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으로 '콩나물'은 옛말...남는 교실이 교육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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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으로 '콩나물'은 옛말...남는 교실이 교육을 바꾼다
  • 취재기자 임상영
  • 승인 2016.12.02 15:0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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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수 준 초등학교 르포...빈 교실 활용해 다양한 현장 교육, 맞춤형 수업도 시행 / 임상영 기자

저출산으로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 초·중등학교 교육정보 공시 사이트인 '학교 알리미'에 따르면, 2016년 초등학교당 평균 입학생 수는 70명으로 2014년 77명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부산은 2016년 평균 초등학교 평균 입학생 수는 77명으로 작년 2015년 83명보다 크게 감소했다. 한 해에 두세 개 반을 편성할 수 있는 인원들만 입학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입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초등학교에선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을까?

부산과 전국 초등학교당 신입생 수 비교 그래프(자료: 학교 알리미, 그래프 본지 제작)

부산시 사하구 낙동대로에 위치한 승학초등학교. 이 학교는 총 학생 수 386명에 20학급이 편성돼 있다. 이 학교는 1학년부터 5학년까지 각각 3개 반, 6학년이 4개 반, 그리고 장애아동을 가르치는 소망반이 한 개 있다. 총 37개 교실이 있지만, 학급수는 20개에 그친다. 하지만 이 학교엔 빈 교실이 없다. 남는 교실을 모두 특별 교육실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가 운영하고 있는 특별 교육실은 총 14개. 음악실, 과학실, 영어 수업실이 모두 따로 있다. 수업이 끝난 후엔 방과 후 교실로도 활용된다. 학생부장 김은하(37) 교사는 “남는 교실들을 이렇게 활용하면 아이들에게 좀 더 전문적인 교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승학초등학교의 방과 후 교실의 모습. 요새 초등학교는 학생수가 줄자 더욱 깨끗하고 널직해졌다(사진: 취재기자 임상영).

현재 이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방과 후 수업은 약 20여 개로 전교생 3분의 2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방과 후 수업은 엄격한 선정 작업을 거쳐 민간에서 파견된 교사들이 담당하고 있는데, 영어, 수학 등 필수과목에다 예체능 과목도 가르친다. 학부모들이 참관할 수도 있다. 김 교사는 “과거에 비해 방과 후 수업이 다양해지고 수준이 높아져서 학부모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과목별 전문 교사들도 늘어났다. 학생 수 감소로 학교마다 학급 수가 적어져서 일반 교사를 많이 뽑을 수 없게 되자 그만큼 각 과목별 담당 교사를 고용한다. 그 결과로 아이들은 전공별 담당 교사를 통해서 질 좋은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자기 반 아이들이 수학 교사에게 수업을 들으러 가면 그 시간 동안 담임 교사는 다음 수업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게 되는 것. 김은하 교사는 “전반적으로 수업 준비 시간이 늘어서 아이들에게 더욱 좋은 수업을 가르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학생 수가 줄어들어서 생기는 또 다른 장점도 있다. 한 학급당 30명 이상이었을 때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교사와 학생 사이의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맞춤형 교육이란 교사가 학생 수준에 맞추어서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학생 수가 너무 많으면 아이 하나하나를 신경 쓰면서 교사들이 수업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학생 수가 적을수록 개별 학생에 관심을 갖고 수준에 맞춰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김정현 교사는 “맞춤형으로 수업하니까 수업을 잘 못 알아듣는 아이가 줄고 수업하기가 더 편해졌다”고 말했다.

학생 수가 적어져서 생기는 또 다른 현상은 정부의 급식비 지원이 증가했다는 것. 부산시는 2013년 학생 1인당 급식비로 약 22만 원을 지원하다가 2016년에는 약 49만원으로 증액했다. 학생 수 감소로 재정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승학초등학교도 전체 급식비의 6%만 보호자가 부담한다. 김은하 교사는 “급식비 지원 덕분에 부담이 줄어들어 학부모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급식비 부담주체 비율(자료: 학교알리미, 본지 제작)

승학초등학교 학생 박주환(11) 군의 어머니 윤미정(38) 씨는 “초등학교가 많이 변했다. 옛날과 달리 여유 있는 시설 속에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즐겁게 보내고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주환 군은 “과목마다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하니 공부가 더 잘 되는 것 같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부산교육청은 그래도 남는 초등학교의 빈 교실 일부를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활용하기로 부산시와 합의했다. 시교육청 교육재정과 김칠태 사무관은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도심과 같이 학생 수가 급감해서 빈 시설이 생기는 곳은 당연히 공공 목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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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6-12-19 00:36:44
예전에는 한반에 60명에, 10반으로 6학년까지.. 그럼, 3600명..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소윤 2016-12-15 13:15:23
장, 단점이 있는것같아요
학생수가 줄어 여러가지 좋은점도 많이 생겼지만,
그래도 학생수가 좀 더 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달타냥 2016-12-15 10:32:32
우리 때도 학생수가 없다없다 했는데, 요즘은 훨씬 더 심해졌네요.
남는 교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면 가슴 아프지만,
활용도가 있다니 다행이에요!