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에 새긴 희망과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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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에 새긴 희망과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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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1.1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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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벽화마을’ 서민생활 개선의 일환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주민자치회의 힘을 합쳐 조성한 부산의 대표적인 벽화마을인 문현동 안동네와 닥밭골 갤러리, 보수동 책방골목 등이 부산의 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마을풍경을 담고자 하는 사람이 늘면서 이곳은 주말이면 사람들로 붐빈다. 이에 따라 올해는 금정구 산성마을을 벽화마을로 만드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전쟁 후 주택지로 조성되었으나 지금은 고지대 서민 밀집지역으로 재개발이 불가능해지고 황폐화되자 많은 주민이 떠난 문현동 안동네와 동대신2동 닥밭골, 보수동 책방골목 등에 도시재생 및 공공디자인 실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벽화거리로 재탄생했다. 문현동 안동네는 2008년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부산의 대표적인 벽화마을로 탄생했고, 동대신2동 닥밭골은 주민자치회와 서구청의 노력으로 닥밭골 갤러리로 탄생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부산시와 책방골목번영회와 함께 책방 셔터에 그라피티 벽화를 그려 생기를 불어넣었다.

문현동 안동네는 역사적으로는 6.25참변 이후 남으로 피신한 피난민들의 주거공간이었고 그 이전에는 공동묘지였다. 개발이 지연되고 있던 이 공간에 2008년 3월 부산시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주민들과 학생, 시민 등 자원봉사자 230여명이 참여해 3개월간 벽화 47점을 그렸다. 스산한 회색빛 골목은 아름다운 골목으로 다시 태어났다. 안동네는 ‘2008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주거환경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명소로 떠올랐다. 어린이집 담벼락에 그려진 30m 길이의 그림 ‘시골마을 운동회 풍경’을 시작으로 재미있는 내용의 벽화가 이어진다. 주말이면 카메라를 맨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는다.

골목길은 문현2동의 희망근로 사업단에서 시멘트를 발라 전보다 깔끔하고 걷기도 편해졌다.
귀엽고 푸근한 그림들이 가득한 이 골목길을 쭉 따라가면 벽면마다 그려진 개성 넘치는 그림으로 가득하다.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시민들도 문현 안동네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 부쩍 부산의 과거라는 타이틀을 걸고 문현동 안동네를 주목하고 있는데 벽화는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낙후된 도시에 산뜻한 새바람을 몰고 있다.

닥밭골 갤러리는 동대신2동에 위치한 아담한 벽화마을이다. 닥밭골이란 이름은 옛날 대신동에 닥나무가 많았다고 하여 붙여졌다. 동대신2동 대신여중 뒤편의 100여 가구를 국비와 희망근로 사업비를 지원받아 ‘꿈과 희망이 넘치는 동심 닥밭골 갤러리’로 재정비한 것이다. 도시미관 개선을 통한 창조적이고 협동적인 생활환경 조성을 위하여 주민자치회위원장 이응춘 (49)씨를 중심으로 주민공청회와 사업설명회, 당산제를 지내며 주민 여론을 적극 수렴하여 낙후된 마을을 마치 동화 속의 마을로 바꿨다.

골목으로 들어서면 작은 인형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시·서화가 어우러진 시화가 있는 공간과 어제와 오늘이 공존하는 서구 전경 사진으로 방문객의 발길을 이끈다. 골목을 따라 순수 동화의 나라로 함께 하는 동심의 공간, 들꽃과 풀이 함께 하는 숲의 공간, 자연과 함께 하는 곤충과 풀의 공간, 옛 선인의 미적 감각을 느낄 수 있는 풍경화의 공간, 아트타일 벽화와 그림의 조화를 이루는 환상의 공간이 넓은 미술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닥밭골의 곳곳에는 프로젝트를 총괄한 신라대학교 백문현 교수, 남호원 사진작가의 자문과 희망근로자와 자원봉사자들의 솜씨가 한데 어우러졌다. 여기에 인근 대신여자중학교 미술부 학생 50명이 직접 그린 그림이 보태져 회색벽면이 파스텔 색상으로 물들었다. 또한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작한 문패와 새주소 표지판, 골목길명 안내판도 눈길을 끈다. 또한 주민자치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주민을 설득하여 폐·공가를 철거하고 주민쉼터를 조성하였다. 눈에 띄게 바뀐 쉼터 벽면의 그림과 의자에서는 예술의 향기는 물론 노부부들의 따뜻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동대신2동 주민자치 담당자와 박선석 통장(51)은 “예전에는 빈집이 많고 분위기가 음침해서 청소년우범지대로 민원이 끊이질 않는 곳이었다. 닥밭골 갤러리가 조성된 이후 마을도 산뜻해지고 민원도 줄어드는 추세다.”라고 한 목소리를 모았다.

부산시는 책방골목번영회와 함께 보수동 책방골목의 책방 셔터 30여 개에 ‘꿈과 젊음, 자유’를 주제로 그라피티 벽화를 그려, 문을 닫은 휴일에도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으로 만들었다. 추억과 향수가 서린 이 골목을 관광객들이 보고 즐기는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지역 상권을 되살리고, 작가들에게는 예술세계를 펼쳐 보이는 무대로 활용토록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러한 책방골목의 변화에 주변상인들은 반가운 기색이 완연하다. 책방골목과 동아대 부민캠퍼스 인근에는 학생과 교직원을 겨냥한 저렴한 식당은 물론, PC방과 당구장 등도 하나씩 들어서고 있다. 동아대 대학로상가번영회 박철범(45) 총무는 “학생들이 차츰 사라져 적막감이 감돌던 이곳에, 최근 학생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넘쳐나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고 이곳의 상황을 설명했다.

금정구는 금정산을 찾는 등산객과 금정산에 산재한 문화유적을 탐방하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오는 6월까지 산성마을을 벽화 등을 갖춘 '자연속의 미술관'으로 바꿀 계획을 밝혔다. 산성마을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이 많이 있기 때문에 주거 환경이 낙후돼 미관 정비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예술가 6명과 희망근로자 15명을 참여시켜 산성마을의 돌담과 담장, 옹벽 등 400여m 구간에 벽화 작품을 설치할 예정이다. 또 마을에 자생하는 대나무를 주제로 삼은 현대미술 작품은 물론 기존 마을 풍경과 어울리는 자연 친화적 조각 등 다양한 작품도 함께 설치할 방침이다.

닥밭골 갤러리와 문현동 안동네는 물론 부산의 세 개 초등학교 담벼락 벽화작업에 참여한 김혜리 (25)씨는 “부산의 노후화 고지대지역을 바꾸는 작업을 통해 마을 주민들이 서로 협력하고 호흡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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