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었던 파일럿 꿈 되살려 드디어 창공을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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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던 파일럿 꿈 되살려 드디어 창공을 날다
  • 취재기자 하세준
  • 승인 2016.12.19 23:04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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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비행사 지망했다 포스코 입사...33세에 사표 던지고 아시아나 부기장된 김동혁 씨 / 하세준 기자

김동혁(35) 씨는 자신의 꿈을 위해 잘 다니던 직장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한 사람이다. 그는 포스코에 입사해 근무했지만 미래에 대한 회의감을 느껴 사직서를 내고 새로운 꿈을 향해 출사표를 던졌다. 그의 꿈은 비행기 조종사, 파일럿이었다.

김동혁 씨는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는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전투기 비행사라는 꿈을 키웠다. 비행기를 직접 몰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공군사관학교에 지원했다. 하지만 시력이 나빠 합격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대신 항공대에 지원해 합격했지만, 너무 비싼 학비 때문에 입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시아나 사원증을 위해 찍은 김동혁 씨(사진: 김동혁 씨 제공)

결국 2001년 학비가 싼 한국외대 공과대학을 선택한 김 씨는 이 후에는 파일럿의 꿈을 잊고 살았다. 물 흘러가듯 군대를 다녀왔고 복학도 했다. 2009년 졸업 후엔 산업공학 석사과정을 밟으려 미국 텍사스 주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 중에는 테니스 강사로 비싼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했다. 어렵게 살면서 세상도 배웠다. 그는 석사 공부가 끝나고 31세에 누구나 부러워 할 포항종합제철 포스코에 취직했다.

포스코에 취직이 결정 났을 때 김 씨는 여느 취업 준비생들처럼 취직만 하면 만족스런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게다가 포스코는 대한민국의 일류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심어져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포스코에 출근하기 시작하면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직장 생활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고, 1년의 연수기간이 지난 후에는 회사 생활에 의욕이 떨어졌다. 입사 후 자재구매처에 배정받았다는 그는 “업무의 80%가 잡무였는데, 내가 왜 이런 기계적인 업무를 하고 있을까 하는 회의를 느꼈어요”라고 당시의 생활을 전했다.

회의감은 그에게 잊었던 옛 꿈을 기억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파일럿에 도전하고 싶어졌던 것. 항공대를 나오지 않더라도 파일럿이 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김 씨는 33세의 나이에 과감하게 포스코에 사표를 던졌다. 보통 26세 정도의 나이로 파일럿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만큼 어려움이 따른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그는 “사회 경험이 많은 것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그 때를 떠올렸다.

그의 목표는 아시아나 항공의 파일럿이었다. 파일럿이라는 목표를 가진 이상 저가 항공사보다는 메이저 항공사에 다니고 싶었다. 아시아나를 염두에 둔 것은 그 항공사의 이미지가 좋았기 때문이었다고.

일반적으로 비행기 조종사가 되려면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거나 한국항공대, 한서대 운항학과 같은 항공운항학과에 입학한 후 비행 훈련을 받는 방법이 있다. 그밖에 비행학교에서 비행 훈련을 받고 자격증을 따는 방법도 있다. 김 씨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비행학교에서 비행 훈련을 받기로 했다. 포스코에서 일하며 벌어둔 돈과 은행 융자, 지인들에게 빌린 돈으로 등록금은 겨우 해결했지만 생활비는 아낄 수밖에 없어 자린고비 같은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참치 캔을 3일 동안 먹으며 버틴 적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힘겨운 미국 생활 속에서 김 씨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과 여자 친구 덕분이었다.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미국으로 가서 공부하는 것을 허락해 준 부모님의 믿음에 감사했다. 자신을 기다려 주고 응원해 준 여자 친구도 큰 버팀목이었다. 초등학교 교사인 여자 친구는 미국을 방문해 어려운 생활에 재정적, 정신적 도움을 주었다. 그는 그녀와 꼭 결혼할 거라며 “여자 친구가 없었다면 어려운 유학 생활을 버티기 힘들었을 거예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미국 비행학교를 방문한 여자 친구와 실습기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동혁 씨(사진: 김동혁 씨 제공)

비행학교에서 그는 약 1년 동안 멀티비행 25시간을 포함한 300시간의 실비행과 시뮬레이터 비행 15시간의 과정을 소화했다. 아시아나 항공사에 신입 부기장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자격요건이 300시간 실비행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비행학교까지 응원하러 온 여자 친구를 태워주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한 김동혁 씨(사진: 김동혁 씨 제공)

모든 자격을 갖추고 힘들었던 미국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김 씨는 2016년 10월 18일 목표했던 아시아나 항공사 파일럿이 됐다. 김 씨는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는 돌고돌아 어릴 적 꿈을 결국 실현했다. 이제 아시아나 여객기 조종사로서 교육을 받고 있는 그는 “어떤 조종사라도 함께 비행하고 싶어 하는 조종사 될 거에요”라며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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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운항승무원 2018-04-06 11:41:01
이 업계에서 흔하디 흔한 스토리인데 기사화까지 된 게 신기하네요.

맞는말도 있고 아닌말도 있지만, 저가 언급은 좀 거슬리네요.

끝까지 메이져 아시아나에 남아 계세요. 중간에 디렉으로 LCC 넘어오는 일 없으면 좋겠습니다.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김수영 2017-01-27 02:49:27
아..동혁씨 새벽에 기사읽고 눈물나네요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묵묵히 기다려준 허정씨도 그렇고
아주 멋진 커플! 항상 응원합니다^^

안도경 2017-01-25 09:10:26
안씨 집안에서 자랑스러운 동혁아!
무엇보다 네 꿈을 위해서 한걸음 한걸음 계속되는 모험같은 험한 길을 거더니 결국에는 꿈을 이루워서 행복하는 모습 고맙고 자랑스럽고 늘 행동으로 보여주는모습에 자랑스럽구나!~
동혁아!~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길~~

싸개 2017-01-23 21:23:06
멋지네!
좋은 기운 받고 갑니다~

땡삐 2017-01-23 21:07:41
역시 우리집 장손! 울오빠 최고로 멋지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