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파라솔 가방, 폐목재 스피커 등...그의 손 거치면 뭐든 환경보존 작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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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파라솔 가방, 폐목재 스피커 등...그의 손 거치면 뭐든 환경보존 작품으로
  • 취재기자 박찬영
  • 승인 2016.12.1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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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에서 환경제품 협동조합 운영하는 '환경 미다스' 화덕헌 씨 이야기 / 박찬영 기자

세상에는 사과, 말, 배 등등 수많은 동음이의어들이 있다.  ‘에코’도 소리는 같지만 뜻이 다른 단어를 갖고 있다. 환경이라는 뜻을 가진 에코(eco)가 있고, 메아리라는 뜻을 가진 에코(echo)도 있다. 그는 “에코에코, 라임도 있고 입으로 말하면 ‘에고에고~’하는 것처럼 귀엽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소리는 같지만 뜻도 전혀 다르고, 심지어 알파벳 표기까지 다른 이 두 단어가 만나 그의 작품이 시작된다. 파라솔로 만든 가방, 폐목재로 만든 스피커들은 그의 재미난 발상의 결과물이다. 그는 “내가 재밌다고 생각한 걸 다른 사람이 보고 또 재밌어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요”라고 말했다. 손에 잡히는 무엇이든 새로운 환경보존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환경 운동가인 그의 이름은 화덕헌(52)이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바다상점에서 인터뷰하는 환경운동가 화덕헌 씨(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화 씨는 1965년 8월 8일 부산에서 태어났다. 목사이던 아버지가 12세 때 돌아가시면서 홀어머니가 화 씨 형제들을 키웠다. 그는 학창 시절 개구쟁이로 컸다. 고등학교 때는 미술부 활동을 했다. 그리 공부를 열심히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공부하지 않는 대신 책을 자주 읽었다. 그리하여 중학교 독서 주간대회에서 다독상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내가 상을 받으면 다들 의아해했어요. ‘공부는 꼴찌인데, 책읽기 1등이라니’라면서요”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1984년 경성대학교의 전신인 부산 산업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몇 개월 다니지 않아 학교를 그만뒀다. 그 후 군대를 다녀와서 막노동판에 뛰어들었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 사회에 뛰어들었던 그는 “제가 386세대인데 일하느라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고, 정치 의식도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28세에 동아대학교 교육학과에 입학했다. 막노동일을 하다가 힘들어서 교사가 되려고 진학을 선택했던 것.

그는 30세 대학 재학 중에 결혼했다. 아내와 그는 공통관심사가 매우 많았다. 그중에서도 사진에 관심이 많았다. 잡지사에서 일했던 아내는 사진을 좋아하는 그를 위해 직장에 배달된 잡지를 매번 가져다줬다. 그는 “아내는 사진을 보라고 가져다줬는데, 나는 그 잡지 안에 실린 사진보다 기사를 더 많이 읽었어요”라고 말했다. 한 잡지에서 그는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가 쓴 시간강사 제도에 관한 칼럼을 읽게 됐다. 그는 “그 칼럼을 계기로 사회에 눈을 뜨고 정치에 관심이 커졌죠”라고 말했다.

사회에 대한 관심이 이어져 시민운동을 했던 그는 진보신당에 입당하게 된다. 당선을 위해 출마하는 큰 정당들에 비해 군소정당은 당 자체를 알리기 위해 선거에 출마하는 경우가 많다. 당시 진보신당에서는 현재 부산시 교육감인 김석준 부산대 교수가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당을 알려야 하는 군소정당인 진보신당은 부산시장 선거에서 김 교수의 득표를 늘리기 위해 해운대구 의원에 후보를 출마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그땐 제가 작가 생활 중이었는데, 비교적 시간이 많은 제가 나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당에서 나와서 (구의원에) 출마하게 됐죠”라고 말했다.

