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쇠'로 일관한 청문회 출석 재벌 총수에 속 터진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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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쇠'로 일관한 청문회 출석 재벌 총수에 속 터진 국민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6.12.07 04:42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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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다"면서도 대가성 추궁엔 한결 같이 부인...오늘은 최 씨 일가 국정농단 규명 / 정혜리 기자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오후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사진: 포커스뉴스, 2016.12.06 성동훈 기자 zenism@focus.kr, 본지 특약).

박근혜 대통령과 재벌기업 간의 정경유착을 규명하기 위해 9개 대기업 총수들이 국회로 불려 나왔다. 6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재벌총수 청문회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이 자금을 제공한 이유 등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 규명을 위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정작 재벌들은 ‘모르쇠’로 일관해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이번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대기업이 대통령의 말처럼 문화계, 스포츠계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합병 지원, 총수 사면 등 대가를 받기 위해 이들 재단에 출연했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질문 포화를 쏟아 부었다.

이날 청문회에선 특히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최순실과 처음 만난 것은 언제인가,’ '대통령과 독대할 때 대통령이 돈을 내라고 했는가' 등 주요 질문에는 대부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이 부회장은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이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 비율이었음에도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으며, 이 과정에서 삼성은 국민연금공단 측에 로비와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국민들이 알뜰살뜰 모은 국민연금을 본인의 승계에 이용했다”고 지적하자, 이 부회장은 “양사 합병은 경영권 승계와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의원들은 삼성 외에도 재단 출연 등에 대한 대가로 롯데는 면세점 허가, CJ, SK는 총수 사면 등의 특혜를 받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롯데 신동빈 회장은 유통그룹에게 면세점 특허 획득이 중요한가를 묻는 질문에는 사실이라면서도 대가성 출연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CJ 손경식 회장과 SK 최태원 회장도 "특별사면을 미리 논의하고 사면을 약속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한결 같이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는 총수들의 불성실한 태도에 TV를 시청하던 국민들은 분개했다. 대학생 강상우(25,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총수라는 사람들이 묻는 말에 대답을 안 하더라”며 “잘못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뭘 잘못했는지에 대해선 얘기를 안 하니까 보기에도 청문회 시간만 때우려는 태도가 역력해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성배(46, 부산시 강서구) 씨도 “총수들이 어리벙벙한 척, 아픈 척하는 '컨셉질' 좀 작작했으면 좋겠다”고 혀를 찼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청문회를 마친 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28년 만의 재벌총수청문회. 아버지 잘 만나 황금수저 물고 나온 그들의 답변은 모른다는 것으로 위기 모면하려는 것.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최순실에게 300억 돈 주었다,’ ‘삼성물산 합병이 승계와 관련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강변. 우리가 또 속아야 하는 건가요?”라고 말했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 포커스 뉴스, 2016.12.06 박동욱 기자 fufus@focus.kr, 본지 특약).

국민들은 대기업 총수는 물론 이들을 증인으로 불러 놓고도 결정타 하나 못 던진 의원들의 무능에 대한 실망감도 표출했다.

대학생 김혜림(24, 서울시 강동구) 씨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그렇게 집중공격을 받았는데도 이리 저리 잘 넘어가는 것 같았다. 의원들이 정말 한심하다. 뭐 하나 건지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교사 최재숙(50,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옛날 5공 청문회 때 노무현 의원 등 송곳 질문을 한 사람들이 청문회 스타로 불렸는데 그들은 이번 청문회 의원들처럼 증인을 윽박지른 게 아니라 차분한 태도로 날카롭고 조리 있게 질문했다”며 “이번엔 그런 청문회 스타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오늘(7일)도 청문회가 열리는데  최순실 씨 일가의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칠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업고 최 씨 일가가 각종 이권에 부당 개입했는지, 연설문을 고치거나 인사 결정 등에 관여했는지가 쟁점이다. 최 씨 주변의 차은택, 고영태 씨 등이 문화예술계에서 부당 이득을 챙겼는지에 대해서도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핵심 증인들이 불출석할 것으로 알려져 청문회 실효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와 그 언니 최순득,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 모두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불출석 입장을 밝혔고 독일 남서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겐 출석요구서가 송달되지 못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 박원오 전 승마 국가대표 감독 등도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국회 특위는 이들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겠다지만 강제력이 미약해 이들의 강제 출석을 이끌어 낼 가능성은 희박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CF 감독 차은택 씨, 최순실 씨의 최측근인 고영태 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은 6일까지 불출석 사유서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사유서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출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청문회가 열려야 출석 여부를 알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별도 청문회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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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연 2016-12-08 01:40:51
이런 기사에 댓글을 안달수가 없어요 정말.. ㅠ.ㅜ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모르쇠로 일관하여 청문회로써 의미가 있었나싶은 시간이였어요.
잘못된걸 알기에 진실을 숨기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여
실망과 분노만 커지네요

초록별 2016-12-07 20:24:56
이제는 이런 청문회말고 진짜 의문이 의혹이 해소되는 청문회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moa 2016-12-07 20:20:46
다 보진 못했지만 너무 하더라구요;
청문회의 큰 의미가 없는 시간이었어요;;

키친쩡 2016-12-07 16:21:14
시간 낭비만 한 청문회인것 같아요~~ 재벌 총수들의 눈치 보는 의원들과 모르쇠로 일관하는 재벌총수들을 보는 내내 답답했어요~~

샤이니스타 2016-12-07 16:19:29
저도 보면서 울분이 마구 올라오더라구요 ㅠㅠ
요즘 접하는 소식들은, 분통 터지는 게 많아서 속상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