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현장은 가장 행복한 공간...조연이라도 광팬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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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현장은 가장 행복한 공간...조연이라도 광팬 많아요"
  • 취재기자 서소희
  • 승인 2016.12.1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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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명품 조연배우 정호빈 씨, 시빅뉴스와 특별 인터뷰..."이젠 멜로 연기 해보고싶어" / 서소희 기자
명품 조연으로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정호빈 씨(사진: 영화 <극비수사>의 한 장면).

“도련님, 욕망의 불똥 할 시간입니다”라는 대사로 일명 ‘차도집(차가운 도시의 집사)'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배우 정호빈(48) 씨. 그는 2011년 MBC 드라마 <몽땅 내 사랑>에서 어쩌면 딱딱할 수 있는 집사라는 역할을 카리스마 넘치고 코믹한 캐릭터로 소화해 내며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그가 연기했던 김 집사는 김 원장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집에 집사로 위장 취업한 인물. 하지만 복수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김 집사. 그는 복수하는 딱딱한 캐릭터가 아니라 드라마 <욕망의 불똥>을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드라마 <주몽>, <꽃보다 남자>, <선덕여왕>, <아이리스>, 그리고 영화 <친구1>, <태극기 휘날리며>, <가문의 위기>, <친구2>, <강남1970>, <극비수사> 등 방송과 스크린에서 주로 무거운 이미지로 대중 앞에 섰던 조연 연기자 정 씨는 <몽땅 내 사랑>이라는 드라마에서 김 집사 역할로 기존의 이미지를 깼다.

<몽땅 내 사랑>으로 대중들의 주목을 받으며 사람들이 알아보는 배우가 됐지만 그의 연기 인생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정호빈씨는 17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그는 대구에서 처음 연기를 시작해 이곳 저곳 연극 무대에 올랐다. 그는 <성철스님>이라는 영화에 출연해 첫 스크린 데뷔를 꿈꿨으나 영화는 끝내 개봉되지 못했다. 이렇게 13년이란 시간을 무명배우로 활동해왔다.

그런 그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한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영화 <친구1>이다. 그는 오디션이 진행되는 3일 중 마지막 날, 그것도 마지막 면접자로 곽경택 감독과 여러 심사위원 앞에 섰다. 떨리는 마음으로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 주었다. 액션 연기를 할 수 있느냐는 곽 감독의 주문에 그는 몇 년간 갈고 닦았던 검도 실력을 선보였다. 준비된 대본을 읽자 면접이 끝났다. 면접실 문을 나와 50m 쯤 걸었을까. 그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곽경택 감독이었다. “호빈아, 응기 역 한 번 잘 해봐라”. 그는 아직도 그때 그 기분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아직도 곽경택 감독님의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길고 긴 무명 시절이 끝나고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정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 때를 호상했다. 

이렇게 그는 영화 <친구1>의 ‘응기’역으로 2001년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2년 후 그는 드라마에서 대중들에게 또 한 번 자신을 알릴 기회가 생긴다. 바로 2003년 시청률 37%를 기록한 드라마 <올인>. 물론 이 드라마의 배역 또한 쉽게 얻어낸 것은 아니었다. 그는 <올인>의 마피아 중간 보스인 ‘정준일’ 역을 따내기 위해 한 달 넘게 SBS 사옥을 찾았다. 유철용 감독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 역할에 대해 분석하고, 어떻게 연기할 것인지를 감독에게 설명했다. 이미 다른 사람을 염두에 두고 있던 유철용 감독은 끈질긴 그의 대시에 결국 그를 캐스팅했다.

인터뷰에 응해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소개하는 정호빈 씨(사진: 취재기자 서소희).

그에게는 작품 하나 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조연으로서 꾸준히 연기 생활을 해오고 있는 그에게는 기억에 남는 한 작품을 고르라는 주문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는 “어떤 작품 하나를 딱 고를 수가 없다. 항상 작품을 준비할 때마다 큰 역할은 아니지만 어떻게 이 역할을 소화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하고 분석을 했다. 그래도 꼭 꼽으라면 영화 <친구>와 드라마 <올인>, <선덕여왕>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연기 현장이 가장 행복한 공간이다. 그는 “연기하면서 힘든 일은 없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행복하다. 오히려 작품을 하지 않을 때가 힘들지 밤을 새며 연기해도 힘들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힘든 순간을 꼽자면 역할을 따내기가 어려울 때인 것 같다. 실력이 부족해서 캐스팅이 되지 못한다면 납득할 수 있지만 투자사나 제작사가 원하는 배우를 미리 조연으로 캐스팅해 놓아 욕심나는 배역을 놓칠 때는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여러 작품에서 대중에게 인상에 남을 만한 역할을 많이 맡은 덕분에 그의 팬층도 비교적 두껍다. 그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나오는 나를 사랑해주시는 팬들이 많다. 정호빈이라는 배우를 지금까지 아껴주시는 팬들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 늘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그들이 내가 조연 역할 하나하나를 할 수 있는 힘이다. 앞으로도 그 마음을 원동력 삼아 열심히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팬들을 자주 만나려고 한다. 그는 “지금도 새 작품을 하기 위해 심도있게 고민하는 중이다. 나를 기다려주는 팬들을 위해 작품을 잘 선택해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해온 캐릭터가 아닌 새로운 캐릭터를 맡아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가슴 저리는 멜로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 <몽땅 내 사랑>이라는 작품을 제외하고는 항상 무거운 이미지를 연기했는데, 이미지 변신을 해보고 싶다. 꼭 연인과의 멜로가 아니더라도 딸이나 아들, 가족과의 사랑을 다룬 멜로 연기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몽땅 내 사랑>에서 보여준 그의 코믹 연기는 대중들에게 새롭게 다가온 터다. 그는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모르겠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시청자들에게 힘과 용기, 그리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역할로 대중에게 다가올 명품 조연 정호빈 씨의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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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2017-01-01 22:40:37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가면
좋은 배우들이 많아요
그리고 시간이 지난뒤 스크린에서 명품조연으로 꼭 보게 되죠.
고생을 많이 한만큼 연기력은 성숙해지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