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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을 한아름 담아야 빵도 맛있게 구워지지요"매일매일 꿈을 빚어 오븐에 올려놓는 22세 새내기 제빵사 윤혜진 씨 이야기 / 양소영 기자

아침 6시. 20대 초반 앳된 얼굴의 여성이 부산 서면으로 향하는 버스를 탄다. 집에서 출근길까지 이동시간이 오래 걸려 피곤한 와중에도 그녀는 예쁜 옷을 입고 곱게 화장한 또래 친구들을 볼 때면 괜스레 눈길이 간다. 친구들이 가방을 메고 등교할 때 홀로 출근하는 그녀는 롯데마트의 제빵사로 일하고 있는 윤혜진(22) 씨.

입사한 지 석 달, 아직은 새내기 제빵사이자 회사에서 나이가 제일 어린 막내지만 일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윤 씨다. 반죽을 성형해 오븐에 적당한 온도로 맞춰 빵을 구워내는 것이 그녀의 일이다. 그녀는 “제빵이 겉으로는 쉬워 보이는 일이지만, 빵을 굽는 데도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들어가야 맛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윤혜진 씨가 직접 반죽한 빵에 데코를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양소영).

그가 제빵사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아버지였다. 그녀의 가족은 여느 집안처럼 부모님, 언니와 함께 사는 행복한 가정이었다. 하지만 불행은 예고 없이 다가왔다. 2008년 중학교 입학을 며칠 앞두고 아버지가 폐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가장의 빈자리에다 아버지가 남긴 병원비 부담으로 가정 형편이 점점 기울어졌다. 그럴수록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늘어갔다. 그녀는 “아빠가 늘 일을 마치고 돌아오시면 피자빵과 슈크림빵을 사오셨어요. 그때의 아빠 모습, 아빠가 사준 빵맛, 우리 가족이 제일 행복했던 때였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빵을 한아름 들고 귀가하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그를 제빵사의 길로 이끌었다. 

그녀는 제빵사라는 꿈을 품고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대신 2011년 부산관광고등학교에 진학했다. 2학년 때는 조리과에 들어가 제과 제빵에 관한 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웠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를 다니면서 동네 빵집에서 3년간 아르바이트도 했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공부한 그녀는 제과·제빵과 케이크 디자이너 자격증 시험에 단번에 합격했다. 그녀는 “그때는 솔직히 진짜 힘들었어요.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그냥 남들보다 더 열심히 했어요”라고 고교시절을 회상했다.

윤 씨가 고등학교 때 취득한 자격증(사진: 윤혜진 씨 제공).

2014년 그는 대학 입시라는 문턱 앞에 서게 됐다. 대학을 갈만한 형편도 아니었지만 제빵사가 되기 위해서는 꼭 대학에 갈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다들 고졸이라는 학력을 걱정해 대학에 가라고 부추겼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가능성을 믿었다. 제빵학원에 다녔던 그는 친구들처럼 대학 캠퍼스 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제빵사가 되는 상상으로 대신 메꿨다. 

1년 동안 그녀는 제빵학원에서 수없이 빵을 반죽하고 구워냈다. 빵과 케이크의 데코레이션을 검사하는 선생님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들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했다. 그녀는 “케이크를 디자인하는 일이 제일 어려웠어요. 그래서 매일 집에 늦게 갔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원래 그녀는 내년에 제빵사로 취업할 계획이었다. 그의 성실성을 알아본 원장 선생님의 소개로 그는 롯데마트에 우연히 면접 볼 기회가 생겼고, 올해 9월에 롯데마트의 제빵사로 정식 채용됐다.

혜진 씨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제빵사라는 꿈은 이뤘지만 그 역시 여느 또래들처럼 아직까지 꿈 많은 젊은이다. 그녀는 “새해엔 좀더 열심히 일해 제빵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직장의 인정을 받고 싶어요"라고 소박한 새해 소망을 말했다. 그리고 "5년 뒤에는 외국에서 조금 더 공부해서 나중에는 제가 직접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를 만들고 싶어요. 제게 처음으로 꿈을 가지게 해주신 하늘에 계신 아빠께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취재기자 양소영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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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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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씬디 2017-01-06 01:36:02

    맞아요. 간판으로 대학 가던 시기는 끝났습니다.
    자신의 경쟁력에 별 도움이 안되는 허송세월 하는 것이죠.
    자신의 꿈을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감동이네요.
    푸른 꿈 활짝 펼져가기를 기원하며 힘찬 응원 보냅니다 ^^   삭제

    • Jaq 2017-01-04 15:43:21

      빵에 대한 추억이 아름답네요! 뭐든 정말 열심히 해야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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