켜지면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출구조사에 임했던 고현정(61) 씨는 처음엔 이게 뭔가 하고 그냥 가려고 했는데 옆에서 아들이 해준 출구조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 조사에 임할 수 있었다. 출구조사에 대한 더 많은 홍보를 하고 인식을 심어주어야 우리 같은 나이든 사람들도 의심없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선거가 끝난 6. 모든 국민들의 이목이 TV로 집중되는 시간이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이 때 엇갈렸던 모습이 개표완료 후에도 같아야 한다. 선거는 드라마 같다고 하지만 출구조사에 해당되어서는 안 되는 말이다.

혹시 다음 대선 때 출구조사원이 다가와 설문을 요청한다면 걱정 말고 조사에 응해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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