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화지킴이 '더 키퍼스,' "우리 역사는 우리가 알릴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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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화지킴이 '더 키퍼스,' "우리 역사는 우리가 알릴 게요"
  • 취재기자 강주화
  • 승인 2016.12.1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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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담임 선생님과 중학생이 첫 결성...위안부 돕기, 문화재 청소, 캠페인 등 활동 / 강주화 기자

부산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입구 부산광역시 학생교육 문화회관 광장. 이곳엔 머리를 길게 땋고 한복을 입고 까치발을 들고 애처롭게 서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뒤편에는 이 소녀의 그림자를 상징하는 지팡이를 든 할머니와 “우리 할머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비석이 있다. 소녀상 앞에는 중고등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차레로 나와 각자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메시지가 적힌 엠블럼을 들고 서 있다. 이 학생들은 누구일까.

부산 학생교육문화회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더 키퍼스 멤버 학생이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엠블럼을 들고 서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주화).

이들이 속한 단체의 이름은 ‘The Ceepers(더 키퍼스)’다. 더 키퍼스는 해운대구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청소년 문화유산 지킴이 봉사동아리. 더 키퍼스는 문화재를 뜻하는 단어인 cultural assets의 C와, 지킴이를 뜻하는 단어 keepers의 eepers를 합성하여 만든 용어다. 즉, '문화재를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더 키퍼스는 매월 두 번씩 문화유산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다. 공식 카페(cafe.naver.com/theceepers)를 통해 활동이 공지되면 참여하려는 학생들이 댓글로 신청한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 현장을 직접 찾아 견학하고, 관리 실태를 점검하면서 쓰레기 줍기 등의 환경 정화 활동을 하는 것. 직접 방문한 후 문제점과 개선 사항을 일주일 안에 카페에 보고한다. 카페에 게재된 보고서와 직접 현장에서 펼치는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에게 지역의 문화유산을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 학생교육 문화회관 광장의 평화의 소녀상과 일본 영사관의 인간 소녀상 앞에서 캠페인 활동을 펼쳤다. 더 키퍼스 멤버들이 한 명씩 한복을 입고 5분 동안 직접 인간 소녀상이 되어 소녀상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알린다. 나머지 멤버들은 시민들로부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받는다. 이 희망의 메시지는 부산 수영구에 있는 ‘민족과 여성 역사관’에서 전시된다.

더 키퍼스의 회장인 이성호(18) 군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이 의미 있고 주기적이어서 가장 인상 깊다고 말했다. 이 군은 “재작년부터 수영구의 민족과 여성 역사관을 가게 됐다. 처음에는 위안부에 대해 몰랐지만 그곳에서 느끼는 게 많아서 자주 갔다”고 밝혔다. 이 군은 “올해 (부산) 학생교육 문화회관 광장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후 여기서 주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 어린이 대공원에서 더 키퍼스 청소년들이 시민들로부터 희망의 메시지를 받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주화).
더 키퍼스 멤버들이 어린이 대공원에서 시민들로부터 위안부 할머니에게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를 받았다(사진: 취재기자 강주화).
더 키퍼스 멤버들이 시민들로부터 받은, 위안부 할머니에게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를 수영에 있는 민족과 여성 역사관에 전달했다(사진: 더 키퍼스 제공).

더 키퍼스는 2010년 당시 해운대 중학교 정용일(44) 교사와 그의 제자들이 만들었다. 정 교사는 “2010년 2월, 중학교를 졸업해 서로 다른 학교로 흩어지게 된 제자들과 함께 단순한 친목 도모가 아니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봉사동아리 더 키퍼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더 키퍼스는 1년 이상 꾸준히 활동하면 정식 멤버가 된다. 각 학교마다 멤버 수가 많을 경우 대표를 선정해 그 대표들이 모여 부산 청소년 연합회장단을 구성한다. 그리고 대학생 멘토와 함께 활동 방안을 계획하고 모임을 운영한다. 매달 온라인 회의를 통해 계획을 세우고, 매년 2월과 8월에 워크숍을 열어 선후배가 한자리에 모이는 나눔의 시간을 갖고 있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부산 교육청의 예산 지원도 받고 있다.

정 교사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마주치는 시민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활동하다 보면 칭찬하시는 어르신들을 만나기도 했고, 다양한 캠페인과 설문조사를 하다가 ‘학생들이 좋은 일을 한다’는 등의 말을 들을 때 회원들이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생 멤버인 김동현(16) 군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때 뿌듯하다고 밝혔다. 김동현 군은 “얼마 전 우리가 캠페인하는 것을 지켜 보다가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진 분이 계셔서 민족과 여성 역사관을 소개드리니까 그곳을 즉시 방문하셨다”며 “시민들과 정보를 나누면서 배울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회장 이성호 군도 키퍼스 캠페인 활동 중 사람들이 캠페인 활동에 관심을 가질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성호 군은 “저희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서 이 활동을 하는 건데 캠페인 활동을 할 때 어르신들이 무시하거나 기분 나쁜 말을 할 때 힘들다”고 말했다. 이 군은 “하지만 그만큼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도 있다”며 “그런 분들이 힘을 주니까 더 기운이 나고 저희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부산 학생교육문화회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더 키퍼스 멤버들이 위안부 알리기 활동 후 기념 단체사진을 찍었다(사진: 취재기자 강주화).

정 교사는 “봉사동아리 The Ceepers를 통해 많은 청소년들이 재능을 찾고 꿈을 이루어가며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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