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내 몸의 에너지, 번아웃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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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내 몸의 에너지, 번아웃증후군
  • 취재기자 조수연
  • 승인 2016.12.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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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노동시간과 스트레스로 한국인들 심각한 무기력 증세...운동, 취미 생활 절실 / 조수연 기자
많은 직장인들이 일에 몰입하면서 피로감이 누적되고 이로 인해 스스로가 사라져버릴 것 같은 심리적 상태인 번아웃증후군을 겪고 있다(사진 : 구글 무료 이미지)

의류 매장에서 판매직원으로 일하는 김민식(25, 부산시 사상구) 씨는 오후 9시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곧바로 쓰러지는 일이 잦다. 자기 옷가게를 열겠다는 목표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일을 해야 할지 생각하면 막막해진다. 월 5회의 휴무와 오전 10시에 출근해 밤 9시에 퇴근하는 생활에 익숙해졌지만 긴 근무시간은 이 직업을 선택한 것에 회의감을 준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은 그를 지치게 해 퇴근 후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로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한다. 번아웃 증후군은 “다 불타서 없어진다(burn out)”고 해서 ‘소진 증후군,’ ‘연소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주로 기력이 없어지고 쇠약해진 느낌이 들며, 쉽게 짜증이 치솟는다. 자신이 하는 일이 부질없게 느껴지다가도 때로는 열성적으로 업무에 달려드는 모순적인 상태가 지속되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급속도로 무너져 내리는 급격한 에너지 고갈 상태를 보이게 된다.

지난 6월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남녀 직장인 1,485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70%가 번아웃 증후군 등 각종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많은 직장인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번아웃증후군은 정신병으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심하면 우울증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의사들은 경고한다.

좁아진 취업문에 취준생들의 정신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취준생을 바라보는 편견도 그들을 더욱 힘들게 만는 것 중의 하나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2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할 때마다 속상하다”며 끊임 없이 반복되는 상태에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 씨는 최근 뉴스를 보며 더 무기력을 느낀다. 그는 “개인의 노력 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갖가지 장벽이 둘러쳐진 사회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 모든 노력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도한 경쟁 사회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중요시하는 환경에서 전문가들은 번아웃증후군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운동, 취미 생활 등 능동적인 휴식 시간을 가질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한국인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많은 연간 평균 2,124시간을 일한다. OECD 평균인 1,770시간보다 한해 약 400시간이 더 길다. 한국은 이처럼 긴 노동시간 때문에 번아웃증후군이 나타나기 쉬운 환경으로 지적되지만 피로 해소를 위한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에는 사회적 여건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직장을 다니는 주부 이모(51, 부산시 사상구) 씨는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생활과 일에 지친 몸을 위해 운동을 하려고 하지만 막상 집에 돌아오면 피곤함에 나도 모르게 지쳐 잠이 든다”며 "시간을 내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 하거나, 전화 통화로 고민을 나누는 일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그나마 도움이 된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최모(23, 부산시 북구) 씨는 오후 7시부터 실용음악학원에서 기타 레슨을 받고있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싶었던 기타를 치며 그 시간만큼은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도 잊어버린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치료법은 없는 것 같다. 자신의 시간에 맞게 효율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번아웃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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