부산시 해운대구 좌동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며 사진작가 생활을 하던 그는 얼떨결에 출마한 2010년 지방선거에서 구의원으로 당선됐다. 예상치 못한 당선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해운대 구의원으로서 각종 행정 서류를 분석해 구정을 감시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일이 재미있었다. 365일 중 300일을 구의회에 출근할 정도로 구의원 활동이 즐거웠다. 그는 2014년 재선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낙선했지만 후회는 없어요. 누구한테도 떳떳할 만큼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했고 이 한 번의 경험이 유익하고 좋았기 때문에 충분해요. 앞으로 출마는 안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 낙선한 그에게 남은 재산(?)이 있었다. 2012년 해운대 구의원 시절 모아뒀던 파라솔이 그것이다. 주말마다 해운대 해수욕장 시찰을 다니던 그는 8월 말 관광안내소 옆 쓰레기장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걸 발견했다. 자세히 봤더니 그 안에는 폐 파라솔도 있었다. 그는 “저희 어머니가 이불 집을 하셔서 직물을 보는 눈이 있었어요. 그 파라솔 천이 ‘캔버스 천’이었거든요”라고 말했다. 캔버스 천은 나무실과 마로 짠 두껍고 거친 천이며 그 위에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플랜카드처럼 인쇄할 수도 있다. 질 좋은 캔버스 천이 버려지는 것이 아까웠던 그는 관광안내소 직원에게 달려가 자신이 가져가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2년 동안 많은 파라솔들이 쌓여갔다.

폐목재로 만든 스피커. 이들은 모두 화덕헌 씨의 작품이다(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그렇게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모았던 파라솔이 ‘에코에코 협동조합’의 시작이 되었다. 그는 사람들이 모여서 파라솔 천으로 가방을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는데 조기퇴직이 늘었죠. 저도 52세인데 앞으로 40년은 더 살아야 하잖아요? 나이든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 재미난 일거리로 의미 있는 좋은 일을 같이 하면서, 함께 늙어갈 동료들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일종의 회사를 만들 궁리를 하고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다른 법인회사 중 주식회사는 출자 주식 10주를 가진 사람은 의결권 10표를 행사하고 1주를 가진 사람은 의결권 1표를 행사한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출자 금액에 상관없이 주식 10주를 가진 사람이나 1주를 가진 사람이나 의결권은 동일하게 1개를 가진다. 그는 “다같은 영리법인이지만 주식회사보다는 소유 지배 구조가 조금 더 공동체적이라고 생각해서 협동조합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에코에코 협동조합이다. 에코에코의 이름은 eco(환경) + echo(메아리)로 ‘환경에 대한 외침이 메아리가 돼서 돌아온다’는 뜻이다. 에코가 반복돼서 라임도 느껴진다. 그는 “사업하기 전에 사업 아이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 파라솔 가방과 목재 스피커를 만들어 전시했어요. 그 전시회 이름도 에코에코였죠”라고 말했다. 현재 에코에코 협동조합은 2015년 공모를 거쳐 해운대 해수욕장 관광안내소 근처에 판매장을 얻게 됐다. 그 곳에서 파라솔 가방과 폐목재로 만든 스피커, 해운대 해수욕장의 모래 등 다양한 재생 작품을 판매했다.

부산시 해운대구 좌동 부흥공원에 위치한 메아리 도서관(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그가 만든 작품 중 에코에코와 뜻이 비슷한 메아리 도서관이 있다. 메아리 도서관은 개방형 공유 도서관이다. 2013년 구의원 당시 주민들과 메아리 도서관 설치 위원회를 만들기도 했던 그는 공중전화 박스와 우체통이 정보통신 발달로 사라지고 있는 걸 아쉬워했다. 그냥 폐기하기보다는 재생하고 싶었다. 그래서 공중전화 박스와 우체통을 이용해 메아리 도서관을 만들었다. 메아리도서관은 공중전화 박스를 책장으로 쓰고 바로 옆에 우체통을 비치해 반납함으로 이용하고 있다.

메아리 도서관은 당시 해운대구 세계시민사회과에서 주최한 교육협력 공유문화 공모사업에 제안신청서를 냈고 지원 대상으로 채택됐다. 메아리 도서관은 2014년에 책이 3,000권 분실됐는데, 다시 6,000권을 기증받았다. 그는 “개방형 공유도서관이니 책이 분실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많은 분들이 다시 기증해주면서 진짜 메아리처럼 책이 되돌아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하는 일들이 의미 있는 일이고 수익과 지원받은 창업 자금이 있기 때문에 향후 더디지만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믿고 있다. 그는 에코에코의 생산 물량은 꽤 있는데도 판매 루트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지만 곧 개선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도 이런 가게를 낼까 하고 고려 중이기도 하다. 그는 “재생 물건을 만드는 것도 재밌고 이런 걸 보고 사람들이 재밌어하는 것을 봐도 즐겁습니다. 관광객들에게 해운대라는 지역에 기반한 상품들을 개발해서 관광기념품으로 판다는 게 보람 있어요”라고 말했다. eco-echo의 환경 사랑은 계속 메아리처럼 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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